목마른 땅…한인들 사랑을 전하다
세계 최빈곤국 10위안에 들고 아프리카 사막 찜통 기후에 식량은커녕 마실 물도 변변치 못한 가난한 나라. 거기에 내전까지 겪어 정치와 치안마저 불안한 나라.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독립했지만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 불리는 차드공화국은 남한의 13배 면적에 1000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 200개가 넘는 부족들이 살고 있는 나라다. '아름다운 동행'을 비전으로하고 있는 소망 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는 지난 11월 '차드 비전트립' 7차 원정대(위원장 이상천)를 파견했다. 7차 비전트림팀은 2010년부터 시작한 차드지원 사업인 '우물 프로젝트', 미래를 위한 '학교 건립'과 '장학사업' 활동을 점검하고 지원하며 기아 퇴치를 위한 '쌀 보내기'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를 다녀왔다. 소망의 차드 후원 사업은 지금까지 557개의 우물을 팠으며 유치원으로 시작한 학교건립 사업도 이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9개교를 지었다. 또 신학대 학생에게는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소망 소사이어티는 이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차드 지부(지부장 박근선 선교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무려 23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수도 은자메나 국제공항은 60년대 한국의 여느 지방의 시외버스 터미널 수준이었다. 시설은 열악했고 분위기는 살벌했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은자메나 외곽에 있는 소망우물 3곳. 첫 방문부터 이 나라의 생활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곳인가를 한눈에 알게 해 준다. 이 후에 찾아간 마을들도 실정은 대부분이 비슷했다. 집들은 흙벽돌을 얼기설기 쌓고 거적이나 다 헤진 천으로 현관문을 삼았고 내부는 맨 흙바닥, 지붕은 풀을 엮어 얹어 놓았다. 동네 한복판에는 개와 닭과 오리와 염소, 양들이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지낸다. 짐승들의 배설물 또한 길바닥에 질퍽댄다. 동네 길은 지난 홍수로 울퉁불퉁 파여 도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차드는 모든 것이 다 부족하다. 식수도 부족하고 학교도, 식량도 부족하다. 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신생아의 20% 정도가 5살 이전에 사망한다고 한다. 이런 실정은 어른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깨끗한 물을 못 먹으니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고 아프리카 특유의 말라리아에 목숨을 잃기 다반사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평균 수명도 47세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나마 소망에서 우물을 파 준 곳에서는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우물 하나면 1000~2000여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557개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곳을 파야한다. 워낙 넓은 땅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접근이 용이하고 설치 후 지역개발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시행하다 보니 미처 손길이 못 미치는 곳이 허다하다. 지금도 맑은 물을 기다리는 지역이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물파기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후원한 '소망 우물'과 '소망 학교'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400여 km의 비포장 도로를 장장 9시간을 달려 남부 탕지레 지역과 드라이음바사 등 시골 마을 몇 곳을 찾아갔다. 학교들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2015년 혜촌교회의 후원을 받아 교실 2칸으로 시작한 '은혜학교(베레 4호학교)'는 지금은 600여명의 재학생이 다닐 정도로 크게 성장한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동네 나무그늘 아래서 15명으로 시작한 '5호 학교'도 지금은 초등학교 전 학년 300여 명이 공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한 학교들도 있지만 몇몇 시골학교는 책 걸상은 물론 교과서나 공책, 연필 등 기본적인 학용품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곳도 많았다. 우물이든 학교든 지역의 족장이나 유지들의 관심도에 따라 잘 유지되고 발전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몇몇 지역은 무관심과 게으름 탓에 관리가 부실한 곳도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했다. 방문단은 남부 4개 지역의 37개 현지 교회가 추천한 극빈가정에 25kg 쌀포대 800포를 전달했다. 이곳 대부분의 지역이 홍수와 가뭄으로 올 농사를 망친 곳이라 한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쌀을 받아가는 주민들을 보며 한 포대의 쌀이 얼마나 지탱할 수 있는 양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표정은 환하고 밝았다. 어디에서 만나든 웃으며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다. 비록 다 떨어진 슬리퍼를 신었거나 맨발이지만 여성들이 입고 있는 옷만은 눈부실 정도로 밝은 색상에 깨끗했다. 미국에서 찾아간 동양인인 낯선 우리에게 거부감이나 경계심을 갖기보다 오랜 이웃 같은 친근감과 정겨움을 느끼게 해 준다. LA를 비롯한 미국 각지에서 한인 후원자들이 보내 준 쌀과 선글라스, 의류, 신발을 비롯한 선물 등을 전달했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깊이 실감하며 아직도 아프리카에는 맑은 물, 굶주림과 질병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배움을 갈망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 소망 소사이어티는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목적 시신기증 등 교육 계도 활동 함께 누리고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분자 이사장이 2007년에 창립한 비영리 단체다. 'Well-Being' 'Well-Aging' 'Well-Dying'을 모토로 건강한 삶을 위한 소망케어교실, 치매 예방 교육, 치매환자 가족 지원모임과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하는 소망 유언서 작성, 시신 기증, 사별가족 모임 등의 교육과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차드에 소망과 생명을'이란 목표로 소망우물 파기, 소망학교 건립, 쌀 보내기, 장학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후원하는 평생회원이 현재 400여 명, 일반 회원이 500여 명이 있으며 이외에 각종 활동과 행사 때마다 지원하는 특별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2023년 말 현재 시신 기증을 약속한 사람은 2300명이 넘으며 유언서 작성은 1만7000명을 넘기고 있다. 계간 소식지 '소망 & 나눔'과 2년마다 한 번씩 '시니어 생활 건강 가이드' 책자를 발간, 교회와 각종 단체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매달 '소망 소식'을 카톡을 통해 회원들과 미주 한인 2500여명에게 전달하고 있다. 소망 소사이어티의 활동은 한국 정부의 인정을 받아 2023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문의:(562)977-4580 글·사진=나종성 전 언론인전하 사랑 소망우물 3곳 학교건립 사업 소망 소사이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