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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혼

시인이며 소설가인 찰스 부코스키는 “네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라. 그리고 죽을 만큼 그것에 빠져보라”라고 했다. 영혼의 작업에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불꽃을 계속 태우는 것이 삶이다. 생을 태우려면 자신이 불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되는 주옥과 같은 글들을 류시화의 산문집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대지에 대한 경배와 긴 겨울 끝에 대지가 깨어나는 봄의 소리를 표현한다. 서곡에서 바순이 독주를 맡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연주함으로써 계절이 바뀌는 불안감과 머뭇거림을 전달하고 싶은 이 작곡가는 연주를 너무 능수능란하게 잘해 오히려 봄의 위태로운 시작을 잘 표현하지 못한 바순 연주자를 해고한다. 겨울이 지배하는 차가운 대지에 첫 균열이 가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불확실한 순간을 표현하려면 연주자는 스스로 전율할 만큼 긴장해서 봄의 떨림을 전달하기 위해 그의 혼을 불어넣었어야 했다. 능수능란한 기법과는 상관이 없다. 맞다 그 혼! 우리는 악기 연주자만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일에 맞는 혼이 담기지 않으면 감동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나는 가벼움을 경박하게 여겨왔다. 가벼움은 속물근성이라 치부하고 생은 너무 진지하고 숙연해서 그 깊이를 죽기 전에 다 헤아리기도 역부족이라 믿어왔다. 이번에 류시화 산문집을 통해 많이 배웠다. 폴 발레리는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처럼 가벼울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깃털처럼 정처 없이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처럼 가볍게 날 수 있어야 한다. 새는 뼛속에 공기가 통하는 공간이 있어서 비행할 수 있듯이 존재 안에 자유의 공간이 숨 쉬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경박함이 아닌 자유를 품은 가슴의 가벼움이다. 자신을 생각의 무거움으로 짓누르는 시기를 지나 경쾌한 혼의 길로 나아가는 것, 날 수 없다면 정신적 자유에 이르지 못한다. 절실히 원하면 모든 순간이 날개가 된다. 그 중요한 순간에 생명력이 솟게 된다. 날개가 돋는다.     인간은 날개가 없는 대신 웃는다. 웃음은 가슴의 날갯짓이다. 웃음과 울음은 같은 지점에 있고 희망과 절망도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 너무 절망적이고 황당할 때 웃어보라. 크게 마음껏 웃어보라. 저 멀리서 희망의 빛이 다가옴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류시화의 글은 머리에서가 아니라 체화된 경험이 가슴을 통해 스며 나왔기에 독자의 피부 속으로 번진다. 그래서 공감력이 크다. 책의 마지막 장에 그는 ‘인생’이라는 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고 그가 살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이 조연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삶이란 주인공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 사실이 바로 이 영화의 흥미 요소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각자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현재 제작되고 있다. 이 책 제목이 시사하듯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한 세상이 아니다. 당연히 실망하고 좌절해서 화도 나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상황도 많이 겪게 된다. 그렇다고 주인공 역을 포기할 수 없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대역할 수 없다. 또 다른 특징은 예행연습이 허용되지 않는다. 재촬영도 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의 전반부를 마쳤다. 이제 우리는 이 영화의 후반부를 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해피엔딩을 담는 영화를 만들어야만 한다. 인생은 언제든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가능하면 주인공 역에 가장 잘 맞는 혼을 담은 영화를 만들기를!!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악기 연주자 류시화 산문집 정신적 자유

2024-05-31

‘오강 교회 사람들’ 출간…신영애 작가 첫 산문집

신영애 작가가 산문집 ‘오강교회 사람들’(문학의식·사진)을 출간했다.     신작가는 일제강점기 철도공무원의 유복녀로 태어났다. 열 두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칫 엉뚱한 길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어린 소녀의 가슴에 심어진 믿음이 일관되게 그녀의 인생을 견인한다.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옥토가 되어가고 그 땅에 뿌려진 씨앗이 튼실하게 뿌리를 내려 ‘오강교회’ 라는 숲을 이루었다.     신작가는 “아홉살부터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팬데믹이 오고 미뤄왔던 글쓰기를 시작하며 한 편 한 편 기도하며 썼다”고 밝혔다.     정찬열 평론가는 “믿음은 씨앗이다. 마음 밭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인생의 농장에 피어나는 꽃과 열매가 달라진다”며 “씨앗을 고르고 싹을 틔워 가꾸어 수확하는 전 과정에 각자가 공들인 딱 그만큼의 결과로 꽃의 빛깔이나 열매의 크기도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고 평했다.     신작가는 2021년 ‘문학세계’ 수필 신인상을 받았다. 1977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1981년 장로신학대학을 졸업했다.     ‘오강교회 사람들’ 출판기념회는 오는 7일 오전 11시 30분가든그로브 한인회관에 열린다. 이은영 기자신영애 산문집 오강교회 사람들 신영애 작가 일제강점기 철도공무원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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