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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비숍 단풍여행 (1)

  LA에 사는 사람들은 비숍으로 단풍구경 가는 게 연례행사다. 마치 서울 사람들이 내장산이나 설악산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아침 8시에 차이나타운에서 모닝 딤섬을 먹고 출발했다. 모처럼 가족여행이다. 요즘 아들은 내가 ‘ㄷ’ 하면 딤섬 집으로, ‘ㅂ’하면 비숍으로 안내한다. 결혼하더니 척 하면 삼천리다.     예전에 요세미티 투어 갔다가 처음 본 비숍은 이렇게 멀고 먼 길이 아니었는데…. 이젠 지구력이 사라져 좋은 구경도 긴 시간 바라보니 지루하다. 하늘의 뭉게구름을 이 세상 아닌 저 세상 경치로 생각하며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간다. 빅파인 저 너머 무진장한 광산을 이고 있는 산세는 구석기시대 신선들의 놀이터처럼 신비롭다. 미국에서 멋진 경치를 보면 서울에 있는 가족들 얼굴이 그려진다. 함께 하고 싶은 바람. 보이는 모든 풍경이 예술이며 진경산수화, 흑백 몽유도원도이다.     비숍까지 숨차게 달려갈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아들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한다. 자동차도 숨을 쉬고 쉬엄쉬엄 가면 좋으련만 개스가 달랑달랑할 때까지 달려와 막판에 개스를 넣는다. 시골길에 있는 개스 스테이션은 서부 개척시대 분위기가 물씬하다. 찬바람이 쌩쌩 분다. 산골 공기가 상쾌하다. 앞으로 100마일만 더 가면 비숍이다 .     시골길에 있는 개스 스테이션에서는 비프저키를 사는 게 가장 현명하다. 산마을마다 비프저키 맛이 다르고 내추럴, 스모키 등등 제조 공법이 달라 여행하는 동안 이 동네 저 동네 비프저키 품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화이트산맥 사이의 오웬즈 밸리(Owens Valley)에 있는 비숍은 평균 해발고도가 1264m이다. 이 도시 비숍은 초기 정착자였던 사무엘 애디슨 비숍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인요카운티 근처 산악지역은 암벽등반 명소로 알려져 세계 각국의 등반가들이 찾는다. 캘리포니아 최고의 단풍 관광지인 이스트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모노 레이크, 비숍 크릭 캐년 등 10월 중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지역이다.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손바닥만 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처음 만난 건물은 노새(mule) 박물관이다. 1969년부터 매년  ‘노새의 날(Mule Days)’ 축제가 열린다. 서부 개척시대 시에라 산맥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너도나도 황금을 찾아 말 타고, 노새를 끌고, 역마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다가 하룻밤 머문 장소가 비숍일 거라고 상상해본다.     시골 동네를 한 바퀴 돌면 인디언 보호구역, 기차역, 금노다지 보물찾기 지도를 알려주는 흥미로운 벽 그림을 많이 만난다. 노새 박물관은 금시초문이다. 역시 여행은 배움의 학교다. 예전에는 건물 벽에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했나 보다. 공항 지도도 벽에 그려져 있는데 비숍에서는 샌프란시스코도 가고 덴버도 가는 비행 노선이 있다.     비숍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이 눈 덮인 산과 호수가 지천인데 벽 그림 산맥 속에는 광맥을 찾아온 개척시대 카우보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 파이우트족과 쇼쇼니족 등이 거주하던 지역 표지판이 있다.  골드러시로 모여든 이주민들이 정착하여 마을을 꾸민 모습을 벽 그림으로 장식한 지혜가 놀랍다.     시에라 마드레의 파인 크릭 마인 보물 지도가 내 눈에 확 들어온다. 황량한 마을에서 흘러간 서부영화 하이눈, OK목장의 결투, 석양의 무법자를 기억해 내고 나홀로 좋아서 비숍의 모든 것들을 내가 아는 것과 연결해 보려고 벽화 속으로 한참 빠져들었다. 어디선가 내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이는 배우들의 메아리가 들린다.     비숍,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여정. 골드마인의 역사는 먼 옛날, 금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수많은 광부가 이곳에 모여들어 지칠 줄 모르는 노동으로 황금을 캐냈을 것이다. 황금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는 더욱 값진 보물이다.   허름한 건물 벽에 새겨진 금광 발견 지도를 가슴에 품으니 온몸이 따스해진다. 오늘 저녁은 안 먹어도 배부르다. 오늘 밤은 잠 안 자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우리집 장남의 센스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야호! 역시 비숍은 따봉 ~ 생각만 해도 골드, 금 광산은 울트라 수퍼 파워 에너지를 뿜뿜뿜! 나에게 준다.   유강호 / 수필가문예마당 단풍여행 비숍 도시 비숍 시에라네바다 산맥 시에라 네바다

2024-11-14

오늘 저녁부터 남가주 곳곳 홍수주의보 및 폭풍주의보

31일 (수요일) 오후부터 2월2일 (금요일)까지 남가주 지역 곳곳에 겨울철 홍수주의보 및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국립기상청은 31일 저녁부터 시작되어 1일 밤까지 특히 5번 주간 고속도로, 서부 산 가브리엘 산맥 및 14번 주간 고속도로, 동부 산 가브리엘 산맥에 폭풍주의보를 발령했으며, 테혼 패스, 고먼, 피라미드 레이크, 액튼, 웜 스프링스, 밀 크릭, 마운트 윌슨, 마운트 발디, 라이트우드, 앤젤레스크레스트 하이웨이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또 이 지역에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지역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2월 1일 (목요일)부터는 LA, SD, OC 등 남가주 지역에서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역에는 샌디에이고 카운티 해안 지역, 샌버나디노 및 리버사이드 카운티 계곡, 인랜드 엠파이어, 샌버나디노 카운티 산맥, 리버사이드 카운티 산맥, 산타 아나 산맥 및 산기슭, 샌디에이고 카운티 산맥, 애플 및 루세른 계곡, 코첼라 계곡, 샌디에이고 카운티 사막, 배닝 근처 샌 고르고니오 패스, 오렌지 카운티 해안 및 내륙 지역이다. 현재 금요일 아침까지 발령된 홍수주의보는 연장될 수도 있다.    한편, 남가주를 포함한 가주 전역에 영향을 미칠 폭풍은 '파인애플 익스프레스'(Pineapple Express)로 명명된 '대기의 강'으로 하와이 부근에서 시작하여 서부 해안을 폭우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기의 강은 미시시피 강이 운반하는 물의 양의 최대 27배에 달하는 양을 운반할 수 있으며, 최대 10~15인치의 강수량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한 기자 [[email protected]]홍수주의보 강풍주의보 샌디에이고 카운티 카운티 산맥 리버사이드 카운티

2024-01-31

‘몽골의 숨결을 찾아서’…양재명 사진작가 개인전

  은하수를 영화 기법으로 촬영해 우주 세계를 보는 듯한 환상적인 사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가 LA 한인타운에서 열린다.     오는 22~28일 웨스턴 갤러리(관장 이정희)에서 열리는 양재명 사진작가 개인전 ‘몽골의 숨결을 찾아서’는 작가가 지난해 8월 몽골에서 작업한 작품 12점이 공개된다.     양작가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500Km 떨어진 광야의 텐트에서 잠을 자며 색다른 방식으로 몽골 산맥과 은하수를 촬영했다. 그는 4년 전에도 갤러리 웨스턴에서 ‘게이트 투 파라다이스(A Gate to Paradise)’라는 전시회의 전 작품이 완판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양재명 작가는 호텔신라, 삼성 에버랜드, 대상 청정원,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조일제지, 엘르 골프, 엘르 스포츠 등 다수의 유명 기업 광고를 촬영했다. 현재 서울외신기자클럽 정회원으로 일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프랑스 등에서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미선 작가의 유화 10점도 콜라보로 함께 전시된다. 전 작가는 37회의 개인전과 SCOPE 아트쇼, 아트 엑스포 뉴욕 등 77회 국내외 아트페어 포함 1993년 이후 420여 회 국내외 전시를 한 유명 작가다.     2011년 대한항공 광고 그림 선정작가, 2014년 대한항공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제21회 올해의 광고상’ 등을 수상했다.     전 작가 작품은 명도 높은 색채를 통해 대상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특징이다. 그는 “행복하고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밝고 경쾌한 색으로 기운을 발산하고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으로 채도를 낮추고 명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자연의 색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닝 리셉션은 22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다.     ▶주소:210 N. Western Ave. #201 LA   ▶문의:(323)962-0008  이은영 기자사진작가 양재명 양재명 사진작가 몽골 산맥 양재명 작가

2023-09-17

[칼럼 20/20] “신이시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 두지 않으셨나이까?”   팀 마샬의 저서 ‘지리의 힘(Prisoners of Geography)’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샬은 신심이 깊다고 자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잠들기 전에 이런 질문을 신에게 했을 것이라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BBC방송 등의 기자로 25년 넘게 활동한 팀 마샬은 지리의 관점에서 국제정치, 경제, 전쟁, 분열, 빈부격차 등을 조명한다. 정치·경제 체제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바뀌지만 운명적으로 결정된 ‘지리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통치 이념은 바뀔 수 있지만 국토의 위치는 불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러시아 서쪽 우크라이나에 산맥이 있었다면 러시아가 북유럽평원을 통한 서유럽의 침략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프랑스 나폴레옹도 나치의 히틀러도 평원을 지나 러시아를 침공했다.     중국과 인도는 서로 인접한 국가지만 역사상 분쟁이 거의 없었다. 1962년 분쟁 이후 2020년에 갈등이 불거졌지만 국경 충돌 수준에 그쳤다. 마샬은 대규모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히말라야 고원지대가 두 나라 국경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년 전 중국과 인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양국 국경의 고산지대가 ‘자연적인 중재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다. 흑토로 덮인 비옥한 평야가 곡창지대를 이룬다. 프랑스에 풍년이 들면 서유럽을 모두 먹인다는 말이 있듯이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의 빵 바구니’라는 비유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표적이 된 반군 세력의 보호다.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그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도 인정했다. 이면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가입을 막으려는 시도다. 체코·폴란드·헝가리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서방이 러시아 서쪽 국경 바로 앞에서 총부리를 겨누는 형국이 된다. 또한 푸틴의 이번 침공에는 소비에트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도도 있다     우크라니아의 역사는 순탄치 않다. 러시아와 함께 슬라브족 국가의 기원이 됐지만 제대로 국가 체계를 세운 역사가 거의 없다.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6차례 독립선언을 했지만 무산됐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의 역사가 시작됐다. 2004년 반정부 시위 ‘오렌지혁명’으로 친러 세력을 축출하고 EU와 나토에 가입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정학적 요소는 ‘양날의 칼’이다. 강대국은 지리적 장점을 세력 확장의 발판으로 이용하지만 군사·외교적인 힘이 없는 국가는 강대국들의 전쟁터로 전락한다.     우크라니아 국호는 슬라브어로 ‘가장자리’ 또는 ‘변방’을 뜻한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서쪽의 변방이지만 서유럽 국가들의 관점에서는 동쪽의 가장자리다. 양대 세력의 틈새에서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아픈 역사를 간직해 왔다.     예전에는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가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지금은 지리적 요소가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가가 위치한 지역은 중요하다.     국가의 지리적 요소는 천혜의 축복이 되기도 하고 물리적 감옥이 되기도 한다. 마셜의 저서 원제처럼 우크라이나 국민은 ‘지리에 갇힌 수인(囚人)’으로 살았고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산맥을 원했던 푸틴의 기도가 이뤄졌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 ‘산맥’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간절한 기원이 됐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우크라이나 산맥 우크라이나 정부 러시아 서쪽 블라디미르 러시아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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