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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신이시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 두지 않으셨나이까?”
 
팀 마샬의 저서 ‘지리의 힘(Prisoners of Geography)’에 나오는 내용이다. 마샬은 신심이 깊다고 자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잠들기 전에 이런 질문을 신에게 했을 것이라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BBC방송 등의 기자로 25년 넘게 활동한 팀 마샬은 지리의 관점에서 국제정치, 경제, 전쟁, 분열, 빈부격차 등을 조명한다. 정치·경제 체제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바뀌지만 운명적으로 결정된 ‘지리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통치 이념은 바뀔 수 있지만 국토의 위치는 불변하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러시아 서쪽 우크라이나에 산맥이 있었다면 러시아가 북유럽평원을 통한 서유럽의 침략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프랑스 나폴레옹도 나치의 히틀러도 평원을 지나 러시아를 침공했다.  
 
중국과 인도는 서로 인접한 국가지만 역사상 분쟁이 거의 없었다. 1962년 분쟁 이후 2020년에 갈등이 불거졌지만 국경 충돌 수준에 그쳤다. 마샬은 대규모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준한 히말라야 고원지대가 두 나라 국경을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년 전 중국과 인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양국 국경의 고산지대가 ‘자연적인 중재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넓다. 흑토로 덮인 비옥한 평야가 곡창지대를 이룬다. 프랑스에 풍년이 들면 서유럽을 모두 먹인다는 말이 있듯이 우크라이나에는 ‘유럽의 빵 바구니’라는 비유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표적이 된 반군 세력의 보호다. 반군이 점령한 도네츠그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도 인정했다. 이면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가입을 막으려는 시도다. 체코·폴란드·헝가리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서방이 러시아 서쪽 국경 바로 앞에서 총부리를 겨누는 형국이 된다. 또한 푸틴의 이번 침공에는 소비에트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도도 있다  
 
우크라니아의 역사는 순탄치 않다. 러시아와 함께 슬라브족 국가의 기원이 됐지만 제대로 국가 체계를 세운 역사가 거의 없다.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6차례 독립선언을 했지만 무산됐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의 역사가 시작됐다. 2004년 반정부 시위 ‘오렌지혁명’으로 친러 세력을 축출하고 EU와 나토에 가입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정학적 요소는 ‘양날의 칼’이다. 강대국은 지리적 장점을 세력 확장의 발판으로 이용하지만 군사·외교적인 힘이 없는 국가는 강대국들의 전쟁터로 전락한다.  
 
우크라니아 국호는 슬라브어로 ‘가장자리’ 또는 ‘변방’을 뜻한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서쪽의 변방이지만 서유럽 국가들의 관점에서는 동쪽의 가장자리다. 양대 세력의 틈새에서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아픈 역사를 간직해 왔다.  
 
예전에는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가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지금은 지리적 요소가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가가 위치한 지역은 중요하다.  
 
국가의 지리적 요소는 천혜의 축복이 되기도 하고 물리적 감옥이 되기도 한다. 마셜의 저서 원제처럼 우크라이나 국민은 ‘지리에 갇힌 수인(囚人)’으로 살았고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산맥을 원했던 푸틴의 기도가 이뤄졌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 ‘산맥’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간절한 기원이 됐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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