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분수대] 챗GPT 시대의 교육

최근 핀란드와 관련해 나토(NATO) 가입 여부가 가장 뜨거운 이슈지만, 한국인에게 이 나라는 예전부터 ‘교육 강국’으로 통했다. 2000년 OECD가 처음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가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다. 3년 간격으로 시행하는 이 시험에서 핀란드는 2003년, 2006년 연속 종합 1위였다.   이후 강력한 사교육에 기반한 한국·싱가포르·중국 등에 밀려 핀란드 순위가 10위 정도로 뒤처졌지만, 세계인의 뇌리엔 공교육만으로 빼어난 성과를 이룬 핀란드가 ‘교육 천국’으로 각인됐다. 특히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열기로 종종 ‘압력밥솥’에 비유되는 우리 교육계엔 핀란드가 선망의 대상이다.   요사이 핀란드 교육이 다시 화제다. 지난해 불가리아의 ‘오픈 소사이어티 연구소’가 발표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통한 정보 취득 능력과 이해력) 지수’에서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 지수는 유럽 4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언론 신뢰도와 평가자의 읽기·과학·수학 능력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높은 이들은 콘텐트 속에서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어 가짜뉴스에 함몰되지 않으며 팩트(fact)를 찾아내는 회복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는 2013년부터 유치원과 학교는 물론 도서관 등에서 청·장년과 노년층에게도 미디어 속 ‘가짜 정보’ 식별법을 가르쳐왔다.   이는 챗GPT와 맞물려 주목받는다. 일각에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챗GPT가 지금의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가짜뉴스의 새 플랫폼이 될 거라 우려한다. 얼마 전 중국판 챗GPT 등장에, 대만이 “중국의 입장만을 대변할 테니, 대만판을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했다. 챗GPT에 ‘의도된 데이터’만을 학습시켜 편향된 정보를 퍼뜨리는 스피커로 삼는 게 가능하단 얘기다.   한국은 챗GPT판 가짜뉴스에 대응할 준비가 됐을까. 2018년 PISA 결과, 읽은 내용 중 사실과 의견을 구별해낸 한국 학생은 25.6%였다. OECD 평균치의 절반 수준으로, 사실상 꼴찌다.   “나토 가입을 앞두고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대량 쏟아내지만, 우린 교육의 효과를 믿는다.” 핀란드 교육부 담당자의 말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이들의 선구안과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부럽다. 박형수 / 한국 국제부 기자분수대 교육 핀란드 교육부 사교육 열기 우리 교육계

2023-02-26

[중국읽기] 시진핑의 새로운 아이들

중국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판 초·중 9년 의무교육 과정이 화제다. 중국 학부모의 지대한 관심을 끈 건 ‘노동’이 독립 과목이 돼 학년별 학습 노동이 제시된 점이다. 초등 1~2년은 채소를 씻고 과일을 깎을 줄 알아야 하며, 3~4학년은 만두를 찌거나 달걀을 삶을 수 있어야 한다. 5~6학년은 볶고 부치며 삶는 세 가지 요리 기술을 갖춰야 한다. 중학 1~3학년은 하루 세끼 식단을 짜고 점심이나 저녁을 위해 3~4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요리 외에 가전제품 수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건 중국 당국이 왜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격상시켰을까다. 중국은 지난해 학생의 두 가지 부담을 덜어준다는 ‘솽젠(雙減)’ 정책을 발표했다. 숙제를 없애고 사교육을 없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교육 업체가 도산하며 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한데 그 빈자리를 노동이 치고 들어갔다. 이번 교과 개편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모든 과목을 지도하는 이념으로 명기됐다는 점이다. 수학이나 물리·영어와 일어도 시진핑 사상으로 교육해야 한다.   교육은 흔히 백년대계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강조되는 노동 과목과 시진핑 사상은 바로 시진핑 주석이 만들고자 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국가건설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여기서 연초 화인(華人) 세계에서 유행했던 ‘시진핑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다’는 글에 실렸던 일부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에 따르면 시진핑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공업과 농업의 사회여야 하며 청소년은 이들을 지탱할 미래의 노동자다. 한데 현대 청소년의 사상을 ‘불량, 반동, 저속’으로 이끄는 건 뭔가.   연예계가 망치고 게임중독이 망치며 사교육이 망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연예계와 게임업계, 사교육업계 등에 중국 당국의 단속 광풍이 몰아친 배경이다. 중국 청소년을 숙제와 사교육에서 해방시킨 뒤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노동자의 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과목을 시진핑 사상이 지도하게 설계했다. 예를 들어 물리 과목의 경우 2011년 판 머리말은 “물리학은 인류 과학문화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고 시작되나 2022년 판은 “시진핑 총서기는 여러 차례 강조하기를…중국과 중화민족의 품격을 구현해야 하고…”등으로 시작한다.   바야흐로 시진핑 사상과 노동 의식으로 무장한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아이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시진핑 게임업계 사교육업계 노동 과목 사교육 업체

2022-05-23

[중앙 칼럼] 팬데믹이 키워 놓은 사교육 시장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과외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학생들이 뒤처진 학업으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교육구들이 배정된 수십억 달러의 경기부양금을 사용하기 위해 사교육에 수백만 달러의 팬데믹 기금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에 1220억 달러가 유입된 가운데 2024년 만료되기 전에 기금을 사용해야 한다. 이에 전국 교육구들이 앞다투어 과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페이퍼, 에어 튜터, 앰플리파이 외 학생들이 24시간 질문을 통해 채팅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트업 등 수많은 온라인 튜터링 회사를 유치했다.     지난해 3월 통과된 미국구조계획(American Rescue Plan)은 자금의 20%가 손실된 교육 시간을 보충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면 학습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에 기금 사용을 촉구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것은 학군의 몫이다.     교육구마다 지출해야 하는 팬데믹 기금이 쌓여있자 전통적으로 부모들에게 광고하던 과외 회사들이 이제 경기 부양비를 활용하기 위해 교육구에 홍보 중이다.     미전역 교육구에서 과외 회사에 지출하는 돈은 상당하다. 켄터키주 한 공립학교 교육구는 두개의 채팅 기반 온라인 과외 회사 서비스에 38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휴스턴의 한 교육구도 과외 및 학업 보충을 위해 1억1300만 달러를 할당했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는 3300만 달러, 오마하 공립학교는 243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미시시피주 교육부는 138개 학군에 사교육을 제공하는데 1070만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교육구가 과외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이 마치 학교 급식 공급업체의 치열한 경쟁 과정 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 맥렌버그 학교는 5000만 달러 예산을 놓고 54개 과외 회사가 입찰에 뛰어들었다. 입찰자의 30% 이상이 학업 성취도 향상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 제외됐다. 그중 한 곳은 201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설립된 온라인 과외 회사인 페이퍼 에듀케이션이다. 페이퍼는 최근 몇 년 동안 4억 달러에 가까운 벤처 캐피털을 유치하고 전국 350개 지역과 계약을 체결하며 빠르게 주목 받고 있다.     남가주에서도 교육구들이 페이퍼와 계약을 맺어 수많은 학생이 페이퍼를 이용하고 있다. 페이퍼는 교사에게 모든 학생이 무제한으로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채팅 기반 튜터 시스템이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 튜터와 학생을 연결해 학생이 원할 때마다 튜터와 온라인 세션에 무제한으로 액세스할 수 있다.     대부분 과외 회사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간당 요금을 청구하는 반면 학군이 학생 1인당 지불하는 비용은 연간 30~50달러다. 교사는 미국에서 시간당 16달러, 캐나다에서 16.50달러부터 시작한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튜터를 고용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수백명이었던 교사가 현재 2000명으로 급증했다.     일대일 튜터링이라고 광고하지만 종종 한 번에 여러 학생을 돕고 있어 바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이 어느 주 어느 교육구에 있는지 모르고 다른 풀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거대한 기금을 지출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많은 튜터링 회사에서 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연구를 했다. 2019년에 설립된 투터드 바이 티처스는 4주간의 집중적인 개입 후 학생들이 영어  점수를 13%, 수학 점수를 19% 향상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학교가 현지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춘 교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가 이상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교육의 장단점은 존재한다. 다만 연방경기부양자금으로 학업 성장이 아닌 과외 산업만 키울까 우려 된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사교육 시장 과외 회사들 교육구도 과외 전국 교육구들

2022-05-0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