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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시진핑의 새로운 아이들

중국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판 초·중 9년 의무교육 과정이 화제다. 중국 학부모의 지대한 관심을 끈 건 ‘노동’이 독립 과목이 돼 학년별 학습 노동이 제시된 점이다. 초등 1~2년은 채소를 씻고 과일을 깎을 줄 알아야 하며, 3~4학년은 만두를 찌거나 달걀을 삶을 수 있어야 한다. 5~6학년은 볶고 부치며 삶는 세 가지 요리 기술을 갖춰야 한다. 중학 1~3학년은 하루 세끼 식단을 짜고 점심이나 저녁을 위해 3~4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요리 외에 가전제품 수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건 중국 당국이 왜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격상시켰을까다. 중국은 지난해 학생의 두 가지 부담을 덜어준다는 ‘솽젠(雙減)’ 정책을 발표했다. 숙제를 없애고 사교육을 없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교육 업체가 도산하며 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한데 그 빈자리를 노동이 치고 들어갔다. 이번 교과 개편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모든 과목을 지도하는 이념으로 명기됐다는 점이다. 수학이나 물리·영어와 일어도 시진핑 사상으로 교육해야 한다.
 
교육은 흔히 백년대계라고 한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강조되는 노동 과목과 시진핑 사상은 바로 시진핑 주석이 만들고자 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국가건설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여기서 연초 화인(華人) 세계에서 유행했던 ‘시진핑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다’는 글에 실렸던 일부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글에 따르면 시진핑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공업과 농업의 사회여야 하며 청소년은 이들을 지탱할 미래의 노동자다. 한데 현대 청소년의 사상을 ‘불량, 반동, 저속’으로 이끄는 건 뭔가.
 
연예계가 망치고 게임중독이 망치며 사교육이 망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연예계와 게임업계, 사교육업계 등에 중국 당국의 단속 광풍이 몰아친 배경이다. 중국 청소년을 숙제와 사교육에서 해방시킨 뒤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노동자의 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노동을 독립 과목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과목을 시진핑 사상이 지도하게 설계했다. 예를 들어 물리 과목의 경우 2011년 판 머리말은 “물리학은 인류 과학문화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고 시작되나 2022년 판은 “시진핑 총서기는 여러 차례 강조하기를…중국과 중화민족의 품격을 구현해야 하고…”등으로 시작한다.
 
바야흐로 시진핑 사상과 노동 의식으로 무장한 ‘시진핑 시대의 새로운 아이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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