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센트 친’ 사건과 인종혐오 범죄
오는 23일은 빈센트 친(Vincent Jen Chin) 사건 40주기이다. 1982년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이 미시간주에서 백인 2명에게 살해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일본 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에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을 적대시했고 일부 국수주의 단체들은 일본 자동차를 때려 부수기도 했다. 이런 중에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해고된 백인 노동자 2명이 인근 술집에서 빈센트 친과 시비가 붙었다. 빈센트 친은 일본과는 상관없는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에게 “너같은 XX 때문에 우리가 실직했다”며 방망이로 머리를 구타했다. 병원에 실려간 그는 뇌손상으로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이건 공평하지 않다”라는 말을 남겼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시간주 법원과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이 사건은 백인이 명백히 중국인과 아시아계를 공격한 사건임에도 주 법무부는 민권법 기소를 거부했다. 두 백인은 기소돼 2급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그들은 감옥에 가지 않았다. 웨인카운티 찰스 카우프만 판사가 이들에게 벌금 3000달러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기 때문이다. 카우프만 판사는 인권단체의 항의에도 “이들은 감옥에 보낼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살인자들을 감쌌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했던 아시아계 기자 헬렌 지아는 최근 인터뷰에서 “살인자들이 백인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감옥에서 오랜 시간 복역했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지아 기자는 빈센트 친 사건이 유가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미국민들의 민심이 흉흉했던 와중에 벌어졌던 사건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연방의회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해결하는 대신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내놓은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일본에 책임을 돌렸다. 사실은 독일 자동차가 더 연비가 좋다는 것을 무시했다. 유가상승, 인플레이션, 그리고 특정 아시아 국가를 표적으로 삼은 무역전쟁 선언, 그에 따른 아시안에 대한 폭력은 40년 전과 지금이 무섭게 닮았다. 현재 미국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물가상승과 유가 상승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정치권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중국을 손봐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인권침해와 불공정 무역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아무런 상관없는 미국 내 중국계, 그리고 한인 등 아시아계가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의 존 양 CEO는 최근 흑인들을 총격살해한 버펄로 총격범이 ‘대체이론(Replacement Theory)’에 심취해 범행을 저질렀음을 지적한다. 흑인과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백인들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펄로 총격범은 한국 등 아시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자들이지만 백인들과 같이 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한인 등 6명의 목숨을 잃은 한인사회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인들은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계와 뭉쳐 인종차별 범죄와 폭력에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한다. 40년 전 빈센트 친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인종혐오 빈센트 빈센트 친이 유가상승 인플레이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