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안 쓰려는 초능력자, 장르를 뒤엎다
빈센트(Vincent)
호숫가를 낀 작은 마을의 건설 현장에서 노동 일을 하고 사는 빈센트.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물을 좋아하는 그는 틈만 나면 호수를 찾아 수영을 즐기며 살아간다.
수줍고 힘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비밀이 하나 있다. 그는 물과 접촉을 하면 괴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며 그런 초능력을 숨기고 산다. 빈센트는 호숫가에서 동네 처녀 루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에게 자신의 초능력을 슬며시 보여 주지만 둘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드리스가 동네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을 보고 빈센트는 초능력을 사용해 구해준다. 이 사건으로 그의 괴력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빈센트는 루시의 도움으로 바다를 건너 그 지역을 탈출한다.
빈센트는 여느 수퍼히어로들처럼 자신의 미스터리한 본질을 감추고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이다. 그러나 그의 작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이야기는 다른 수퍼히어로 영화들과 다르게 전개된다. 그가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그의 초능력이 아니라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그의 연약함이다.
그에게 세상을 구해야 할 동기도, 이유도 없다. 그저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여자 친구 루시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초능력이 이를 불가능하게 한다. 기이한 히어로 빈센트는 이 지점에서 할리우드의 수퍼 히어로들을 ‘전복’시킨다.
최소한의 접근 방식으로 빈센트의 삶을 그려 나가는 단순한 플롯에 러닝 타임도 74분에 불과하다. 극적인 음향 효과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도 초능력 장면들을 연출해 내는 살바도르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낭만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흥미롭고 색다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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