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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부조리와 반항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백인이지만,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를 말할 때 ‘부조리’를 떠올린다. 부조리는 원래 ‘이치에 맞지 않거나 도리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뮈의 부조리는 조금 다르다. 그의 부조리는 세계와 인간은 아무런 목적 없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삶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럼 살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를 유명하게 만든 소설 ‘이방인’은 1942년 작품이다. 그가 29세에 나온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한번은 들어 봤다는 첫구절은 이렇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을 무심하게 받아들인다. 눈물 한 방울 없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여인과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잔다. 그는 건달에 포주였던 이웃남자와 친하게 지낸다. 이웃남자는 자신의 아랍인 여자친구가 외도를 한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폭행한다. 그리고 여자 친구의 오빠인 아랍인과 다툰다. 이때 우연히 싸움에 말려든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 오빠를 총으로 죽인다. 여기까지가 1부다.   2부는 법정공방이다. 법정에서 뫼르소는 살인의 이유를 말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랍인 오빠가 칼을 빼들었기 때문에 총을 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렬한 햇빛’ 때문에 아랍인을 죽였다고 말한다. ‘아랍인이 빼든 칼에 비친 태양빛’이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원이나 교도소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당시에 프랑스인이 아랍인을 죽이는 것은 큰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은 그는 사형을 받는다.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동안 감옥에 신부가 찾아온다. 그는 신을 부정하며 신부를 내쫓는다. 그리고 한숨 잔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평화를 얻는다. 자신의 삶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세상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과 자신의 동질감을 발견한 순간,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된다. 그리고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카뮈는 인생과 세상의 부조리를 이야기 한다. 계속되는 세계대전과 비이성적인 세상 속에서 당시의 젊은이가 부조리를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부조리를 느끼는 인간은 결국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에 대한 카뮈의 대답이 “반항하는 인간”이다. 카뮈 스스로가 가장 좋아했다는 1951년 작품, ‘반항하는 인간’에서 그는 부조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이야기 한다.     어떤 사람은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자살한다. 대부분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그저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부조리하고 의미 없는 세상에서도 운명에 도전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반항적인 반응이다. 누구에게 반항할 것인가? 그는 독재자와 이토록 무의미한 세상을 신이 만들었다면 신에게 반항하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항할 것인가? 독재자에게 아니라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가는 세상을 만일 신이 만들었다면 신에게 반항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신을 조롱하듯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의미를 찾으란다. 그는 ‘반항하는 인간’에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이렇게 바꾼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외롭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부조리 반항 아랍인 여자친구 아랍인 오빠 알베르 카뮈

2023-10-12

[잠망경] Multiverse

2023년 3월 12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의 말레이시아 출신 ‘Michelle Yeoh’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95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 여성에게 주어진 여우주연상이다.   이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개봉됐다. 우주, ‘universe, 유니버스’가 맞닿아 이루어진 다중(多重)우주, ‘multiverse, 멀티버스’라는 천문학설을 토대로 한 공상과학 스토리!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다른 우주에서 현세의 나와 공존하는 나를 생각한다. 성능 좋은 컴퓨터의 힘을 빌려서 나의 삶에 대한 동시다발적 기억을 더듬어 순식간에 시공을 여행하는 정황을 상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엄청난 발상이다.   여주인공 ‘에블린’은 남편과 함께 미국에 이민 와서 빨래방, ‘laundromat’을 하는 성미가 거친 여자. 세금보고 문제로 ‘IRS, 국세청’에 불려간다. 남편 ‘웨이몬드’는 멀티버스의 비밀과 운용방식을 알고 있다.   에블린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편이 이혼 청구서류를 만지작거리는가 하면, 딸, ‘조이’가 레즈비언 애인을 집에 데려온다. 얼마 후 국세청 담당 요원과 조이마저 멀티버스의 대혼란에 참여한다.   영화는 급기야 초현실주의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부조리, ‘absurdity’의 극을 달리는 사건들이 꾸역꾸역 터진다. 아시아계 이민생활의 어려움과 엄마와 딸 사이의 ‘세대 간 갈등’이 황량한 실존주의와 을씨년스러운 허무주의를 넘나든다. 그렇구나! 멀티버스가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아무래도 니힐리즘에 봉착하는 위기를 모면하지 못할 것 같다.   급기야 딸 조이는 자신의 가장 근원적인 니힐리즘, ‘Everything Bagel’이라는 이름의 본색을 드러내며 엄마 에블린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베이글은 블랙홀이나 다름없는 무서운 파괴력과 허무(虛無)를 상징한다. 에블린은 딸의 니힐을 한사코 수호하는 똘마니들과숨 가쁜쿵푸 사투를 벌인다.   에블린은 무질서의 화신인 손녀딸 조이를 죽이라는 권고를 내리는 아버지의 꼰대스러운 발언에 강하게 저항하면서 캄캄한 베이글 속을 향하는 딸을 간절히 만류한다. 그리고 모녀는 서로를 얼싸안고 화해한다. 그들이 멀티버스의 광기와 부조리를 감싸 안는 순간이다.   이 장면을 두고 미동부에서 목소리가 큰 ‘Vox Media’는 ‘millennial parental apology fantasy’, 즉 밀레니엄에 일어나는 부모들의 ‘사과(謝過) 판타지’를 언급한다. 나는 이것을 2차 세계대전 후유증으로 매몰찬 삶을 살아온 부모들이 점차 노쇠하는 과정에서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집단적 현상으로 해석한다.   ‘absurdity, 부조리’의 형용사 ‘absurd’는 고대 불어와 라틴어에서 음정이 맞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남들과 함께 합창을 못 하는 상태다. 사나운 아내와 반항적인 딸 앞에서 웨이몬드는 말한다. “The only thing I do know is that we have to be kind. Please, be kind. Especially when we don‘t know what’s going on.” - “오직 내가 알고 있는 건 우리가 친절해야 한다는 거야. 제발 친절해 줘. 더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를 때는.” 친절이야말로 AI, 인공지능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인류의 뛰어난 속성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multiverse multiverse 멀티버스 absurdity 부조리 엄마 에블린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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