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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후보들 예선은 보릿고개…출마 봇물의 역설, 기부금 부담

“저희처럼 전통적인 지지와 지원이 부족한 소수계 후보들은 예선도 본선입니다. 예선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본선을 꿈꿀 수 없기 때문이죠.”   내년 3월 예선을 앞두고 남가주에 출마한 한 한인 후보의 호소다. 한인 사회에서는 정치력 신장에는 동의하면서도 재정적인 지원에는 힘을 모으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기서 흔하게 회자되는 논리가 바로 ‘예선 필생론’이다. 예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검증해야 주머니를 열겠다는 논리다.   한인들의 정치권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출범한 한인정치력신장위원회(회장 하기환, 위원장 김봉현, 박성수)도 예선 전까지는 예정된 모임이 없다. 지원을 요청하는 후보들에게도 ‘예선에서 살아돌아오라’는 말만을 남기고 있다.   김봉현 위원장은 “한정된 재원으로 여러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예선부터 나서기는 사실 어렵다”면서 “예선 통과로 가능성을 입증해야 최소한 설득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내부 정서를 전했다.   하지만 후보진영은 다른 생각이다. 가주 의회 내 한인 대변자를 주창하며 상원에 도전 중인 최석호 전 의원은 “소수계 후보로서는 예선도 본선만큼이나 중요하며 예선에 통과하지 못하면 본선 지원은 결국 의미가 없다”며 “기존 현역 의원들이나 이미 지원이 탄탄한 주류 후보들과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기도 어렵고 이기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고 실상을 전했다.   연방하원에 출마한 한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등 경기 영향과 한인 사회 여러 열악한 상환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지만 한인 후보들의 재정적인 주요 동력은 한인 기업과 독지가들이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가주 연방하원 34지구에 출마한 데이비드 김 후보는 “이제 한인 후보들도 그 숫자가 많아져 기부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이런 지원 작업은 주류사회처럼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주요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선에서의 경쟁력은 바로 유권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며 이는 인쇄물 등 홍보물을 더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LA 시의회 현역인 12지구 존 이 캠프는 10월 현재 30만 달러를 모금해 1위에 서있다. 현역 연방 하원의원들도 그나마 실탄이 두둑하다. 영 김 의원은 약 294만 달러를 모금해놨고, 미셸 박 스틸 의원은 역시 320만여 달러를 모아둬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했다.   하지만 세 번째 도전인 데이비드 김 후보는 10월 현재 6만여 달러를 모금한 상태여서 현역 의원에 맞서 힘겨운 예선을 치러야 한다. 데이브 민 후보도 역시 123만여 달러를 모았지만 실탄면에서는 경쟁 공화 후보에 소폭 뒤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0지구 그레이스 유 후보는 가장 먼저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고 총 18만여 달러를 모금해 경쟁 후보 중에 1위를 달리고 있다. 2,3위 추격이 맹렬하다.   한인 후보들의 선거 캠프와 활동원들의 푸념은 주로 돈과 관련이 있다. 한 캠프 매니저는 “항상 재정이 가장 많다고 당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낙선했을 때 가장 먼저 자탄하는 것은 ‘좀더 실탄을 모으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정치력 신장은 예선부터 하자는 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방의회 후보에 대한 지원은 개인별 3300달러로 예선과 본선 두 차례 할 수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가주는 5500달러, LA시는 900달러가 한도 액수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보릿고개 기부금 한인 후보들 예선도 본선 소수계 후보들

2023-12-21

보릿고개…푸짐한 집밥 한상이 건네는 칼칼한 위로

집밥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남이 차려준 밥상이라는데 아마도 이는 친정엄마의 집밥에 대한 눈물겨운 향수를 에둘러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날 그러니까 엄마의 정성 가득한 집밥 한상이 생각날 질 땐  LA한인타운 보릿고개(대표 정성희ㆍ주부권)만한 곳이 없다. 호랑이 담배피던 그 시절 애환이 느껴지는 식당명과 달리 25가지 반찬이 가득한 한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호강 하는 이곳은 한국에서부터 35년 넘게 식당업으로 잔뼈 굵은 정성희 오너 셰프의 손맛이 오롯이 녹아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보리밥 정식'은 LA에서 보기드문 한국에서도 남도밥상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자미식해 풋고추무침 우렁초무침 도토리묵 무침 꼬막 무침 취나물 시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별미 반찬이 상에 오른다. 여기에 보리밥 강된장 들깨 백숙 청국장까지 나오니 무더위에 지친 입맛 달래기에 이만한 밥상이 없다. 어디 이뿐인가. 직접 만든 김부각과 누룽지에 후식으로는 곶감말이와 매실차가 제공돼 귀한 손님 대접 제대로 받은 느낌이다. 가격은 1인당 28.99달러로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식당 물가를 생각하면 한끼 식사비로 지불할 만하다. 여기에 특별한 메뉴를 더하고 싶다면 정 셰프의 비법 레시피로 만든 LA갈비 돼지갈비 조기구이 양념 게장 보쌈 등도 주문할 수 있다. 보리밥 정식에 포함된 인기 메뉴인 들깨백숙 청국장 녹두전 도토리묵 무침 등은 단품으로도 주문 가능하다.     정 대표는 "보릿고개는 전라도 한정식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며 "다행히 LA에서도 한국산 나물과 제철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 메뉴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식재료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니 조리법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강원도 토속음식인 가자미식해의 경우 강원도 전통 조리법인 조밥으로 만들며 김부각도 정 셰프의 특급 비법으로 제조된 홈메이드 메뉴. 무엇보다 보릿고개의 가장 큰 미덕은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긴 건강 밥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픈 초기엔 '맛이 밋밋하다' '간이 약하다' 등의 평도 있었지만 요즘은 'LA한인타운에서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제대로 된 한식 밥상을 만나게 돼 너무 반갑고 고맙다'며 부부에게 인사를 전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LA에서 보기드문 한정식으로 인해 보릿고개는 입소문을 타고 LA한인타운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고향 밥상이 그리운 시니어들부터 타인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보릿고개를 찾는다. 덕분에 식당이 붐비는 날이면 '웨이팅'도 각오해야 한다. 가격은 보리밥 정식이 1인당 28.99달러 LA갈비와 돼지갈비 돼지보쌈이 39.99달러 굴비는 29.99달러다. 오픈 시간은 주 7일 오전 11시~오후 9시까지다.       ▶주소: 3464 W 8th St, LA. CA 90005   ▶문의:(213)388-8818   사진= 보릿고개 제공    ━   "식재료와 맛에 타협이란 없죠"           정성희·주부권 대표 인터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랄까 열정이 느껴지는 이들 부부에게 식당업은 단순한 돈벌이처럼 보여지지 않았다.     주 대표는 "나이들면서 우리 부부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그래서 지난해 작정하고 한국에 유명하다는 한식당을 투어하면서 보릿고개 식당 컨셉을 잡고 메뉴를 개발해 지난해 11월 오픈했다"고 설명한다.   강원도 주문진이 고향인 정 대표는 35년 전 강릉에서 첫 식당을 개업한 이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식당업을 하고 있다. 2009년 춘천에 오픈해 전국 맛집으로 소문난 '정성희의 동해막국수' 퇴계동 본점을 현재 직영중에 있다. 그리고 부부는 2015년 LA한인타운에 '형제갈비'를 오픈했고 2018년 웨스턴가에 '정성희의 동해막국수' LA직영점 2020년엔 '춘천닭갈비'를 오픈해 운영 중에 있다.     주 대표는 "아내는 음식에 있어서만은 타협을 모르는 원칙주의자"라며 "식재료도 신선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고 음식이 맛없으면 그자리에서 버리고 새로 만들만큼 철저하다"고 귀띔한다.     부부는 현재 사진작가와 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주 대표는 사진작가로 정 대표는 지금까지 전시회를 두 차례나 열만큼 열정 가득한 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부는 "한인 고객들의 사랑과 잔소리로 지금까지 식당을 키워올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사랑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만들기위해 노력하는 것 아니겠냐"며 활짝 웃었다.     이주현 객원기자보릿고개 한상이 la한인타운 보릿고개 대표 정성희 들깨백숙 청국장

2023-08-23

[이 아침에] 여보게, 젊은이

“어머, 오늘 새로 온 애기구나. 이리 와.”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왔습니다.”     “애기야. 잘 왔다. 저쪽 큰 언니한테 가서 인사하고 와.”     첫날 엄마가 간 양로 보건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올해 80세인 엄마를 애기로 부른 두 할머니는 92세와 96세다. 그리고 큰언니라고 불린 휠체어에 탄 어르신은 올해 104세다.  큰언니와 엄마는 24살 차이 띠동갑이다. 20대 초에 첫 아이를 낳았던 시대에 사셨으니 거의 부모뻘이다.   고령화 시대다. 의학 기술의 발달, 생활 수준의 향상과 질 높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과 노력 등으로 수명이 많이 연장되었다.     어려서 성대하게 치러진 환갑잔치에 초대받아 가서 잘 먹고 온 기억이 있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늘어 환갑잔치를 크게 하지 않아서 엄마와 시부모님의 환갑잔치도 가족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지냈다.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동년배도 만나고 여가 활동도 하고, ‘젊은이, 아직 얼굴이 곱구먼“이라는 진심이 담겨 있는 말도 듣기에 엄마는 센터에 가는 걸 즐겨한다.   한번은, 센터에서 칠십 대에서 백 세를 어우르는 나잇대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주로 하느냐고 물었다. ”만나면 할 얘기 많지. 일제 강점기에 한 사 오리씩 걸어서 학교에 다닌 이야기며, 좋은 일본인 선생도 가끔 있었지만, 악질 일본인 선생 밑에서 공부한 얘기며, 8·15 광복과 6·25 사변 때 피난 간 얘기부터, 봄마다 있었던 보릿고개 이야기에,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이 될 당시 선거 이야기며. 할 얘기가 왜 없어. 끝이 없지.“     팔십이 넘으면 미모와 학력이 평준화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릴 적 이야기가 대화의 메인 주제인 걸 보면 사회적 지위까지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이분들은 학교 다닐 때 시험에 나올까 봐 부지런히 외우던 파란만장한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를 직접 몸으로 사신 분들이다. 또한, 일찍 미국에 이민 와 여러 방면에서 처음으로 물꼬를 트신 분들이기도 하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먼저 와서 길을 여신분들이 있기에 뒤에 온 우리는 이미 다듬어진 길로 가는 문만 열면 되었다. 한국 이민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이렇게 생업인 식당에서, 가게에서, 사업체에서,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주류사회에서도 한인들은 근면 성실하다고 알려져 있다.     바야흐로 백세 시대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읽어간다고들 한다. 이들은 여유롭게 익어가신 분들이다. 호흡이 끝나는 날까지 몸과 정신이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젊은이 보릿고개 이야기 양로 보건센터 한국 이민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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