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문장으로 읽는 책]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내가 존재, 그러니까 무(無)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한 것은, 아득한 옛날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은 내가 ‘사람’이 된 날이었다. 무의 아우라가 없는 것은 아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령기 전인 것은 확실하지만, 4살이었는지 혹은 6살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나는 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느 곳을 걷고 있었고, 그 사이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청명한 야밤으로 별들이 많았다. 죄다 익숙한 존재물로, 바로 이 ‘존재라는 틈’의 틈입이 아니라면 아예 언급할 일이 없는 범상한 것들이었다. 나는 별(들)을 쳐다보았는데, 그 순간, 무엇인가가 내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이상한 말이지만 그것은 ‘무’, 무의 가능성이었다.  나와 내 어머니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없었을 수도 있었고, 없어질 수도 있으리라는 절절하고 공포스러운 체감이었다, 존재의 틈으로 무가 번개처럼 찾아들던 순간이었다. 내가 비로소 사람이 된 날이었다. 내게 ‘영혼’이 생긴 날이었다.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제도권 대학을 떠나 30년 가까이 인문학 공동체와 공부 모임을 이끌고 있는 철학자·시인 김영민의 책이다. ‘무가 찾아온 날, 영혼이 생긴 날’이라는 제목의 윗글에 저자는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는 『팡세』의 문장을 달았다. ‘공부의 철학자’로 유명한 저자는 수행자처럼 공부하고 실천하는 삶을 강조한다. 그에게 공부란 “매사에 진짜를 구하는 애씀” 혹은 “스스로 밝아지는 것이고, 그 덕으로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사는 일”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생활 철학 공부 모임 시인 김영민 무가 번개

2023-11-29

‘말만 번개 배송’ 온라인 마켓 고객 불만 증가

# 온라인 마켓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이용해 회사 동료 몇몇과 함께 회사로 식품을 주문한 이준희씨. 익일 배송으로 월요일에 주문한 식품은 토요일에 도착했다. 이씨는 “냉동식품 주문인데 드라이아이스가 아닌 얼린 물병이 들어있고 냉동식품이 모두 녹아있어 결국 버렸다”며 “배송조회 번호도 오지 않아 배송 확인을 못 했고 고객센터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 연락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는  배송 광고에 무료 배송 한도 금액까지 꽉 채워 식품을 주문한 신수아씨. 배송일 하루를 넘어 5일이 됐지만, 아직 물건은 도착하지 않았다. 신씨는 “말로만 번개 배송이지 늦은 배송에 대한 안내도 없고 고객 서비스에 전화해도 통화되지 않았다”며 “빠른 배송과 배송비를 절약하려고 예산보다 많이 주문했는데 고객서비스도 엉망이어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한국 식품 온라인 마켓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불만 사항은 늑장 배송이다. 빠른 배송을 표방하지만 약속한 배송일보다 지연되고 냉동식품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업체는 배송조회 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늦은 배송에 대한 안내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고객서비스에 연락해도 전화 통화가 되지 않거나 늦은 배송에 대한 조치가 없고 대처 방식 규정도 거의 없어 서비스가 심각한 수준이다.     한 온라인 마켓에서 식품을 주문한 한인은 “UPS가 사람이 없다며 식품을 도로 가져간 후 조정된 배송일이 며칠 뒤였다”며 “업체에 항의했지만, UPS 책임이라는 말만 하고 책임 전가만 했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한국 식품을 배송하는 업체는 울타리몰, 꽃피는 마을, 한품, 오모나, 감자바우, 로켓카트, 남도장터US, 김씨마켓, H마트, 한남체인, 온디맨드 등 약 15곳에 이른다.     이들 온라인 마켓 업체들이 가장 집중하는 마케팅은 바로 ‘배송’이다. 온라인 마켓을 이용하는 대부분 고객은 현관 문 앞에 식품이 배달되는 편한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빠른 배송’에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40달러부터 최대 200달러까지 일정 금액의 제품을 주문해야 한다.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하는 한국산 식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평도 많다.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하는 일부 식품은 한인 마켓에서도 판매되지만, 가격이 높은 경우도 있다.     또 세일하는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할인해 정상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한 온라인 마켓 이용 고객은 “한국식품 온라인 마켓이 늘어 소비자들도 배송 정책, 식품 가격, 고객서비스를 비교하기 시작해 리뷰가 좋지 않은 업체는 결국 외면할 것”이라며 “고객 불만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곳은 단합해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영 기자온라인 번개 온라인 마켓 배송조회 번호 현재 온라인

2022-10-05

[아름다운 우리말] 번개와 반디

하늘에는 몇 마리의 ‘개’가 있냐는 넌센스 퀴즈가 있습니다. 하늘에 무슨 개가 있을까 하겠지만 어휘 속에 ‘개’라는 말이 들어가는 말이 있습니다. 답은 세 개입니다. 바로 무지개, 안개, 번개입니다. 생각보다 하늘과 땅 사이에 개가 많네요. 여기서 개는 물론 접미사입니다. 따라서 ‘무지, 안, 번’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어원을 밝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원연구가 참 어렵죠.   그래도 그중에서 번개는 특징이 분명해서 수수께끼를 풀기에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번개는 우레가 치기 전에 섬뜩한 빛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따라서 번개는 빛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풀어서 말하자면 번개는 빛인 것입니다. 번개의 번이 빛이라는 증거는 의태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의태어는 원래 갖고 있는 의미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 의태어 ‘번쩍’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빛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번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번쩍이는 불꽃’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번쩍’이 보이네요. 번개는 번쩍과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두 말 사이에는 ‘번’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순식간에 빛이 났다가 사라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번의 ‘어’는 큰 느낌입니다. 강렬하고 두려운 느낌도 있습니다. 번개에서 우리는 빛에 해당하는 말, 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반디는 번개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반디는 ‘반딧불잇과의 딱정벌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설명하자면 반딧불이가 그대로 반디인 셈입니다. 반딧불이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빛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불’이라는 말이 없어도 이미 반디에는 빛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불은 나중에 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디 그 자체가 빛 벌레인 셈입니다.   반디가 번개와 관련이 있다는 실마리는 다시 번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번쩍과 닮은 말이 바로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번쩍번쩍과반짝반짝이라는 말이 짝을 이룹니다. 우리말 의태어는 모음을 바꾸어서 세밀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반짝 역시 빛의 모습입니다. 즉 반짝의 반도 빛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짝은 번쩍에 비해서 가벼운 느낌입니다. 모음 ‘아’가 가볍고 맑고 밝은 느낌을 나타냅니다. 반짝에서는 빛의 밝기가 밝다는 의미가 아니라 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라는 의미입니다. 반짝과 반디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쩍과 번개가 어울리듯이 말입니다.     우리말 번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빛입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엄청난 힘과 에너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빠른 속도를 표현하기도 하지요. 번개처럼 빠르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반면에 반디는 여름철 풀밭을 날아다니며 반짝이는 빛입니다. 낭만적이네요. 풀숲에서 반디를 발견하고 너무나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네요. 옛날에는 반딧불에 책을 읽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달빛과 반딧불에 책을 읽으려는 마음만은 귀하게 느껴집니다. 책의 글씨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으니 혹시 읽는 게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빛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비읍’으로 시작하는 말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번개와 반디, 번쩍과 반짝, 빛과 볕 등이 있습니다. 빛과 볕도 같은 어원으로 보입니다. 다만 볕에는 온도가 느껴지지요. 빛은 우리말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과 느낌으로 살아있습니다. 번개와 반디의 거리만큼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번개 반디 우리말 번개 우리말 의태어 달빛과 반딧불

2022-01-3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