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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번개와 반디

하늘에는 몇 마리의 ‘개’가 있냐는 넌센스 퀴즈가 있습니다. 하늘에 무슨 개가 있을까 하겠지만 어휘 속에 ‘개’라는 말이 들어가는 말이 있습니다. 답은 세 개입니다. 바로 무지개, 안개, 번개입니다. 생각보다 하늘과 땅 사이에 개가 많네요. 여기서 개는 물론 접미사입니다. 따라서 ‘무지, 안, 번’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어원을 밝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원연구가 참 어렵죠.
 
그래도 그중에서 번개는 특징이 분명해서 수수께끼를 풀기에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번개는 우레가 치기 전에 섬뜩한 빛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따라서 번개는 빛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풀어서 말하자면 번개는 빛인 것입니다. 번개의 번이 빛이라는 증거는 의태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의태어는 원래 갖고 있는 의미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 의태어 ‘번쩍’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빛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번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구름과 구름,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번쩍이는 불꽃’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도 ‘번쩍’이 보이네요. 번개는 번쩍과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두 말 사이에는 ‘번’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순식간에 빛이 났다가 사라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번의 ‘어’는 큰 느낌입니다. 강렬하고 두려운 느낌도 있습니다. 번개에서 우리는 빛에 해당하는 말, 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반디는 번개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반디는 ‘반딧불잇과의 딱정벌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설명하자면 반딧불이가 그대로 반디인 셈입니다. 반딧불이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빛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불’이라는 말이 없어도 이미 반디에는 빛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불은 나중에 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디 그 자체가 빛 벌레인 셈입니다.
 
반디가 번개와 관련이 있다는 실마리는 다시 번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번쩍과 닮은 말이 바로 ‘반짝’이기 때문입니다. 번쩍번쩍과반짝반짝이라는 말이 짝을 이룹니다. 우리말 의태어는 모음을 바꾸어서 세밀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반짝 역시 빛의 모습입니다. 즉 반짝의 반도 빛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짝은 번쩍에 비해서 가벼운 느낌입니다. 모음 ‘아’가 가볍고 맑고 밝은 느낌을 나타냅니다. 반짝에서는 빛의 밝기가 밝다는 의미가 아니라 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라는 의미입니다. 반짝과 반디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번쩍과 번개가 어울리듯이 말입니다.  
 
우리말 번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빛입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엄청난 힘과 에너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빠른 속도를 표현하기도 하지요. 번개처럼 빠르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반면에 반디는 여름철 풀밭을 날아다니며 반짝이는 빛입니다. 낭만적이네요. 풀숲에서 반디를 발견하고 너무나 좋아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네요. 옛날에는 반딧불에 책을 읽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달빛과 반딧불에 책을 읽으려는 마음만은 귀하게 느껴집니다. 책의 글씨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으니 혹시 읽는 게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빛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비읍’으로 시작하는 말이 많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번개와 반디, 번쩍과 반짝, 빛과 볕 등이 있습니다. 빛과 볕도 같은 어원으로 보입니다. 다만 볕에는 온도가 느껴지지요. 빛은 우리말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과 느낌으로 살아있습니다. 번개와 반디의 거리만큼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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