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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꿈에나 님을 볼려 -호석균(생몰연대 미상)

꿈에나 님을 볼려 잠 이룰까 누웠더니   새벽달 지새도록 자규성(子規聲)을 어이하리   두어라 단장(斷腸) 춘심(春心)은 너나 나나 다르리   -청구영언    이별의 아픔은 예술로 남고   임이 떠나신 후 그리운 마음을 참을 길 없다. 꿈에서라도 임을 보려고 잠을 청하였는데, 밤새도록 두견새가 울어 잠을 이룰 수 없다. 두견은 짝을 찾아 운다고 하니 애끊는 그 마음이야 너나 나나 다르겠는가.   호석균(扈錫均)의 호는 수죽재(壽竹齋)이며, 안민영과 함께 운애산방(雲崖山房)에 출입하던 가객이었다. 운애산방은 당대 풍류가객으로 이름 높던 박효관이 흥선대원군의 후원으로 필운대에 만든 장소였다. 이곳에서 19세기 후반의 수준 높은 가곡이 다듬어졌다. 따라서 호석균은 당대의 가객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의 한 생애는 이별의 연속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단장(斷腸)의 아픔이지만 그 슬픔은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범죄의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공자는 애이불상(哀而不傷)이라 하였으니 아무리 슬퍼도 몸과 마음을 상하지는 않아야 할 일이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미상 당대 풍류가객 예술 작품

2023-09-08

[시조가 있는 아침] 눈물이 진주라면 -김삼현(생몰 연대 미상)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싸두었다가 십 년 후 오신 님을   구슬 성에 앉히련만 흔적이 이내 없으니   그를 설워 하노라   -가곡원류 증보본   변하지 않는 사랑의 정서 참으로 아름다운 서정시다. 만일 흘리는 나의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싸서 두리. 님 떠나신 후 10년 동안 흘리는 눈물을 모으면 구슬 성이 되지 않겠는가? 그 아름다운 성에 기다리던 고운 님을 모셔 앉히련만 눈물은 흘리면 이내 흔적 없이 말라 버린다. 그것이 오직 서러울 뿐이다.    옛사람의 정서는 이토록 간절하였다.     이 시조를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김삼현은 조선조 숙종 때에 정삼품 절충장군을 지냈다. 벼슬에서 물러난 뒤 장인 주의식과 더불어 자연을 벗 삼고 산수를 즐기면서 시 짓는 일로 세월을 보냈다.     시조 여섯 수가 전하는데, 그의 시풍은 낙천적이고 명랑하다.   이 작품의 감각은 현대인이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따라서 작사가 김양화씨가 가요풍으로 가사를 조금 손보고 박춘석씨가 곡을 붙여 이미자씨가 노래했다. 그 노래의 1절은 이러하다.   “눈물이 진주라면 눈물이 진주라면/ 행여나 마를세라 방울방울 엮어서/ 그 님 오실 그날에 진주 방석 만들 것을/ 지금은 눈물도 다 흘려서 흔적만 남아 있네.”   사랑과 이별, 기다림에 대한 고인(古人)의 정서와 현대인의 정서가 흡사하지 않은가?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김삼현 눈물 진주 방석 연대 미상 구슬 성에

2022-06-29

매화 옛 등걸에 - 매화(생몰연대 미상)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자존감 높았던 조선 기생들   매화는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는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이다.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기도 하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들이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의 기생들은 신분 규제에서 벗어나 시인을 비롯해 뛰어난 예인이 많았다. 명기의 자존심 또한 높았다. 송이(松伊)라는 기생이 역시 자신의 이름에 빗대 쓴 시조 한 수를 읽는다. 나는 깎아지른 절벽의 낙락장송이니 나무꾼의 낫 같은 것으로는 걸어볼 생각도 말라는 기개가 고고하기만 하다.   솔이 솔이라 하여     무슨 솔만 여기는다   천심(千尋) 절벽에     낙락장송 내 긔로다   길 아래 초동의 접낫이야     걸어볼 줄 있으랴 유자효 / 시인매화 미상 조선 기생들 자기 이름 신분 규제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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