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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영화박물관, 윤여정 회고전…'화녀' '미나리' 등 8편 상영

영화산업의 정수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이 한국의 대표 배우 윤여정(사진)을 특별 조명하는 회고전을 연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윤여정의 반백 년 연기 인생을 조명하는 상영 프로그램 ‘윤여정: Youn Yuh-jung’을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9일간 연다고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1일 전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윤여정이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작품 ‘미나리(2020)’를 시작으로 데뷔작 ‘화녀(1971)’, ‘계춘할망(2016)’, ‘하녀(2010)’, ‘바람난 가족(2003)’, ‘죽여주는 여자(2016)’, ‘고령화 가족(2013)’,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등 8편을 상영한다.   윤여정은 17일과 18일 이틀간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을 찾아 현지 관객들을 만난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홈페이지에 회고전을 소개하면서 “한국 영화사에서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배우 윤여정의 회고전을 통해 50여년 동안 그가 빚어낸 놀라운 작품들을 기념하는 시리즈를 선보이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많은 배우에게 상징적인 인물이자 롤모델인 윤여정은 자신이 연기하는 각 캐릭터에 대한 대담하고 솔직한 인식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며 “이번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해 영화적 유산에 기여한 윤여정의 다양한 작품들을 조명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이 한국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한국 영화 상영 시리즈’의 일환으로, KF가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윤여정 아카데미영화박물관 윤여정 이틀간 아카데미영화박물관 화녀 미나리

2024-05-02

[문장으로 읽는 책]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미나리를 다듬으며 거머리를 대담하게 떼어버리던 어머니의 야무졌던 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다듬고 난 미나리 뿌리를 버리지 않고 예쁜 항아리에 물을 받아 담가두셨지. 그게 다시 잎이 올라와 겨울의 방 안을 연두색으로 생기 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끊어서 먹기도 했다. 알뜰했던 어머니, 아니 그 시절 엄마들은 다 그러셨지. 뿌리의 생명력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던 마음이 읽힌다.   호원숙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박완서 작가 10주기를 맞아 그의 딸 호원숙 작가가 쓴 ‘엄마 박완서의 부엌’이다. 음식 만드는 일에 정성스러웠던 박완서의 부엌은 문학의 산실이었다. 딸은 미나리를 다듬던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 생명력을 닮은 박완서 소설 ‘창밖은 봄’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자고 깨면 춥고, 자고 깨면 여전히 춥건만 설마 내일은 풀리겠지, 설마 겨울 다음엔 봄 안 올까, 하는 끈질긴 낙천성만이 그들의 것이었다.”   딸은 오늘도 어머니를 쫓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다. 경건한 의례처럼 쌀을 씻는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부엌의 물을 내리면서 전원을 켜듯이 하루를 시작했다. 아무리 곤고한 날에도, 몸이 찌뿌드드한 날에도, 눈이 게슴츠레 떠지지 않을 때도, 부엌 싱크대 앞에만 서면 살아났다. 쌀을 꺼내어 물에 씻으면 그 감촉과 빛깔이 질리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어도 지루하지 않은, 그것이 무슨 힘인지는 나도 모른다. 밥심으로 산다고들 하지만 나는 쌀 씻는 힘으로 사는 것도 같다.” 매일 반복되는 뻔한 일, 쌀 씻는 일, 그게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얘기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완전 사랑 엄마 박완서 박완서 소설 미나리 뿌리

2023-05-24

웃고 우는 가족 이야기…공감과 교감의 시간

마더스데이를 기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해와 공감’이다. 자신을 낳아주신 엄마-어머니, 사실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기에 자식은 관심과 사랑을 당연하게 여길 때가 많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떤 말썽을 피워도 돌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 엄마-어머니다. 하지만 엄마-어머니의 지나온 삶과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막상 생각나는 것이 없다. 엄마-어머니로 불리기 전 한 개인이요 사람 그 자체였다. 영화는 그분들의 삶의 단편을 간접 체험하게 해준다. 마더스데이 우리네 엄마-어머니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영화를 찾아봤다.     ▶미나리   2020년 개봉한 영화 미나리는 미국에 사는 한인이라면 꼭 한번 봐야 할 영화다. 이 영화는 할머니 연기로 호평을 받은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탔고, 영화 자체가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힘은 이야기다. 한인 2세 정이삭 감독이 1980년대 아칸소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인 가정을 다룬 이야기다. 부부인 제이콥(스티븐 연역)과 모니카(한예리역)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민 정착 실패 후,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역)와 딸 앤(노엘 조역)과 함께 아칸소 시골 농장을 일구며 재기를 꿈꾸는 내용이다. 순자(윤여정역)가 한국에서 오면서 한인 2세와 외할머니의 교감도 다뤘다.   특히 이 영화는 한인 1세대와 2~3세대 모두 미국 땅에 살아온 가족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우리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았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많은 코리안 아메리칸이 ‘눈물이 올라와 못 볼 것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안다. 한인 이민자 가정의 삶이 미국의 보편적 정서도 일깨운다.     미나리는 우리네 이야기가 할리우드, 미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한인 1세대 부모를 위한 헌사,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으로 자라난 2세대의 이야기. 마더스데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보면 …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수상한 그녀   흰머리 난 어머니들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갱년기를 지나면서 ‘왕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반추하는 어머니를 볼 때면 대응 방법을 찾기 어렵다. 2014년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10년이 다 되도록 추억, 웃음, 감동을 주는 영화로 회자된다.   중년 어머니들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면 10~30대 젊은 날의 전성기 시절 사진이 종종 올라온다. ‘나 다시 돌아갈래~!’는 아니지만 강렬한 추억을 소환하고 싶은 바람이다.     영화 속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역)은 가족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처하자 충격을 받는다. 무작정 집을 나와 방황하던 중 한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는다. 삶의 끝자락을 받아들이던 오말순 할매의 삶은 이때부터 극적으로 변한다.   스무살 무렵 나이로 변한 오말순, 아니 오두리(심은경역)는 21세기 제2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몰라보는 친구들과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새 인생을 살리라 다짐한 오두리지만 결국 아들과 손자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이 다소 유치할 수 있지만 나문희, 심은경,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등 주·조연의 재미난 연기로 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국제시장   한국전쟁부터 IMF까지, 1940~1960년대 태어난 세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국가부도까지 온몸으로 견뎌냈다. 이 시기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도 교육과 여성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말 그대로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견뎌낸 어머니다.     국제시장은 얼핏 미국의 대표 영화가 된 ‘포레스트 검프’와 이야기 흐름이 비슷하다. 한국 근현대 시대별로 우리네 부모가 겪은 먹고 살기 위한 투쟁,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영화에 담았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아버지 덕수(황정민역)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나 가족 건사에 평생을 바친다. 서독 광산으로 일하러 떠나 외화를 벌어 한국으로 보냈고, 그곳에서 역시 간호사 출신 영자(김윤진역)를 만나 ‘속도위반’ 덕에 가정을 꾸린다.     가장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진 덕수와 그를 내조하는 영자의 삶은 그 시기를 살아온 모든 부모를 대변한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참전용사는 한인사회와도 깊게 연관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다시 미국 이민 길에 올라 억척스러운 삶의 의지로 자녀의 미래를 만들어줬다.     국제시장은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LA와 뉴욕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억지스러운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네 부모의 삶이 겹쳐 외면하기 힘들다.       ▶82년생 김지영   80년대 태어난 신세대 엄마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꿀을 그대로 맛본 세대다. 이들은 이전 어머니 세대와 비교해 교육도 잘 받았다. 아버지의 사랑도 ‘딸바보’라는 말처럼 남자 형제보다 예쁨도 더 받았다. 어머니 세대가 볼 때 ‘나의 분신이자 자랑’인 셈이다.   80년대생 신세대 여성이 어른이 된 세상은 어떨까. 82년생 김지영은 2000년 이후 한국 여성, 엄마의 삶을 조명한다.   1982년생인 지영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남편 대현(공유역)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사랑하는 딸도 낳았다. 하지만 지영도 ‘한국 며느리’란 꼬리표를 떼낼 수 없다. 시시콜콜 간섭하는 시어머니의 모습, 모른 척 착한 남편 역할만 유지하는 대현, 거기에 시누이까지.   신세대로 자란 지영도 한국 며느리가 겪는 스트레스를 대물림받은 모습이다. 시댁의 간섭, 직장 내 성차별, 육아의 힘겨움은 아무리 자존감 강한 여성이라도 버티기 힘들다. 영화는 지영의 모습으로 80년대생 여성의 삶과 고민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영화 개봉 당시 페미니즘 논란이 일 정도로 남성과 여성의 평이 나뉜 작품이기도 하다. 마더스데이를 맞아 손녀-엄마-할머니가 각자의 시대와 삶의 가치관을 꺼내볼 수 있는 영화로 손색없다. 김형재 기자이야기 시간 좌충우돌 이야기 영화 미나리 우리네 이야기

2023-04-30

[음식과 약] 봄 미나리 향기, 그 맑고 싱그러운

미나리에는 봄의 향기가 가득하다. 공심채처럼 속이 빈 줄기를 살짝 데쳐 입에 넣고 씹으면 아삭하면서 싱그럽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은 미나리의 맑고 시원한 향기가 피톤치드를 구성하는 물질과 닮았다고 설명한다. 숲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 마음을 정화하는 듯 울려 퍼지는 바로 상쾌한 향기다.   미나리의 이런 강한 향미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도 많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싫어하기도 한다. 냄새 감각은 유전적 차이가 크다. 진화생물학 박사이며 저술가인 밥 홈즈는 사람의 냄새 수용체가 약 400개이지만 이들 중 30%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미나리를 맛보고 봄의 향기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휘발유 냄새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고수에서 풀 향기를 느끼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비누와 벌레를 연상하며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미나리가 사람을 위해 이런 향기물질을 만드는 건 아니다. 미나리에게 향기물질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저항 수단이다. 그래서 산이나 들판에서 자란 돌미나리에는 편안한 환경에서 자란 미나리보다 향이 더 강하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2년 전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아서 화제가 됐던 영화 ‘미나리’에 나온 대사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을 정도로 인상 깊은 한마디였다. 영화에서 그려낸 것처럼 낯선 이국에서 정착하려는 한국인 가족의 삶에는 고난이 가득했다. 본래 고국을 떠난 이민자의 삶이란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든 뿌리 내리려고 애쓰는 미나리와 비슷하다. 겉으로 보기에 미나리는 그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식물로만 보인다. 하지만 미나리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주변의 위협과 맞서 싸우기 위해 향기 물질을 만들어내고 환경과 씨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미국인의 눈에 먹어 본 적 없는 영화 속 미나리는 생소한 식재료이다. 몰라서 그럴 뿐이다. 그들에게 익숙한 당근, 셀러리, 딜, 쿠민, 회향(펜넬)이 전부 미나릿과 식물로 한 가족이다. 인간은 국적을 따지지만 식재료가 되는 식물에 그런 경계란 있을 수 없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지역 식문화마다 다르게 구분해놓았다고 해도 결국 음식이란 인간이 보편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은 게 당연하다.   영화 ‘미나리’ 속 이민 가족의 삶을 보면서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것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그런 보편성 때문이다.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모두 미나리처럼 고난 속에서도 뿌리내리고 삶을 살아간다. 그 가운데 우리가 만들어내는 삶의 냄새가 봄철 미나리처럼 싱그럽고 상쾌한 향기로 느껴지길 바랄 뿐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미나리 향기 미나리 향기 미나리가 사람 봄철 미나리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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