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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무명씨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섰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손으로 흰 구름 가리키고   말 아니코 간다   -청구영언 진본   그리운 탈속의 경지     작가를 알 수 없는 이 시조는 문맥을 초월한 즉흥적 직관적 세계와 만나게 한다. 즉 다리 위에 중이 가니까 물 아래 그림자가 지는 게 아니라, 물 아래에 그림자가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논리적으로는 모순 어법이지만 자연을 앞세우고 인간을 뒤로 세운 것이다.   저 스님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물어보아도 말 아니하고 손으로 흰 구름을 가리키니 그야말로 탈속의 경지라고 하겠다. 이 스님은 혹시 안거(安居)에 들 수행처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안거는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 생긴 것인데, 인도에서는 우기(雨期)에 땅속의 작은 동물들이 기어 나오기 때문에 길을 걸어 다니다 보면 그것들을 밟아 죽일 염려가 있고 또 각종 질병이 나도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제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기의 3개월은 다니는 것을 중지하도록 설하신 것이 안거의 시작이다.     우리나라는 혹서기와 혹한기가 있는 나라여서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를 하안거, 시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를 동안거로 해서 스님들이 산문 출입을 자제하고 수행에 정진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그림자 무명씨 아래 그림자 정월 보름 석가모니 부처님

2022-05-18

[시조가 있는 아침] 벽오동 심은 뜻은 -무명씨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가   기다려도 아니온다 무심한 일편(一片) 명월이   빈 가지에 걸렸어라   -병와가곡집   봉황은 어디쯤 오고 있나   봉황은 상서로운 길조다. 대통령 휘장으로도 쓰인다. 성인군자가 나타날 때만 오동나무 동산에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다. 푸른 오동나무를 심은 뜻은 봉황새가 와서 깃들기를 바라는 것이었는데, 부덕한 내가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무심한 한 조각 밝은 달만 빈 나뭇가지에 걸렸구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시조의 작자는 어지러운 현실을 구원해 줄 성인군자가 출현해 주기를 고대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성현은 아니 오고 한 조각 무심한 달빛만 비치고 있으니 그것은 당초에 부질없는 꿈이었던가?   혼탁한 이 시대, 지금도 이러한 심경으로 어지러운 현실을 탄식하며 진정한 지도자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시가(詩歌) 박씨본(朴氏本)에는 이세보가 지은 유사한 작품이 전한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 올까 하였더니/ 봉황은 아니 오고 오작(烏鵲)만 날아든다/  동자야 오작 날려라 봉황 오게.”   기다리는 봉황은 아니 오고 까마귀와 까치만 날아든다니, 지금 우리의 현실에는 이 노래가 오히려 더 어울릴 듯하지 않은가?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벽오동 무명씨 오동나무 동산 대통령 휘장

2021-12-29

[시조가 있는 아침] 말로써 말이 많으니 -무명씨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청구영언 진본   향기를 품은 말   옛시조에는 삶의 지혜가 되는 노래가 많이 있다. 이 작품도 널리 불렸으나 안타깝게도 작자를 모른다. 어쩌면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구전되며 시조로 정착됐을 수도 있다.   인간 세상의 시비는 대체로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자신의 허물은 잘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은 크게 보인다. 또 듣지 않는다고 남의 말을 너무도 쉽게 한다. 그러나 내가 남의 말을 하면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남도 내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는 설화(舌禍)로 하여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니 말을 삼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격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와 관련한 질문에 이 시조로 답을 대신한 적이 있다. 어떤 사안에 말을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을 낳아 사태를 키울 수 있으니 아예 말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말의 성찬이 화려하다. 여기에는 상대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언론인 이청수 선생의 저서에 ‘민주주의란 나무는 말을 먹고 자란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말은 꼭 필요하지만 품위 있는 말, 향기가 풍기는 말을 듣고 싶다. 유자효 / 시인무명씨 한민구 국방부 언론인 이청수 대통령 선거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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