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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말로써 말이 많으니 -무명씨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청구영언 진본


 
향기를 품은 말
 
옛시조에는 삶의 지혜가 되는 노래가 많이 있다. 이 작품도 널리 불렸으나 안타깝게도 작자를 모른다. 어쩌면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구전되며 시조로 정착됐을 수도 있다.
 
인간 세상의 시비는 대체로 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자신의 허물은 잘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은 크게 보인다. 또 듣지 않는다고 남의 말을 너무도 쉽게 한다. 그러나 내가 남의 말을 하면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남도 내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는 설화(舌禍)로 하여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니 말을 삼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격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와 관련한 질문에 이 시조로 답을 대신한 적이 있다. 어떤 사안에 말을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을 낳아 사태를 키울 수 있으니 아예 말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말의 성찬이 화려하다. 여기에는 상대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언론인 이청수 선생의 저서에 ‘민주주의란 나무는 말을 먹고 자란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말은 꼭 필요하지만 품위 있는 말, 향기가 풍기는 말을 듣고 싶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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