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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꽃봉오리’?, ‘꽃봉우리’?

다음 중 표기가 바른 것은?   ㉠ 꽃봉우리 ㉡ 꽃멍울 ㉢ 산봉오리 ㉣ 몽우리   이제 곧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봄꽃의 개화와 관련한 낱말을 가지고 문제를 만들어 봤다.   ㉠‘꽃봉우리’는 맞는 말일까? SNS에는 봄꽃이 피는 모습과 함께 “봄을 알리는 산수유 꽃봉우리”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목련 꽃봉우리” 등처럼 ‘꽃봉우리’란 표현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하지만 ‘꽃봉우리’가 아니라 ‘꽃봉오리’가 맞는 말이다. ‘꽃봉오리’는 ‘봉오리’와 같은 뜻으로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뜻한다. 따라서 ‘산수유 꽃봉오리’ ‘목련 꽃봉오리’라 해야 한다.   ㉡‘꽃멍울’은 어떨까?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가리키는 말은 ‘꽃멍울’이 아니라 ‘꽃망울’이다. ‘꽃망울’은 ‘망울’과 같은 의미다.   ㉢‘산봉오리’ 역시 틀린 표기로 ‘산봉우리’가 맞다. ‘산봉우리’는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봉우리’와 같은 뜻이다. “활짝 핀 매화꽃과 산봉우리 운해가 장관을 연출했다” 등처럼 사용된다.   ㉣‘몽우리’는 맞는 표현으로 정답이다. 꽃망울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꽃봉오리’를 생각하면 ‘몽오리’가 맞을 듯한데 ‘몽우리’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불이 붙은 듯 개나리가 몽우리를 터뜨렸다”처럼 쓰인다. 혹 ‘망우리’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우리말 바루기 꽃봉오리 꽃봉우리 산수유 꽃봉우리 목련 꽃봉우리 산수유 꽃봉오리

2024-03-27

[시조가 있는 아침] 목련

  ━   목련     이근배(1940-)   누이야   네 스무 살 적   이글거리던 숯불   밤마다 물레질로   뽑아올리던 슬픔   누이야   네 명주빛 웃음이   눈물처럼 피었다   - 한국대표명시선 100     ━   걸어다니는 현대문학사     스무 살 적 누이는 밤마다 물레를 자았다. 가슴에 그 무슨 이글거리던 숯불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 슬픔을 물레질로 뽑아 올렸던 것일까? 어느새 화사하게 완성되는 명주. 눈물처럼 피었기에 그토록 아름다운가.   사천(沙泉) 이근배(李根培) 선생은 1961년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문공부 신인예술상, 영릉왕 환국기념 백일장을 석권했으니 60년대 전반기는 그의 시대였다.     율곡 이이가 과거시험에서 장원만 아홉 번을 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렸는데 그에 못지않다.   화려하게 등단한 만큼 문단의 총아로서 한국문학의 중심부에서 지냈다.     그의 뛰어난 기억력으로 현대문학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선생의 작품 세계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짜여져 있다.(한국시조큰사전) 한국시인협회장을 거쳐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목련 서울신문 신춘문예 신춘문예 문공부 명주빛 웃음

2023-03-16

[우리말 바루기] ‘산봉우리’, ‘꽃봉오리’

너를 향한 내 그리움의 꽃망울도/ 봄비에 젖어 터지려 한다/ 진달래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나의 꽃망울/ 이제는 울면서 조용히 터지려 한다.   이해인 님의 시 ‘꽃망울’이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꽃망울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꽃봉오리/꽃봉우리’는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꽃봉오리’가 맞는 말이다. ‘꽃봉오리’는 ‘봉오리’와 같은 뜻으로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뜻한다. 따라서 ‘산수유 꽃봉오리’ ‘목련 꽃봉오리’라 해야 한다.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을 가리키는 ‘봉우리’란 말이 있기 때문에 무심코 ‘꽃봉우리’라 부르기 쉽지만 ‘꽃봉우리’는 없는 말이다. ‘봉우리’는 ‘산봉우리’와 같은 말로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 “활짝 핀 매화꽃과 산봉우리 운해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등처럼 사용된다.   문제 하나 더. 꽃망울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또 다른 말인 ‘몽오리/몽우리’는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봉오리’ 모양을 닮은 ‘몽오리’가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몽우리’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나무에 불이 붙은 듯 개나리가 노랗게 몽우리를 터뜨렸다”처럼 쓰인다.   정리하면 ‘꽃망울’ ‘꽃봉오리’ ‘봉오리’ ‘몽우리’가 모두 곧 꽃이 피려고 맺혀 있는 망울을 뜻하는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산봉우리 꽃봉오리 산수유 꽃봉오리 목련 꽃봉오리 산봉우리 운해가

2022-08-29

[잠망경] 개구리 비

다섯 살 좀 넘어 낙동강 근처에서 살 즈음 내 유일한 놀이터는 논두렁이었다. 종일토록 메뚜기를 잡으면서 놀던 시절. 어느 날 오후 사방이 캄캄해지면서 소나기가 내린다. 그리고 하늘에서 미꾸라지들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미꾸라지들이 줄줄이 땅에 떨어져서 꿈틀대거나 펄떡펄떡 공처럼 한동안 튀면서 굴러다녔다.   오래전에 건성으로 보았던 1999년 영화 ‘Magnolia’에 다시 집중한다. 열 명이 넘는 중요 등장인들이 서로 엮이고 얽히면서 복합적 테마를 펼친다. ‘magnolia, 목련’은 인간의 본능을 상징한다고 한 영화 해설자는 의미심장하게 풀이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톰 크루즈가 여성공략법을 강연하는 세미나 주최자로 열연한다. 등장인물들의 아픔과 혼동, 부모 자식 사이의 갈등이 과거와 현재를 인정사정없이 넘나든다.   짧은 대사가 귓전을 때린다. “우리는 과거를 끝냈는지 모르지만, 과거는 우리를 끝내지 않았다. - We may be through with the past, but the past ain’t through with us.” - 누군가 과거를 청산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는 새빨간 거짓말, 혹은 일방적이고 얼빠진 발언을 하는 것임을 몸서리치게 암시하는 발언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수녀를 위한 진혼곡(1951)’에 나오는 명언,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는다”와 똑같은 내막을 좀 더 현대적 감각으로 피력하고 있다.   당신과 나는 과거의 노예다. 동물뇌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의 중뇌(中腦) 속에 숨어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본능이 생존 경력이 많이 달리는 전뇌(前腦)의 파리한 지성보다 훨씬 더 우세하다.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딸을 성추행한 죄의식에 빠져 권총 자살을 한다. 장학퀴즈에 출연한 천재 소년이 돈만 아는 아버지의 압력에 염증을 느끼고 방영 도중에 밖으로 뛰쳐나간다. 톰 크루즈는 임종이 가까워진 아버지에게 그의 옛날 행동을 개탄하며 울면서 욕설을 퍼붓는다. 그 외 다른 사람들도 어처구니없는 혼돈에 빠지면서 그들 모두의 인생이 미치광스러운 ←상황으로 점철되는 순간, 순간, 순간들!   밑도 끝도 없이 개구리들이 떼거리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 내 어릴 적 낙동강 근처 논두렁 바닥으로 미꾸라지들이 떨어져 내릴 때와 똑같이 무섭고 경이로운 광경! 때를 같이하여 등장인물들의 아픔과 광증에 휴지부와 쉼표가 찍힌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우리가 지지고 볶고 목을 매는 순간들이 이런 돌발적인 일로 해소되고 종식되는 것이다. 당신과 나의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중압감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아쉬움을 남기면서 사라지고야 만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신이 이집트 왕을 벌주기 위하여 나일 강 개구리들로 이집트 땅을 뒤덮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현상을 현대 기상학은 물기둥이 회오리바람의 역학으로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우리말로 ‘용(龍)오름’이라 하지.   대통령 선거로 한국이 술렁이는 2022년 3월 9일 나흘 전 3월 5일이 경칩(驚蟄)이다. 놀랄 驚, 숨을 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개구리가 봄기운에 화들짝 놀라 일순 몸을 숨기는 이율배반적 동물현상이다. 캘리포니아 어느 소도시 매그놀리아 스트리트를 운전하는 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개구리 떼, 그리고 낙동강 근처 논두렁에서 미꾸라지 떼가 마구 쏟아지는 삶의 경악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개구리 낙동강 근처 떼거리로 하늘 magnolia 목련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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