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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작가, 아픈 세상을 보듬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배우 겸 래퍼인 한인 아콰피나의 연기력과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던 영화 ‘페어웰’(2019)로 주목받았던 룰루 왕 감독 연출의 미니시리즈 ‘엑스팻츠’는 한인 소설가 재니스 리가 4명의 자녀를 기르면서 체험한 모성애를 바탕으로 5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The Expatriates’(2016)가 원작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 또는 주재원을 뜻하는 ‘Expats’는 홍콩에 거주하는 3명의 미국 여성에 관한 6부작 드라마다.     역사의 전환점인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4년경의 홍콩. 아메리칸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신분, 가정환경, 성장 배경, 경제적인 여건 등이 판이한 세 명의 여성이 우연히 만나 서로 교류하며 각자 삶에 영향을 미치면서 극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그린다.     뉴욕 퀸스 출신의 한인 2세인 머시(유지영)는 컬럼비아대 출신임에도 임시직을 전전하다 새 출발을 다짐하며 홍콩으로 건너온 24살의 싱글 여성이다. 우아한 중년의 백인 여성 마거릿(니콜 키드먼)은 배려심 많은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3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마거릿의 이웃인 힐러리(사라유 블루)는 상속받은 유산으로 부를 누리고 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해 고여있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마거릿의 남편은 머시에게 육아 도우미를 부탁하고 머시는 힐러리의 남편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던 중 마거릿의 막내아들이 실종된다. 마거릿 부부와 머시는 일생일대의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함께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토록 아기를 갖고 싶어하지만 임신이 불가능한 힐러리, 그녀의 남편과의 관계로 원치 임신을 하게 되는 머시,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려 일상이 뒤엉켜 버린 마거릿, 이들은 씨줄과 날줄이 서로 교직하듯 한동안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만남을 이어간다.   세 여성의 각기 다른 정체성과 관점, 그리고 가족 간의 깨어진 관계들. 모성애의 슬픈 한 구석, 그들의 지친 영혼과 비극 뒤에 찾아오는 용서와 화해. 그러나 이 모든 걸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면.   “내 새끼가 애를 낳는다고. 다 괜찮을 거야, 엄마가 있잖아. 이제 애 생각해서 밥도 잘 먹어야 해.”     어머니의 이 한마디에 부서지고 깨어진 머시의 영혼이 위로받는다. 드라마는 그 모든 답 없는 상태의 모성의 오류들에 한국적인 정서로 답을 제시한다. 머시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태어날 생명을 축복으로 안아줄 준비에 분주하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한인 엄마 한인 소설가 여성 마거릿 한인 작가

2024-01-26

[독자 마당] 종군 여기자 히긴스

1950년 6월 27일 맥아더 사령관보다 먼저 도쿄에서 특별기가 떴다. 네 명의 종군 기자가 탔는데, 그 가운데 여자도 한 명 있었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마거릿 히긴스(1920∼1966)였다. 그는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당시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극동지국장 신분이었다.   홍콩에서 선박운송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히긴스를 동료들은 ‘핏속에 빙수가 흐르는 여자’라고 불렀다. 히긴스는 한국전쟁사에서 최초로 1951년 1월 『한국전쟁(War in Korea)』을 출간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며 지원을 호소했다. 그 책으로 그해 퓰리처상을 받았고, AP통신은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명성을 얻은 히긴스는 곧이어 ‘베트남-프랑스전쟁’의 종군 기자로 활약하다 기생충이 혈관을 파고드는 풍토병에 걸려 46세의 나이로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미국 국방성은 공로와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알링턴국립묘지 국군묘역에 안장했다. 그의 앞뒤에 이런 사례가 없다. 할리우드는 1994년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6·25전쟁 발발 이후 아군이 한창 궁지에 몰리던 1950년 8월 17일 한국해병대 1개 중대가 경남 통영에서 북한군 1개 대대 병력을 무찔렀다.     히긴스는 이를 소재로 ‘귀신 잡는 해병(Ghost Catching Marine)’이라는 기사를 써 미국인을 감동하게 했다. 한국 해병대는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해병대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해병대를 모욕하거나 분노하게 만드는 일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육군 일병 출신인 나는 우리 해병대만 보면 가슴이 설렌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독자 마당 히긴스 종군 마거릿 히긴스 한국 해병대 종군 기자

2023-10-01

[역지사지(歷知思志)] 마거릿 대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영국에서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철의 여인’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비판도 거셌다. 영국 탄광 노동자 파업은 그녀의 정치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였다. 대처 전 총리는 영국 탄광 산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탄광 노동자들의 격렬한 파업에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결국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   이로 인해 탄광 산업이 집중된 영국북부는 직격탄을 입었다. 2013년 그녀가 사망하자 일부 북부 지역에서는 축제가 열렸을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 뮤지컬과 영화로 제작된 ‘빌리 엘리어트’가 바로 1980년대 중반 영국 북부 탄광촌 더럼에서 일어난 탄광 노동자 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처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적잖게 등장한다.     5월 4일은 대처가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총리에 오른 날이다. 그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임기 동안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욕을 먹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평가가 일치한다. ‘영국병’에 대한 나름의 확고한 진단과 처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대처는 선거에서 연승했고, 영국 보수당 역사상 최장수 내각을 이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가 어떤 처방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유성운 / 한국 문화팀 기자역지사지(歷知思志) 마거릿 탄광 노동자들 마거릿 대처 탄광 산업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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