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려다 배운다, 부탄 사람들
평소 접하기 힘든 부탄 영화 한 편이 히말라야로부터 날아왔다. 그것도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쇼트리스트에 오르는 쾌거로 세인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티베트의 끝’ 부탄은 인구 81만여 명의 작고 가난한 나라이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국내총생산(GDP) 등의 경제 지표로 행복 지수를 결정하는 이 시대의 기준에 비추면 왜 그들이 행복한 나라인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그들에게는 행복의 기준이, 돈이 아닌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걸까? 영화 ‘교실 안의 야크’는 행복의 나라에서 찾지 못한 행복을 멀리서 찾으려는 한 청년의 삶을 통해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청정구역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대자연의 순수함, 존중, 정중, 진심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다. 도시 청년 유겐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선생님이다. 그는 호주로 이민을 가서 가수로 성공하는 꿈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러나 의무 수행 기간 5년 중 1년을 더 채워야 부탄을 떠날 수 있다. 그에게 고작 56명이 모여 사는 히말라야 산맥의 고립된 마을 루나나로 발령이 떨어진다. 가는 데까지 8일, 마을 주민들은 두 시간을 걸어 나와 유겐을 환영한다. 그러나 유겐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단 하루도 머무를 자신이 없다. 너무 열악한 학교 시설에 아이들은 칠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공책, 연필도 없이 수업해야 한다. 유겐은 다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는다. 다음 날 아침, 반장 펨잠이 수업 시간이 한참 지났다며 유겐을 데리러 온다. 알코올중독 아버지를 둔 펨잠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은 슬픈 듯 보이지만 해맑은 미소가 담겨있다. 유겐은 하는 수 없이 첫 번째 수업을 시작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아이들, 아이처럼 순수한 어른들에게 감화되어 유겐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온 사람이 배우는 사람이 된다. 멀리서 온 선생님, 자신들의 미래의 안내자에게 극진한 존경과 예의로 대해주는 마을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마치 부처의 가르침처럼 들린다. 마을 사람들은 유겐에게 야크 한 마리를 내어 준다. 종이가 귀한 루나나에선 야크 분뇨로 불을 지핀다. “먹이는 필요한 만큼 주세요”라고 말하는 동네 처녀, 모든 게 자급자족인 사회에서 탐욕을 반성하게 된다. 히말라야 산맥을 병풍으로 두르고,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루나나 사람들, 그들은 자연이 내어주는 만큼만 최소한 사용하고 또한 인연을 중요시한다. 그들에게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 보인다. 영화 속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미소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영화, 보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영화다. 김정 영화평론가교실 야크 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