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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블랙 잡’과 ‘캣 레이디’

정치적으로 말할 때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로 인해 정치인이 뉴욕에서, 몬태나에서, 가주에서 연설할 때 장소에 따라 내용과 접근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듣는 유권자들의 심정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라도 오해나 상처를 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그런 배려를 잘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부정적으로는 항상 핵심을 피해가며 누구나 듣기 좋은 두루뭉술한 발언을 꼬집는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후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블랙 잡’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혹시 잘 못 들었나 싶어 영상을 돌려봤지만 정확히 ‘블랙 잡(black job)’이 맞았다. 이후 그는 ‘라티노 잡’이라는 말도 썼다.     물론 일상에서 흑인들이 주로 하는 일들과 라티노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들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다. 흑인들이 식당과 공장,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업종에 많이 종사한다고 흑인 전체에게 그런 표현을 썼다면 정치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영입한 밴스 후보는 과거 연설에서 ‘자녀 없이 고양이와 사는 여성들(childless cat lady)’을 겨냥했다가 거센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 미국에는 자녀가 없는 20~40대 여성이 무려 22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는 최근 해당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여성들의 불편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밴스는 한 방송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가치가 사라지고 반가족적인 정서가 미국 내에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조소적인 표현이긴 했지만 이런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인이 어떤 형태로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지는 정치인이 결정하거나 꼬집을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의 반박이다. 더 나아가 높은 렌트비와 물가로 가정을 꾸리고 싶어도 꾸릴 수 없는 여성들에게는 적잖은 상처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맞다. 한때 ‘코리안 잡’도 있었다. 세탁소, 샌드위치 가게, 리커스토어, 주유소 등은  80~90년대 이민생활을 한 한인들에겐 친숙한 업종들이다. 하지만 이제 한인 사회는 많은 정치인을 배출하고 큰 단체를 만들어 미국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있다. 만약 특정 정치 세력이 ‘코리안 잡’이라는 표현으로 한인 사회를 경시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사과와 이의 수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을 수 있다면 영혼도 내다 판다는 말이 있다. 표를 얻기 위한 분명한 자기 철학과 주장은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실망한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할 수 있으며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는 결코 미국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누구를 찍었건,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건 미국인들은 미국이 온전하게 강대국의 자리를 유지하게 되기를 원한다. 비싼 주거비에 시달리지 않고, 저녁 길거리 치안도 걱정하지 않으며, 지구촌의 평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11월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들은 여성, 소수계, 특정 그룹을 멸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증오 유발 발언으로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거가 갈등만 키우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번 대선은 편 가르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결과는 겸허히 수용하는 제대로 된 선거가 되길 바란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레이디 블랙 한인 사회 부통령 후보 여성 소수계

2024-08-26

[독자마당]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해 한 때는 국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퍼스트 레이디는 선출 되지도 않고 책임 지지도 않으면서 정치에 적극 참여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선거 당시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하지만 몸을 낮춰 조용한 내조를 다짐하며 “과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이며 팬카페를 통해 여러 사진을 공개하는 모습은 마치 연예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미국처럼 대통령제의 역사가 긴 국가들은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정착되어 있다. 도덕성이나 자질도 민감하게 생각한다. 대통령 부인은 사실상 공직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대신 행사에 참석하거나 때론 단독으로 해외 순방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지금 한국은 역대 대통령 부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퍼스트 레이디를 맞이하고 있다. 또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 하고 있다. 이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서로 비판만 하지 말고 국격에 걸맞도록 디자인하고 보조를 맞춰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과거처럼 퍼스트 레이디가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레 아내 역할만 해서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배우자도 외교자산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필자도 외교관의 아내였다. 때문에 외교관의 아내도 외교관 못지 않게 많은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번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퍼스트 레이디의 모습은 나의 부질없는 염려를 내려놓게 했다. 다만 언제 어디서나 공인임을 잊지 말기를 부탁한다. 임순 / 토런스독자마당 퍼스트 레이디 퍼스트 레이디 대통령 부인 윤석열 대통령

2022-07-06

[J네트워크] 관음증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본 이들의 최후는 성경과 신화, 전설로 전해진다.     구약성서 창세기 19장에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내리사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았으므로 소금 기둥이 되었더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산으로 도망하라”는 천사들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이야기’에는 다이아나와 악티온 이야기가 나온다. 사냥을 하던 악티온이 샘물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다이아나 여신을 놀라게 했다. 자신의 알몸을 보았다는 것에 분노한 여신이 악티온을 수사슴으로 만들어버린다. 악티온은 결국 자신의 사냥개들에 죽임을 당한다.     금기는 행복과 불행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금기를 깨버린 순간은 달콤하지만 뒤이어 참혹한 대가가 따라온다.   중세 영국에서 탄생한 ‘레이디 고다이바’ 전설은 금기에 대한 인간 심리를 ‘관음증(voyeurism)’으로 접근한다.     마을의 영주인 레오프릭 백작은 백성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달라는 부인 고다이바의 부탁을 받는다. 영주는 “알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당신의 진심을 증명하라”고 했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거리를 돌았다. 모든 사람이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렸지만, 톰이라는 재단사는 고다이바의 나체를 엿봤다.     ‘훔쳐보는 톰’이라는 뜻의 ‘피핑 톰(peeping Tom)’이 관음증을 뜻하는 속어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봐서는 안 되는 것과 꼭 봐야(알아야) 하는 것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서 살 수 없다.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됐기 때문이다.     보기 싫은 것도 봐야 하고, 듣기 싫은 것도 들어야 한다. 자신이 설정한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구분은 타인에게 상대적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금기를 어겼다고 권선징악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워졌다.   그래도 꼭 모두가 봐야만 하는 것은 있다고 우기고 싶다. 미디어는 관음증을 부추긴다. 자극적인 것에 대한 즐거움은 복잡한 사유를 해야 하는 수고를 갉아먹는다.     미국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수전 손태그는 ‘타인의 고통’에서 “의도했든, 안 했든 우리는 관음증 환자”라는 말을 남겼다. 대중이 지나치게 무엇인가에 탐닉한다면 언제든 손태그의 말을 되새겨봄 직하다. 미디어의 생산자가 됐든 소비자가 됐든.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관음증 관음증 환자 악티온 이야기 레이디 고다이바

2022-01-21

레이디 가가 등 연예인, 페이스북·트위터 단절

기상천외한 의상으로 유명한 가수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트위터와의 관계를 끊었다. 에이즈에 걸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자선활동의 일환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9일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 등이 소셜미디어 이용을 중단하는 대열에 가세했다고 보도했다. '어린이에게 생명을' 이라는 자선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유명 가수 앨리카 키스(29)는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에이즈에 감염된 아프리카와 인도의 가족들을 후원하기 위한 모금 행사를 개최한다. 키스는 이 모금 행사의 일환으로 유명 인사들을 상대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디지털 생활을 끊도록 하는 '디지털 라이프 희생'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과의 인연을 끊는 의미로 관에 누운 모습과 자선행사의 취지를 알리고 자선을 촉구하는 마지막 트윗 등이 담긴 광고를 촬영했다. 유명 인사들은 자선기금이 100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개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레이디 가가는 페이스북에 2400만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으며 700만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두고 있다. 키스는 BBC와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11-29

'홍차광' 레이디 가가, 영국인 자존심 긁어

튀는 옷으로 유명한 가수 레이디 가가 때문에 영국의 홍차 마시는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재미있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 런던 코리아비즈니스센터가 15일 영국의 차 판매 동향을 분석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차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영국인 사이에 근래 들어 전통적인 찻잔 세트가 다시 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오후 4시15분께 홍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 영국에서는 하루 대략 1억1만 잔의 차가 소비된다. 과거에는 받침이 있는 찻잔 세트가 보편적이었으나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점차 머그컵이 이를 대신해왔다. 그러나 데븐햄즈 백화점의 최근 1년간 차 관련 제품의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찻잔 세트 매출이 119%나 늘어난 반면 머그컵은 3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백화점 매출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영국인들이 그동안 애용했던 값싸고 간편한 머그컵을 버리고 전통적인 찻잔 세트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지 소매업계는 레이디 가가가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그의 홍차 사랑이 영국인들의 차 문화에 대한 자존심을 자극했다는 이색 분석을 내놓았다. 레이디 가가는 영국에서 ‘차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그가 광고하는 찻잔 세트 및 홍차 브랜드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0-11-15

[뉴스 브리핑] '레이디 가가, VMA 8관왕' 외

레이디 가가, VMA 8관왕 팝가수 레이디 가가(사진)가 12일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비디오'를 포함 8관왕을 차지했다. 가가는 이날 자신의 히트곡 '배드 로맨스(Bad Romance)'로 최고상인 '올해의 비디오'상을 수상했으며 '최우수 팝'과 '최우수 여성 뮤직 비디오' '최우수 댄스'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레이디 가가는 올해 13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라 역대 최다 부문 후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손소독제, 독감 차단 효과 미미 알코올 손소독제는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버지니아 대학의 로널드 터너 박사는 알코올 세정제로 손을 열심히 소독한다고 해서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감기-독감 바이러스가 주로 공기로 감염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가주에 무슬림대학 개교 뉴욕 9.11테러 현장 인근에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세우는 문제가 전국적 논란으로 번진 가운데 13일 북가주에 무슬림 대학이 문을 열었다. 아랍어로 '올리브 나무'를 의미하는 '자이투나 대학'은 교수 5명.학생 15명만으로 독립된 건물도 없이 버클리시 서부 침례신학대 건물에 세를 든채 개교했다. 저명한 이슬람 학자 3명이 세운 이 대학은 아랍어.인문학.사회과학 학위과정을 결합해 가르치며 1년 학비는 1만1000달러다. 오바마 또 '코리아 찬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가진 주민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한국을 '브로드밴드 사업'의 모범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보다 더 나은 브로드밴드 서비스와 와이어리스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밝힌뒤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상품의 수송경비가 1960~1970년대보다 지금 훨씬 싸지며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도 거론했다.

2010-09-13

팝스타 레이디 가가, MTV VMA 8관왕 등극

팝 스타 레이디 가가가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비디오’를 포함, 8관왕을 차지했다. 이날 자신의 히트곡 ‘배드 로맨스(Bad Romance)’로 최고상인 ‘올해의 비디오’상을 수상했으며 ‘최우수 팝’과 ‘최우수 여성 뮤직 비디오’ ‘최우수 댄스’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레이디 가가는 수상 소감에서 “오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될까봐 많이 긴장했었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다음 앨범의 제목이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라고 밝힌 뒤 곡의 일부를 그 자리에서 직접 부르기도 했다. 레이디 가가는 올해 13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올라 역대 최다 부문 후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평소 파격적인 의상과 독특한 무대 매너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레이디 가가는 이날 시상식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화려한 의상을 갈아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날 래퍼 에미넴도 ‘최우수 힙합 비디오’와 ‘최우수 남성 뮤직 비디오’ 부문에서 수상했고 캐나다 출신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도 신인 아티스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에서는 카니예 웨스트, 테일러 스위프트, 어셔, 린킨파크. 메리 J.블라이즈 등의 축하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지난해 이 시상식에서 예의없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는 카니예 웨스트는 축하 공연을 통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눈길을 끌었다.

2010-09-13

[기고] '레이디 가가'가 뜬 이유

몇달 전 타임지는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선정했다. 레이디 가가는 거품을 옷처럼 입고 노래가 파격적인 여자 가수로 자극적이고 색다르며 파격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레이디 가가'가 나올 수 있을까? 이는 자극적이고 주류를 거슬러 가는 이들을 수용한다는 뜻의 쿨(cool)의 문화로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950년대에 시작된 '쿨'은 주류와 비주류의 의식적인 구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주류를 드러내는 데 그 의미를 두었다. 시작은 흑인 재즈음악에서 였고 음악인들은 백인 취향이나 감각의 주류 음악을 의식적으로 거부했다.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와 같은 아티스트들은 자랑스럽게 다른 길을 선택했고 결국 그들의 음악을 주류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기존 사회는 창의적이고 일반 통념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 문화는 그들을 높이 평가하고 인정한다. 마일스 데이비스 토킹 헤즈나 레이디 가가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그런 토양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문화는 대개 주류를 좋아한다. '쿨'하다는 개념 또한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한국에선 한 번 유명해지면 그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TV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광고도 하며 신문에도 나온다. 그리고 그만큼 빨리 다음 스타에게 관심이 옮겨가면서 그 새로운 스타는 또다시 대중 매체에 지나칠 정도로 노출된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음악은 록이나 랩 힙합 등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아왔다. 또한 지난 10년간의 중요한 변화 중에는 멤버 수가 늘어난 걸그룹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들 중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멤버가 많은 그룹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는 정말 레이디 가가가 없는 것인가? 싱어송라이터로 구성된 '2NE1'과 같은 그룹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도 한국 문화에서 극히 드문 경우다. 그러나 비록 2NE1이 순수한 싱어송라이터들이라 해도 그들의 춤이나 스타일 무대 매너와 의상은 한국의 다른 걸그룹이나 여성 가수와 다를 바 없다. 색다른 싱어송라이터이자 연주자로 알려진 레이디 가가도 이미 기존에 나와 있는 문화 상품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비욘세와 함께 출연했던 레이디 가가의 유명한 뮤직 비디오 '텔레폰'이 그 예다. 드라마처럼 보이는 이 '예술적인' 뮤직비디오에는 행위예술적인 부분도 있고 또 영화 '킬 빌'에 나왔던 트럭을 쓰기도 했지만 음악이나 주제 춤 의상 등은 현재 나와 있는 다른 주류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아웃사이더였던 레이디 가가나 토킹 헤즈는 메시지의 중요성 때문에 주류가 된 것일까? 아니면 '쿨 아웃사이더'는 또 하나의 마케팅 전략인가? 또 레이디 가가와 같은 이들을 미국의 팬들과 주류 문화 및 음악계가 이 세상 다른 어느 곳보다 그들을 잘 수용해서 그들이 주류 문화가 됐다고 쳐보자. 그렇다면 언제부터 비주류가 더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가 되는 것일까? 미국만이 아웃사이더가 성공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을 갖지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순 없다. 또 최근의 한국 문화를 못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사회적 환경과 대중문화를 비교해보는 건 아주 흥미롭다.

201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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