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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원활’, ‘원할’

많이 쓰면서도 헷갈리는 단어가 ‘원활/원할’이다. “‘원활/원할’한 공급을 위해 사전 예약 서비스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등처럼 심심치 않게 나오는 낱말이지만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바른 표현은 ‘원활’이다. ‘원활(圓滑)’은 거침이 없이 잘되어 나감을 뜻하는 한자어다. ‘둥글 원(圓)’ 자와 ‘미끄러울 활(滑)’ 자로 이루어져 있다. ‘활(滑)’은 거침없이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윤활유(潤滑油)’의 ‘활’ 자를 생각하면 ‘원활’도 바르게 적는 데 도움이 된다. ‘원할’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낱말, 즉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원활’은 모난 데가 없고 원만한 것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인간 상호 관계의 원활은 상대와의 충돌이 없음을 의미한다”처럼 사용된다.   ‘활’을 써야 할지, ‘할’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는 단어로는 ‘역활’과 ‘역할’도 있다. 이때는 ‘역할’이 바른 말이다. ‘역할(役割)’은 ‘부릴 역(役)’ 자와 ‘나눌 할(割)’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역활’은 없는 낱말이다. ‘원활’과 같은 모양의 ‘역활’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활인’‘할인’ 역시 헷갈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활인/할인 행사가 어제 시작됐다”처럼 나올 때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나눌 할(割)’ 자와 ‘끌 인(引)’ 자를 쓴 ‘할인’이 바른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원활 할인 행사 단어 가운데 사전 예약

2024-04-14

[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세상만사에 온갖 참견을 해대는 사람을 보면 어떤 표현이 떠오르는가. MZ세대라면 ‘오지라퍼’라고 대답할 듯하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 염치없이 행동하고 참견하는 사람을 가리켜 요즘 말로 ‘오지라퍼’라고 한다.   ‘오지라퍼’는 ‘오지랖’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사 ‘-er’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그런데 ‘오지랖’이 원래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드물다. 심지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잘못 알고 쓰는 사람도 많다.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의미한다. “날씨가 추워지니 오지랖을 자꾸 여미게 된다” “엄마는 오지랖을 걷어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그만큼 다른 옷을 덮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을 모두 감쌀 듯이 참견하고 다니는 것을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하게 됐다. 이후 ‘오지랖이 넓다’는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사람을 비꼬는 관용구로 자리 잡게 됐다.   ‘오지랖이 넓다’란 관용구는 많이 쓰이는 데 반해 ‘오지랖’이란 단어 자체만으론 잘 쓰이지 않다 보니 ‘오지랖’의 원래 뜻이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났다.   또 관용구가 아닌 ‘오지랖’만 떼어내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표현하는 이도 많아졌다. “오지랖 좀 그만 부려” 등이 그러한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관용구의 영향력이 강해져 원뜻이 소멸해 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영어 접사 단어 자체

2024-03-21

[우리말 바루기] ‘만’과 반대인 ‘간’

조사나 어미는 앞말에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그러나 단어에 어떤 것은 조사이고 어떤 것이 의존명사인지 표시돼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어떤 것은 쓰임새에 따라 조사나 어미가 되기도 하고 의존명사가 되기도 한다. 그런 단어 가운데 하나가 ‘간(間)’이다.   ‘간’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까지의 사이나 관계를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띄어 쓴다. “고속철을 타면 서울과 부산 간에 2시간40분이 걸린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가 이런 경우다.   앞에 나열된 말 가운데 어느 쪽인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일 때도 띄어 쓴다. “공부를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간에 열심히만 해라”가 이런 예다.   이와는 달리 ‘동안’의 뜻을 나타낼 때는 접미사로 붙여 쓴다. ‘이틀간, 한 달간, 30일간, 2년간’ 등이다. 기간이나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가 앞에 오면 ‘간’을 붙이면 된다.   ‘간’이 거리를 나타낼 때 띄어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잘 지켜지는 편이다. 시간일 때도 띄어 쓰는 형태로 대부분 문제가 나타난다. 이렇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번 다룬 ‘만’과 반대이기 때문이다. ‘만’은 시간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즉 “이틀 만에 그 일을 해냈다”처럼 시간 다음에서는 띄어 쓴다. 그러나 ‘간’은 ‘이틀간’과 같이 시간일 때 앞말과 붙여 써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나타낼 때 ‘만’은 띄어 쓰고 ‘간’은 붙여 쓴다고 기억하면 좋다.우리말 바루기 반대 시간 다음 단어 가운데 대부분 문제

2024-03-07

[우리말 바루기] ‘뒷심’을 발휘해 보자

어떤 일을 끝까지 견디어 내거나 끌고 나가는 힘을 ‘뒷심’이라고 한다. 혹 ‘뒷힘’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힘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언뜻 생각하면 ‘뒷힘’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사전에서는 ‘심’을 ‘힘’의 강원도 방언이라고 정의해 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표준어는 서울말을 기본으로 삼기 때문에 서울말인 ‘힘’을 표준어로, ‘심’을 방언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래서 ‘뒷심’ 또한 사투리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힘’이 다른 단어와 결합해 합성어가 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다른 낱말과 짝을 이룰 때 ‘힘’을 발음하기 힘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뚝힘’ ‘밥힘’ ‘뱃힘’ ‘입힘’ ‘헛힘’을 한번 발음해 보면 알 수 있다. ‘힘’을 자연스럽게 소리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 단어는 소리 내기 쉬운 ‘심’이 붙은 ‘뚝심’ ‘밥심’ ‘뱃심’ ‘입심’ ‘헛심’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뒷힘’ 역시 ‘힘’을 발음하기 힘들어 ‘뒷심’이 표준어가 된 것이다.   ‘뒷심’은 “뒷심이 세다” “뒷심이 약하다” “뒷심이 좋다” 등처럼 쓰인다. ‘뒷심’은 남이 뒤에서 도와주는 힘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뒷심이 든든하다” “누구 뒷심 믿고 삐딱하게 노느냐”가 이런 경우다.우리말 바루기 뒷심 발휘 누구 뒷심 소리 내기 이들 단어

2024-02-0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무의 꿈은 새벽에 영글어 가고

금방 하루해가 저물었다. 뉘엿뉘엿 흐린 하늘에도 분홍의 노을이 진다. 붉거나 보라의 것에서 풍기는 강렬함 보다는 꿈같은 아련함이 온 몸에 소복히 내려앉는다. 새들도 제 집으로 날아가 버리고 토끼도 제 보금자리를 찾는 하루가 저물고 있다. 등을 기대야 하는 어둠이 오고 잠깐만에 세상은 고요 안에 스스로 잠겼다. 숨죽이고 견디다 보면 저 깊숙이 살아나는 것들이 보이고 지나쳤던 꿈들이 노래가 되어 가까이 들려온다. 나무의 꿈은 영글어 가는데….   숲속에 걸터앉은 나무가 보인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나무는 말을 걸어 오지 않는다. 가지마다 제 몸무게만큼이나 눈송이를 안고 있어도 도무지 흔들리는 일이 없다. 살아 있으나 죽은 듯 전혀 미동이 없다. 찬 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지 않는 한 넌 언제고 정지된 나무였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숲으로 돌아가 누웠다. 별빛 아래 가늠할 수 없는 꿈속에 잠들어 있다. 나무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고 깊이 잠들었나 보다.   나무를 보려고 새벽 커튼을 젖혔다. 어둠 저편 언덕 너머에 동이 트고 있었다. 팔을 뻗어 잔 가지의 눈을 털어주려다 되돌아왔다. 나무 둥지에 새들이 모여 재잘거리고 별빛이 스치고 간 한 밤의 짧은 미련도 사라진 시간. 누군가 내 등을 만지는 손길에 뒤돌아 보았다. 그것은 창살을 통해 들어온 나무의 긴 그림자였다. 한 발자국도 더 가까이 갈 수 없는, 한 마디 말도 걸어볼 수 없는 너의 그림자.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소리였다. 왼쪽 팔을 길게 뻗어 팔베개를 했다. 나무를 향해 누웠다. 나무는 잠들기 시작했다. 먼동이 트는 이 새벽에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나무가 되어 너의 창가에 서 있다. 깊은 밤 눈길을 걸어 그대에게로 가서 잠든 너의 눈시울을 잠깐 바라보다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눈물일지도 모를 둥글고 따뜻한 물방울, 네 등 뒤에서 맡을 수 있는 너의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 긴 그림자이고, 겨울 가지를 닮은 봄으로 뻗은 뿌리처럼 깊은 나의 하루가 되었다. (시인, 화가)         눈 덮인 뒤란에 나무 한 그루 서있다 모두 잠들은 이른 아침 하루가 깨어 나는 숲에서 건져 올린 사랑이라는 단어   사랑이 사랑이 되지 못하는   너를 잃고 나마저 잃은 세상에 새벽으로 오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깨부터 기대오는 내 안 가득 당신입니다     총총걸음으로   구름길로 걸어야 하는 곳 한 평 남짓 발 뻗은 자리에도 가는 햇살로 녹이시고 흐르는 새벽으로 챙기시는 그대의 긴 손, 향기     장독대 장들이   느리게 익어가는 별빛 아래 희끗희끗 하얀 새치처럼   눈발이 날리고 나이 먹는 어리둥절 속에 사랑을 느리게 깨달아 갈 때 아픔이 무르익기 전 그대는 잠들어야 해요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손     나무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어머니 손을 꼭 닮은   그대의 손은 약손입니다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나무 새벽 나무 둥지 새벽 커튼 단어 사랑

2024-02-05

[우리말 바루기] ‘쎈’은 잘못

‘감염력이 70% 쎈 변이 코로나’ ‘마스크 벗으니 더 쎈 놈이’에서 ‘쎈’이라는 표현은 맞는 것일까? 강력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쎄다’로 생각해 아마도 ‘쎈’이라 적은 것 같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쎄다’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쎈’이라는 표현은 맞는 말이 아니다.   강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는 ‘세다’이다. 이 ‘세다’를 더욱 더 강한 느낌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쎄다’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을 때는 ‘세다’ ‘센’으로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세다’를 ‘쎄다’로 적는 것처럼 본래 단어와 다르게 된소리로 잘못 쓰는 낱말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빨’이다. “약빨이 떨어졌는지 열이 다시 오르고 있다”와 같은 경우다. 여기에서 ‘약빨’은 ‘약발’의 잘못된 표현이다. ‘말빨’ ‘화장빨’ ‘글빨’ 등도 ‘-빨’로 쓰기 쉬운 단어다. 모두 ‘-발’로 고쳐야 바르다.   “속이 너무나 상해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셨다”에서와 같이 ‘깡소주’라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안주 없이 먹는 소주는 ‘깡소주’라 불러야 말맛이 날지 모르지만 적을 때는 ‘강소주’로 바르게 표기해야 한다.   이처럼 ‘쎈’이나 ‘-빨’ ‘깡-’ 등으로 발음하는 것은 된소리가 자신의 느낌이나 의사를 더욱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말할 때는 크게 관계없으나 적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본래 단어 단어 자체 된소리가 자신

2024-02-01

[우리말 바루기] ‘연도’와 ‘년도’ 구분

새해가 되면 각종 기관이나 회사 등에서는 그해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신년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신년도’ ‘연간’ ‘연도’ 등의 내용이 나올 때 ‘년도’와 ‘연도’ 가운데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린다.   ‘년도’는 ‘2024년도’에서와 같이 해(年)를 지칭하는 말 뒤에 쓰여 일정한 기간 단위로서의 그해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연도’는 ‘결산연도’ ‘1차 연도’ ‘졸업 연도’에서처럼 편의상 구분한 1년 동안의 기간이나 앞의 말에 해당하는 그해를 가리킬 때 쓰인다.   맞춤법에 따르면 ‘녀·뇨·뉴·니’로 시작하는 한자음이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여·요·유·이’로 표기해야 한다.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어야 한다.   따라서 ‘결산연도’는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므로 ‘결산년도’와 같이 본음대로 적기 십상이다. 하지만 독립성 있는 단어에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두 개의 낱말이 결합해 합성어가 된 경우 뒤의 단어에도 두음법칙이 적용된다는 예외 규정 때문에 ‘결산연도’로 쓰는 게 바르다.   보통 숫자 뒤에는 ‘년도’가, 숫자가 아닌 낱말 뒤에는 ‘연도’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구분하기 쉽다. 다만 ‘신년도’는 숫자가 아닌데도 ‘년도’라고 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신(新)+년도(年度)’ 구성이 아니라 ‘신년(新年)+도(度)’로 이루어진 단어라 보기 때문이다.우리말 바루기 구분 단어 첫머리 신년 계획 보통 숫자

2024-01-01

[우리말 바루기] ‘한랭전선’? ‘한냉전선’?

한랭전선(寒冷前線)이란 무거운 찬 공기가 가벼운 더운 공기를 밀어내고 그 아래를 파고들 때 생기는 경계면을 일컫는다. 한랭전선이 통과하면 찬 공기가 밀려들기 때문에 기온이 내려간다.     ‘한랭전선’을 ‘한냉전선’이라 적으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에는 ‘한냉전선’이란 표기가 적잖이 올라 있다. 심지어 기사에서도 ‘한냉전선’이란 표현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한냉전선’이라 적으면 틀린 말이 된다. 단어 첫머리의 ‘ㄹ’은 두음법칙 적용으로 ‘ㄴ’으로 적지만 첫머리가 아닌 경우엔 본래 음대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즉 냉난방(冷煖房)·냉각(冷却)·냉정(冷情)처럼 ‘차가울 랭(冷)’이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냉’이라 적는다. 하지만 한랭전선·고랭지(高冷地)·급랭(急冷)·온랭(溫冷)과 같이 단어의 첫머리가 아니면 본음대로 ‘랭’이라 표기해야 한다.   ‘랭(冷)’자가 들어간 것뿐 아니라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대부분 단어가 마찬가지다. 연도(年度)·여자(女子)·노인(老人)·낙원(樂園) 등은 두음법칙에 따라 ‘해 년(年)’ ‘계집 녀(女)’ ‘늙을 로(老)’ ‘즐길 락(樂)’을 어두에서 각각 ‘연’ ‘여’ ‘노’ ‘낙’으로 적는다.   그러나 이들 역시 어두가 아닌 경우에는 연년생(年年生)·부녀자(婦女子)·촌로(村老)·희로애락(喜怒哀樂) 등처럼 원래 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한랭전선 한냉전선 단어 첫머리 두음법칙 적용 대부분 단어

2023-12-22

메리엄웹스터 올해의 단어는 ‘진짜’

‘진짜의’, ‘진품의’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어센틱’(authentic)이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의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27일 메리엄웹스터는 단어 조회수와 검색량 증가 정도 등을 토대로 올해의 단어를 ‘어센틱’으로 선정했다. AP통신은 “인공지능(AI)이 발전하는 가운데, 딥페이크(deepfake·AI를 활용해 인물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합성하는 기술)가 흥하고 객관적 사실·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 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어센틱’의 검색량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올해에는 일 년 내내 전례없이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서 ‘어센틱’을 찾아보면 “거짓이나 모방이 아닌, 진짜의, 실제의”라는 풀이가 첫 줄에 나온다. 이어 “자신의 인격이나 정신, 성격에 충실한”, “원본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수행된” 등이 뒤따른다.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랐던 다른 단어들도 함께 소개했다. ‘엑스’(X)는 트위터의 새 이름이 되면서 검색량이 급증했다. 이스라엘 집단농장·정착촌을 뜻하는 ‘키부츠’(kibbutz)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후 찾아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메리엄웹스터 단어 메리엄웹스터 올해 단어 조회수 영어 단어

2023-11-28

[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세상만사에 온갖 참견을 해대는 사람을 보면 어떤 표현이 떠오르는가. MZ세대라면 ‘오지라퍼’라고 대답할 듯하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 염치없이 행동하고 참견하는 사람을 가리켜 요즘 말로 ‘오지라퍼’라고 한다.   ‘오지라퍼’는 ‘오지랖’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사 ‘-er’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그런데 ‘오지랖’이 원래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드물다. 심지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잘못 알고 쓰는 사람도 많다.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의미한다. “날씨가 추워지니 오지랖을 자꾸 여미게 된다” “엄마는 오지랖을 걷어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그만큼 다른 옷을 덮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을 모두 감쌀 듯이 참견하고 다니는 것을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하게 됐다. 이후 ‘오지랖이 넓다’는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사람을 비꼬는 관용구로 자리 잡게 됐다.   ‘오지랖이 넓다’란 관용구는 많이 쓰이는 데 반해 ‘오지랖’이란 단어 자체만으론 잘 쓰이지 않다 보니 ‘오지랖’의 원래 뜻이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났다.   관용구의 영향력이 강해져 원뜻이 소멸해 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영어 접사 단어 자체

2023-10-30

[우리말 바루기] ‘받다’의 띄어쓰기

‘버림받다’는 한 단어로 사전에 올라 있는데도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받다’는 동사이므로 앞말과 띄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받다’가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사일 때는 붙여야 한다. ‘버림받다’는 사전에 올라 있어 띄어쓰기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모든 낱말이 그런 건 아니다. ‘고통받다’ ‘눈총받다’의 경우 사전에 한 단어로 나와 있지 않다. 접사 ‘-받다’의 용례에도 없어 ‘고통 받다’ ‘눈총 받다’로 띄워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접사가 붙는 말은 확장 가능 범위가 넓어 사전에 전부 등재하지 못한다. 사전에 없어도 ‘고통받다’ ‘눈총받다’도 ‘버림받다’처럼 한 단어로 볼 수 있으므로 붙여야 한다. ‘감동받다·사랑받다·놀림받다·할인받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단어 뒤의 ‘받다’가 접사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앞의 단어가 구체적인 사물이냐 아니냐를 판단 근거로 삼는다. ‘감동·사랑·놀림·할인’은 실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단어 뒤의 ‘-받다’는 접사이므로 앞말에 붙인다.   ‘상·편지·월급·선물’ 뒤에 ‘받다’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 받다’ ‘편지 받다’ ‘월급 받다’ ‘선물 받다’로 띄어야 한다. ‘상·편지·월급·선물’은 구체적인 형태가 있어서 실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이들 단어 확장 가능 판단 근거

2023-09-27

[우리말 바루기] ‘허락’ ‘승낙’ 표기

예비부부가 청첩장을 들고 찾아왔다. 그들이 결혼하게 되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얼마 전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집안의 반대가 만만찮았다고 한다. “양쪽 집안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여자친구가 결혼을 수락하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 “부모님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신기하게도 일이 술술 풀려 취업에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처럼 요구를 받아들여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주는 것을 가리켜 ‘허락’ ‘수락’ 또는 ‘승낙’이라고 한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이들을 막상 적으려고 하면 ‘락’으로 해야 할지, ‘낙’으로 해야 할지 헷갈린다.   ‘諾(대답할 낙)’은 ‘허락(許諾), 수락(受諾), 쾌락(快諾, 남의 부탁 등을 기꺼이 들어줌)’ 등에서는 ‘락’으로 적는다. 반면에 ‘승낙(承諾), 감낙(甘諾, 부탁이나 요구 등을 달갑게 승낙함), 감낙(感諾, 감동해 승낙함) ’등에서는 ‘낙’으로 적어야 한다.   같은 한자어를 ‘락’과 ‘낙’으로 달리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맞춤법에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속음(俗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부 단어에서 사회적으로 굳어져 쓰이는 음을 일컫는다.   즉 본음은 ‘허낙, 수낙, 쾌낙’이지만 사람들이 발음하기 편한 ‘허락, 수락, 쾌락’을 계속 쓰면서 속음이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승낙, 감낙’은 ‘락’이 아닌 ‘낙’으로 발음되므로 본음을 따라 ‘승낙, 감낙’으로 표기한다.우리말 바루기 허락 승낙 허락 수락 양쪽 집안 일부 단어

2023-07-26

[우리말 바루기] 단어도 짝이 있다

우리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짝이 있다는 얘기다.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도 저마다 타고난 속성이 있어 둘을 붙여 놓았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 앞말의 특성 때문에 뒷말의 선택에 제약이 온다고 해서 이런 것을 ‘의미상 선택 제약’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지개’다. “꽃망울이 기지개를 펴는 봄날이다” “벚꽃들이 기지개를 펴고 봄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기지개를 펴고 활기차게 움직여 보자” 등처럼 사용된다. ‘기지개’는 피곤할 때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기지개’ 자체에 ‘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미가 중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펴다’가 아니라 ‘켜다’와 결합시켜 ‘기지개를 켠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예문도 ‘지지개를 켜는’ ‘기지개를 켜고’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앙금’도 이런 단어 가운데 하나다. ‘앙금’은 녹말 등의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다 가라앉아 생긴 것이 ‘앙금’이어서 더는 가라앉을 수가 없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와 같이 ‘가시다’는 표현을 활용해야 한다.   ‘하락세’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하락세’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치닫다’는 위쪽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서로 충돌이 일어난다. “하락세로 내리닫고 있다”나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단어 단어 가운데 의미상 선택 우리 속담

2023-07-24

[우리말 바루기] ‘만’과 ‘간’의 띄어쓰기

‘조사나 어미는 앞말에 붙여 쓰고 의존명사는 띄어 쓴다’.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배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어에 어떤 것은 조사이고 어떤 것이 의존명사인지 표시돼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어떤 것은 쓰임새에 따라 조사나 어미가 되기도 하고 의존명사가 되기도 한다. 띄어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단어 가운데 하나가 ‘간(間)’이다.   ‘간’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까지의 사이나 관계를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띄어 쓴다. “고속철을 타면 서울과 부산 간에 2시간40분이 걸린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가 이런 경우다. 앞에 나열된 말 가운데 어느 쪽인지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일 때도 띄어 쓴다. “공부를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간에 열심히만 해라”가 이런 예다.   이와는 달리 ‘동안’의 뜻을 나타낼 때는 접미사로 붙여 쓴다. ‘이틀간, 한 달간, 30일간, 2년간’ 등이다. 기간이나 시간을 나타내는 명사가 앞에 오면 ‘간’을 붙이면 된다.   ‘간’이 거리를 나타낼 때 띄어 쓰는 것은 자연스럽게 잘 지켜지는 편이다. 시간일 때도 띄어 쓰는 형태로 대부분 문제가 나타난다. 이렇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번 다룬 ‘만’과 반대이기 때문이다.   ‘만’은 시간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즉 “이틀 만에 그 일을 해냈다”처럼 시간 다음에서는 띄어 쓴다. 그러나 ‘간’은 ‘이틀간’과 같이 시간일 때 앞말과 붙여 써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나타낼 때 ‘만’은 띄어 쓰고 ‘간’은 붙여 쓴다고 기억하면 좋다.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국어 시간 시간 다음 단어 가운데

2023-07-18

[우리말 바루기] ‘원활’할까 ‘원할’할까?

많이 쓰면서도 헷갈리는 단어가 ‘원활/원할’이다. 바른 표현은 ‘원활’이다. ‘원활(圓滑)’은 거침이 없이 잘되어 나감을 뜻하는 한자어다. ‘둥글 원(圓)’ 자와 ‘미끄러울 활(滑)’ 자로 이루어져 있다. ‘활(滑)’은 거침없이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윤활유(潤滑油)’의 ‘활’ 자를 생각하면 ‘원활’도 바르게 적는 데 도움이 된다. ‘원할’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낱말, 즉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원활’은 모난 데가 없고 원만한 것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인간 상호 관계의 원활은 상대와의 충돌이 없음을 의미한다”처럼 사용된다.   ‘활’을 써야 할지, ‘할’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는 단어로는 ‘역활’과 ‘역할’도 있다. 이때는 ‘역할’이 바른 말이다. ‘역할(役割)’은 ‘부릴 역(役)’ 자와 ‘나눌 할(割)’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역활’은 없는 낱말이다. ‘원활’과 같은 모양의 ‘역활’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활인’‘할인’ 역시 헷갈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활인/할인 행사가 어제 시작됐다”처럼 나올 때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나눌 할(割)’ 자와 ‘끌 인(引)’ 자를 쓴 ‘할인’이 바른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원활 할인 행사 단어 가운데

2023-04-10

[네이티브 잉글리시] ‘언택트’가 콩글리시?

콩글리시 단어들이 만들어진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파이팅(fighting)’과 같은 콩글리시 단어는 매우 모호해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단어를 보고 의미를 추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반면, 어떤 단어들은 종종 혼란스럽긴 하지만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 시간을 가지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의미를 파악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아이 쇼핑(eye shopping)’이 그런 경우다. 같은 의미를 가진 ‘윈도 쇼핑(window shopping)’만큼 쉽게 의미 추측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시대에 만들어져서 많이 사용됐던 비대면 서비스를 일컫는 ‘언택트(untact)’도 앞서 언급된 예시와 같이 단어만으로도 이해하기 쉬운 콩글리시다. 영어에서 접두사 un-을 붙이면 반대 또는 부정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영어를 쓰는 모든 사람에게 친숙하다. tact는 접촉을 의미하는 contact라는 영어 단어에서 왔는데, 팬데믹의 맥락에서 untact라는 단어는 접촉, 즉 contact가 없는 contactless를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의 맥락을 벗어나면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는 tact라는 단어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tact는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아는 감각을 말한다. 한마디로 ‘눈치’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코로나19 맥락이 아니라면 untact라는 단어는 un과 tact가 합쳐져 눈치가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스킨십(skinship)’은 콩글리시로 표현될 때 명백한 논리가 있는 것 같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 영어권 사람들은 이 단어가 skin이라는 단어와 relationship, friendship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ship 이라는 접미사의 조합인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조합된 단어는 피부와 관련 있는 어떤 관계를 나타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킨십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출신에 따라 사람들이 단어를 받아들이는 개념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유럽에서 친구나 가족의 피부를 맞닿는 접촉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유럽 문화에서는 인사의 의미로 친구나 가족을 껴안거나 성별에 상관없이 뺨에 입맞춤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를 설명하는 단어 자체가 필요 없다. 스킨십은 말 그대로, ‘피부를 기반으로 한 어떠한 관계’라고 해석될 수 있는 혼란스러운 단어일 뿐이다. 짐 불리 / 한국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네이티브 잉글리시 콩글리시 콩글리시 단어들 영어 단어 단어 자체

2023-04-09

[우리말 바루기] ‘요새’와 ‘금세’의 관계

요즘 세대는 길면 부담스러워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길을 빼앗을 시간이 짧아졌다. 요새 다른 영상으로 넘어갈 때 나오는 6초 광고가 대세인 이유다.   ‘요새’는 ‘요사이’의 준말이다. 이제까지의 매우 짧은 동안이란 의미다. ‘그새’란 말도 있다. ‘그사이’가 줄어든 것으로, 조금 멀어진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매우 짧은 동안을 이른다. 밤이 지나는 동안을 일컫는 ‘밤새’도 마찬가지다. ‘밤사이’가 줄어들었다. 이들 단어의 ‘새’는 모두 ‘사이’를 줄여 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지금 바로’를 이르는 말로 ‘금새’가 옳다고 생각하기 쉽다. 바로, 곧을 뜻하는 ‘금(今)’과 사이가 줄어든 말인 ‘새’가 결합한 구조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금새 광고 효과가 나타났다” “입소문이 금새 퍼졌다”와 같이 흔히 사용한다.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 ‘새’에 이끌려 ‘금새’로 쓰기 쉽지만 모두 ‘금세’로 바루어야 한다. 의미상으로도 ‘바로 지금의 사이’가 돼 말이 안 된다.   ‘금새’는 시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물건의 값 또는 물건 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나타낸다. “금새만 잘 쳐 주면 당장 이곳에 넘기겠습니다”처럼 쓰인다. 시간과 관계있는 말은 ‘금세’다. 우리말 바루기 관계 금새 광고 이들 단어

2023-03-28

[이작품과 만났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우리가 상대방을 대할 때, 모두에게 똑같은 잣대를 갖고 바라봐야 하지만, 언제나 그들은 각각 다른 숫자를 보여줄 것이고, 거기에는 반드시 그 다른 숫자만큼의 원인이 있음을 알고 바라본다면, 좀 더 넉넉한 세상이 될까….   천하를 호령했던 역사 속 중국이 무색해지도록, 가끔 이해가 어려운 요즈음의 중국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에 관해 진지한 성찰을 주는 책이 있으니, 루쉰과 더불어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2대 문인이라 불리는 항저우 출신 작가 위화의 에세이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이다.     작가는 10개의 단어 인민, 영수, 루쉰, 독서, 글쓰기, 혁명, 차이, 풀뿌리, 홀유, 산채를 통해 자신의 성장기였던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 전체에 치명적인 손실을 낸 문화대혁명과 그 이후 불과 30여 년 만에 사회 경제적으로 일군 엄청난 성장 이면에 감춰진 폭력과 혼란을 직접 경험한 대로 적어, 처절했던 중국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에세이’임에도 소설보다 더 절절히 읽히는 마력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나 잔혹, 비인간성, 몰상식, 가난 속에 패대기쳐 뒀을까…인민들이 이렇게 살아왔구나…를 참담하게 마주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금서로 되어있다는 이 책에서 제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첫째, 문화대혁명으로 책들이 말살당해 마오쩌둥 선집과 어록만 달랑 남아 있던 그때, 책 읽기에 목마른 작가가 어렵사리 구한 책들이 앞뒤가떨어져 나가고중간 부분만 있어서, 상상으로 앞뒤를 완성하곤 했고, 어떤 책은 읽고 돌려주기가 아쉬워, 친구 한 명과 한 날 한 밤을 꼬박 새우며 필사했는데, 그 책이 나중에 알고 보니 ‘춘희’였다는 이야기! ‘도입부나 결말을 알 수 없는 소설을 읽은 것이 상상력 훈련법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는 작가를 보며, 오늘날, 우리 앞에 홍수처럼 널려있는 그 많은 읽지 않은 읽을거리에 얼마나 예의가 없는지.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일었다.     둘째로, 누구는 자기 피를 팔고, 누구는 그 피로 떼부자가 되는 극심한 빈부 격차…유채 기름을 나라에 상납하고 받은 유표를 아끼고 아껴, 결혼자금에 쓰려고 몰래 팔다가 같은 인민 검열원에게 피범벅이 되게 맞고, 유표마저 빼앗겨버린 사람들의 가난한 눈물…어제의 지주가 죄도 없이 하루 만에 총살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흘러갔다는 사실들이 황망했고,   셋째로, 가짜뉴스를 발표해도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이를 속인다는 뜻을 내포한 단어인 ‘홀유’… 그리고 표절, 모방이라고 불리는 ‘산채’가 사회 곳곳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바람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자체적으로 어렵게 하고 있어서, 가짜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중국에 대해 품고 있는 의아함의 근본 원인인지 유추하게 되는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이다. 감춰둬도 될 모국의 취약점을 작가 정신과 애국심과 연민에 기대어 세세히 묘사해낸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소설, ‘인생’은 장예모 감독의 손끝에서 수려한 영화로 태어났지만, ‘허삼관 매혈기’나 ‘형제’도 꼭 읽어보고 싶다. 어떤 앎일지 벌써 침이 삼켜진다. 박영숙 / 시인이작품과 만났다 중국 목소리 단어 인민 인민 검열원 사회 경제적

2023-03-13

[이 아침에] ‘사죄’ 그 한 단어의 무게

‘사죄’라는 그 단어 하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한 후 일본 정부의 반응을 취재하면서다. 일본의 ‘호응 조치’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역대 담화를 계승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기에 예상 멘트까지 머릿속에 작성해 놓았다. 하지만 이날 국회 질의응답 중 나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첫 반응은 이거였다.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가겠다.”   역사에 대한 어떤 내각의 어떤 인식을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흐린 답변.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의 정부 공식입장 발표에선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로 조금 구체화됐다. 그러나 당시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小??三) 총리가 밝혔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입 밖으로 절대 내지 않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자, 이 정도면 됐니? 라는 태도, 듣는 쪽이 오히려 모멸감을 느끼는 ‘사과 아닌 사과’였다.   징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 수습 과정에서 일본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이 요청했던 두 가지의 호응 조치 중 하나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이미 배상은 끝났다’고 주장해온 일본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 있다. 남은 하나가 ‘사죄’ 표명이었고 그조차 과거 담화에서의 사죄를 계승하는 방식으로까지 레벨이 낮아졌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인색하게 굴어야 하는 걸까. 한국 정부는 이럴 줄 알면서도 “하나는 받아냈다”며 서둘러 해결 방안을 발표한 것일까.   아직 시간은 있다. 16일 도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사죄’를 입에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 한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사죄 표현을 극도로 피하는 이유는 “새로 사과를 표명해도 한국이 다시 뒤집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심 쓰듯 하는 ‘간접 사과’는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사과에 그토록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정신적 지주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2015년 발표한 담화에서 “다음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넘겨줄 책임이 있다”고. 이영희 / 도쿄특파원이 아침에 사죄 단어 사죄 표현 정부 공식입장 한국 정부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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