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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너무 채우면 터진다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 밭농사는 한 해를 망치면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기약할 수 없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三歲之習 至于八十)’는 말은 어릴 때 몸에 밴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백세시대지만 예전에는 평균나이 60을 넘기지 못했다. 칠십세 고희를 맞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여든은 이미 죽은 나이, 세 살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친다는 말이다.   뉴저지 사는 딸 부부가 아이 둘 데리고 다녀갔다. 손녀는 6살이라서 말귀도 알아듣고 사람 구실을 하는데 3살짜리 손자는 제멋대로다. 잠시 상냥하게 굴기에 대견해서 칭찬하려는 찰나 본색이 드러나 사고를 친다. 손주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데 인내심 부족인지 내 머리는 빙글빙글 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무슨 말로 교양있게 타일러야 하는지 헷갈린다.     애들은 보통 돌이 지나면 걷기 시작하고 세 살이 돼 말을 하는데 그 때부터  고집 부리고 원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울거나 떼를 쓴다. 손주는 내 자식이 아니라서 마음 놓고 훈계도 못 한다.     요즘 애들은 어른 열 명보다 더 똑똑하고 모르는 게 없다. 영어가 딸리는 할머니가 간단한 게임조차 못해 허둥대면 유치원생 손녀가 슬쩍 손가락으로 짚어준다. 딸이 친정에 오면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 다들 결혼해 애 데리고 만나는데 이건 완전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온 것보다 더 난리방구통이다.     내 새끼나 남의 새끼나 세 살짜리 인간들은 한결같이 말썽꾸러기에 제멋대로다. 손자는 작은 일에도 삐침을 잘 타서 “누굴 닮아서 저러냐” 했더니 딸 친구가 “크리스 삼촌 닮았어요”한다. 크리스는 내 아들! 유전자에 문제 있나 얼핏 생각나 “아냐. 크리스가 얼마나 잰틀맨인데”라고 했더니 다 같이 성토, 한글학교에서 삐침 잘 타기로 일등선수였다는 보고다.     손녀는 하는 짓이 수준을 능가해 ‘천재’ 아님 ‘여우’라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고만한 여자아이들은 한결같이 ‘아인슈타인’아니면 감당이 안되는 ‘백여우’다.     신세대 어머니들은 인내심도 기막혀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가르치고 맞장구를 치는데 누가 애인지 엄마인지 분별이 안된다.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게 저토록 충실하게 가르치면 학교 가서 무엇을 배우나. 잠시 교편생활을 한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해진다. 애들은 백지처럼 깨끗하고 마음대로 뛰놀았다.   작은 주머니를 너무 꽉 채우면 터진다. 어릴 적 동무들과 주머니놀이 할 때 공중에 던진 내 주머니는 땅에 떨어지면 실이 터져 콩이 튀어나왔다. 옥이 언니가 내 주머니에 콩을 너무 많이 넣어 꿰 맺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 물랭루주의 서두에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화려한 장난감 없어도, 스스로 한 일에 책임지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용기를 가르치는 것이 사랑의 참모습이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넘치면 상한다.     진정한 사랑의 참모습과 가치를 심어주면 세 살 버릇은 나이 들면 저절로 교정된다. 아이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따라 배운다. 롤모델이 올바르게 살면 철없는 아이들도 큰 나무로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자식 농사 크리스 삼촌 유치원생 손녀

2023-10-15

[열린광장] 농사는 힘들다

농사는 힘들다. 요즘 같은 폭염에 딸기를 따는 일꾼들을 보면 북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 농사를 하던 생각이 난다. 황해도에서 수리 관개 시설이 잘 되어있는 신천, 재령, 사리원, 해주 평야를 제외하고 산간 지역에서는 주로 조 농사를 지었다. 일반 주민의 주식은 좁쌀이었다. 남한에서는 서숙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은 foxtail millet이다.     손길이 많이 가는 곡물이 조다. 다섯 번 김을 매주어야 한다. 손으로 씨를 뿌린 다음, 조가 나오면 잡초를 제거한다. 이것을 애벌이라고 한다. 푸른 싹이 한 자 정도 자라면 두 번째 김을 매준다. 조가 무릎까지 올라오면 세 번째 김을 매주며 호미로 북을 준다. 소가 끄는 가래로 홈을 판 다음 호미로 흙을 올려주는 것을 북을 준다고 한다. 네 번, 그리고 다섯 번째 김을 매줄 때는 조 이삭이 나온 삼복 여름이다. 사람이 보일락 말락 높이 자란 조밭 속에서 김을 매며 호미로 북을 준다. 숨이 막히는 폭염이다. 비지땀이 쏟아진다. 농부들은 물속에서 나온 물개처럼 땀에 젖어있다.     잡초 제거뿐 아니라 흙을 긁어주기 위해 여러 번 김을 매준다. 흙을 긁어주면 비료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농부들이 힘들고 지칠 때 등장하는 것이 막걸리다. 우물 속에 넣어 두었던 시원한 막걸리 한 잔씩 마시고 취기가 돌면 노랫가락이 나온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힘들게 지은 농사지만 좁쌀밥은 맛이 없다. 목으로 넘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입쌀과 좁쌀을 섞어서 두 칸 밥을 짓는다. 우리는 열 식구가 사는 종갓집이었다. 큰며느리인 어머니가 밥을 푼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애들은 입쌀과 좁쌀이 반반, 두 며느리의 밥은 강조밥이었다.     어머니와 삼촌 댁은 항상 강조밥에 물을 부어 먹었다. 조는 메조와 차조로 나눈다. 차조 맛은 훨씬 낫다. 메조 밥은 입으로 불면 모래처럼 날아가지만 차조는 끈기가 있다. 갈치와 열무김치와 차조밥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농사일은 힘들다. 불가에서 발우공양 전 식사 작법 즉 오관게 (五觀偈)를 게송 한다. 이 게송 가운데 이런 문구가 있다. ‘계공다소 양피내처 計(功多少量被來處), 정사양약 위료형고 (正思良藥爲療形枯)’. ‘이 식사가 있기까지 얼마나 공이 든 것인가를 생각하자, 밥 먹는 것을 약으로 여겨 몸의 연약함을 치료하자’는 의미다.     우리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밥 먹기 전에 이 식사가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공이 든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햇볕과 비를 내려주셔 곡식, 채소, 그리고 과실이 자랐다. 농부가 땀을 흘리며 이것들을 수확하여 시장에 내놓았다. 어머니 또는 아내가 음식을 만들어서 테이블에 올렸다. 감사의 식사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농사 식사 작법 식사 기도 농부가 땀

2023-08-0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너무 채우면 터진다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 밭농사는 한 해를 망치면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기약할 수 없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三歲之習 至于八十)는 말은 어릴 때 몸에 밴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백세시대지만 예전에는 평균나이 60을 넘기지 못했다. 칠십세 고희를 맞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여든은 이미 죽은 나이, 세 살 버릇은 죽어도 못 고친다는 말이다.   뉴저지 사는 딸 부부가 아이 둘 데리고 다녀갔다. 손녀는 6살이라서 말귀도 알아듣고 사람 구실을 하는데 3살짜리 손자는 제멋대로다. 잠시 상냥하게 굴기에 대견해서 칭찬하려는 찰나 본색이 드러나 사고를 친다. 손주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데 인내심 부족인지 내 머리는 빙글빙글 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지, 무슨 말로 교양 있게 타일러야 하는지 헷갈린다.     애들은 보통 돌이 지나면 걷기 시작하고 세 살이 돼 말을 하는데 그 때부터 고집 부리고 원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울거나 떼를 쓴다. 손주는 내 자식이 아니라서 마음 놓고 훈계도 못한다. 달래는 재주도 없어 그림 공부만 했다.   요즘 애들은 어른 열 명보다 더 똑똑하고 모르는 게 없다. 영어가 딸리는 할머니가 간단한 게임 조차 못해 허둥대면 유치원 생 손녀가 슬쩍 손가락으로 짚어준다. 딸이 친정에 오면 어릴 적 소꿉친구들이 다들 결혼해 애 데리고 만나는데 이건 완전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온 것보다 더 난리방구통이다.     내 새끼나 남의 새끼나 세 살짜리 인간들은 한결같이 말썽꾸러기에 제멋대로다. 손자는 작은 일에도 삐침을 잘 타서 “누굴 닮아서 저러냐” 했더니 딸 친구가 “크리스 삼촌 닮았어요”한다. 크리스는 내 아들! 유전자에 문제 있나 얼핏 생각나 “아냐. 크리스가 얼마나 잰틀맨인데”라고 했더니 다같이 성토, 한글학교에서 삐침 잘 타기로 일등선수였다는 보고다.     손녀는 하는 짓이 수준을 능가해 ‘천재’ 아님 ‘여우’라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고만한 여자 아이들은 한결같이 ‘아인슈타인’ 아니면 감당이 안 되는 ‘백여우’다.     신세대 어머니들은 인내심도 기막혀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가르치고 맞장구를 치는데 누가 애인지 엄마인지 분별이 안 된다.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게 저토록 충실하게 가르치면 학교 가서 무엇을 배우나. 잠시 교편생활을 한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해진다. 애들은 백지처럼 깨끗하고 마음대로 뛰놀았다.   작은 주머니를 너무 꽉 채우면 터진다. 어릴 적 동무들과 주머니놀이 할 때 공중에 던진 내 주머니는 땅에 떨어지면 실이 터져 콩이 튀어나왔다. 옥이 언니가 내 주머니에 콩을 너무 많이 넣어 꿰맸기 때문이다.     뮤지컬 공연 물랑루즈의 서두에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 받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화려한 장난감 없어도, 스스로 한 일에 책임지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용기를 가르치는 것이 사랑의 참모습이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넘치면 상한다.     진정한 사랑의 참모습과 가치를 심어주면 세 살 버릇은 나이 들면 저절로 교정된다. 아이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따라 배운다. 롤 모델이 올바르게 살면 철없는 아이들도 큰 나무로 자라 풍성한 열매 맺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식 농사 크리스 삼촌 성토 한글학교

2023-08-01

[이 아침에] 이무기가 득세하는 세상

농사 중에 제일 힘든 게 자식 농사다. 밭농사는 한 해 잘못돼도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한번 기울어지면 갈아엎기 힘들다. 유명인사나 재벌, 필부에 이르기까지 자식 농사는 장담하기 힘들다. 권력 줄 잡고 잘 나가던 인물이 자식 문제로 낙마하고, 부귀영화 누리던 사람이 자식 일로 곤경에 빠진다.     유전자를 탓하면 무엇하리. 자식 잘못보다는 부모의 습관적인 위선과 비리, 거짓말과 권모술수가 공동의 이념으로 전파돼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 빈부 격차와 계층 간 갈등이 심화한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착각과 환상은 자유다. 애초에 용이 될 자질과 성품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이 비리와 위장, 현란한 말재주로 포장해 유명인사가 된다 한들 종국에는 하늘의 뜻을 가릴 수 없다. 결국 용은커녕 이무기도 못 되는 판정을 받아 나락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를 보면 찝찔하다. 부모는 자식의 롤 모델, ‘닮지 말라’ 애원해도 닮는다.   신화 속 등장하는 이무기는 토지신인 뱀과 용의 중간격인 상상의 동물이다. 천 년을 물속에서 수행하여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될 수 있다.     한국 신화 원천강본풀이에는 여의주를 셋 가진 이무기가 나온다. 용이 되려면 여의주 한 개만 고르고 나머지 둘은 포기해야 하는데 욕심 때문에 여의주를 못 버려 용이 못 된다. 신화 속 주인공 오늘이가 여의주 둘을 버려야 용이 된다고 알려주자 이무기는 오늘이에게 여의주를 주고 마침내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욕심이 화를 자초한다. 여의주는 용의 턱 아래 있는 영묘한 구슬인데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여의주는 단 한 개만 있으면 된다.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 ‘용’이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자식의 앞날을 그린다. 어리석은 부모는 이무기도 못 될 자식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용을 쓴다. 용이 될 자에게 필요한 건 만능의 여의주가 아니라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을 담은, 인생을 관통할 진실로 빛나는 여의주다.   용과 이무기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이무기가 용보다 스펙이 떨어진다. 용이 구름, 바람, 비와 우박, 천둥번개를 관장할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이무기는 구름을 불러올 수 있는 힘 밖이 없다. 이무기는 퇴치당하는 불쌍한 종족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무기가 1000년을 수행한 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낼 때 그 사람이 “용이다”라고 하면 용이 되지만 “뱀이다”라고 하면 이무기가 되어 다시 1000년을 더 수련해야 한다. 용이 되기 위해선 사람들 눈에 진정한 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무기가 용포를 못 입는 것처럼 덜 떨어진 천박한 언어와 사실 왜곡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자는 개천에서 더 참담한 수행을 감내하는 길밖에 없다. 용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는 것이 정답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원리를 반복한다. 용으로 키우기보다 ‘사람의 자식’으로 키우는 게 맞다. 갖가지 여의주를 갖기 위한 투쟁으로 이무기의 생을 반복하지 말고 단 한 개 빛나는 진실의 여의주를 입술에 담으면 된다. 천둥번개 비바람을 불러오는 힘을 갖지 못해도 사랑의 눈물로 대지를 적실 수 있다면 하늘 높이 승천하는 날개를 달지 않을까.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이무기 득세 자식 농사 갖가지 여의주 자식 문제

2023-03-22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이무기가 득세하는 세상

농사 중에 제일 힘든 게 자식 농사다. 밭농사는 한 해 잘못 되도 다음 해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식 농사는 한번 기울어지면 갈아엎기 힘들다. 유명인사나 재벌, 필부에 이르기까지 자식 농사는 장담하기 힘들다. 권력 줄 잡고 잘 나가던 인물이 자식 문제로 낙마하고, 부귀영화 누리던 사람이 자식 일로 곤경의 위기에 빠진다.     유전자를 탓하면 무엇 하리. 자식 잘못보다는 부모의 습관적인 위선과 비리, 거짓말과 권모술수가 공동의 이념으로 전파돼 무덤을 파는 경우가 많다.     빈부격차와 계층간 갈등이 심화된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착각과 환상은 자유다. 애초에 용이 될 자질과 성품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이 비리와 위장, 현란한 말재주로 포장해 유명인사가 된다 한 들 종국에는 하늘의 뜻을 가릴 수 없다. 결국 용은커녕 이무기도 못 되는 판정 받아 나락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를 보면 찝찔하다. 부모는 자식의 롤 모델, ‘닮지 말라’ 애원해도 닮는다.   신화 속 등장하는 이무기는 토지신인 뱀과 용의 중간격인 상상의 동물이다. 천년을 물 속에서 수행하여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될 수 있다. 실존하는 모습이 없어 구렁이처럼 생긴 거대한 뱀으로 여겨진다. 구렁이가 용이 되려면 천년이 걸리는데 뱀이 오백년 살면 이무기가 되고, 오백년 더 살면 용이 된다고 한다.       한국 신화 원천강본풀이에는 여의주를 셋 가진 이무기가 나온다. 용이 되려면 여의주 한개만 고르고 나머지는 둘은 포기해야 하는데 욕심 때문에 여의주를 못 버려 용이 못 된다. 신화 속 주인공 오늘이가 여의주 둘을 버려야 용이 된다고 알려주자 이무기는 오늘이에게 여의주를 주고 마침내 용이 된다는 이야기다.   욕심이 화를 자초한다. 여의주는 용의 턱 아래 있는 영묘한 구슬인데 원하는 것을 무엇이던 만들어 낼 수 있다. 여의주는 단 한 개만 있으면 된다.     모든 자식은 부모에게 ‘용’이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자식의 앞날을 그린다. 어리석은 부모는 이무기도 못 될 자식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용을 쓴다. 용이 될 자에게 필요한 건 만능의 여의주가 아니라 부모의 올바른 가르침 담은, 인생을 관통할 진실로 빛나는 여의주다.   용과 이무기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이무기가 용보다 스펙이 떨어진다. 용이 구름, 바람, 비와 우박, 천둥번개를 관장할 강력한 힘을 가지는데 이무기는 구름을 불러올 수 있는 힘 밖에 없다. 이무기는 퇴치 당하는 불쌍한 종족이다.   전설에 의하면 이무기가 1000년을 수행한 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낼 때 그 사람이 “용이다”라고 하면 용이 되지만 “뱀이다”라고 하면 이무기가 되어 다시 1000년을 더 수련해야 한다. 용이 되기 위해선 사람들 눈에 진정한 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무기가 용포를 못 입는 것처럼 덜 떨어진 천박한 언어와 사실왜곡으로 민심을 호도하는 자는 개천에서 더 참담한 수행을 감내하는 길 밖에 없다. 용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는 것이 정답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원리를 반복한다.   용으로 키우기보다 ‘사람의 자식’으로 키우는 게 맞다. 갖가지 여의주를 갖기 위한 투쟁으로 이무기의 생을 반복하지 말고 단 한 개 빛나는 진실의 여의주를 입술에 담으면 된다. 천둥번개 비비람을 불러오는 힘을 갖지 못해도 사랑의 눈물로 대지를 적실 수 있다면 하늘 높이 승천 하는 날개를 달지 않을까.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이무기 득세 갖가지 여의주 자식 농사 자식 문제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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