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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농사는 힘들다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농사는 힘들다. 요즘 같은 폭염에 딸기를 따는 일꾼들을 보면 북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 농사를 하던 생각이 난다. 황해도에서 수리 관개 시설이 잘 되어있는 신천, 재령, 사리원, 해주 평야를 제외하고 산간 지역에서는 주로 조 농사를 지었다. 일반 주민의 주식은 좁쌀이었다. 남한에서는 서숙이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은 foxtail millet이다.  
 
손길이 많이 가는 곡물이 조다. 다섯 번 김을 매주어야 한다. 손으로 씨를 뿌린 다음, 조가 나오면 잡초를 제거한다. 이것을 애벌이라고 한다. 푸른 싹이 한 자 정도 자라면 두 번째 김을 매준다. 조가 무릎까지 올라오면 세 번째 김을 매주며 호미로 북을 준다. 소가 끄는 가래로 홈을 판 다음 호미로 흙을 올려주는 것을 북을 준다고 한다. 네 번, 그리고 다섯 번째 김을 매줄 때는 조 이삭이 나온 삼복 여름이다. 사람이 보일락 말락 높이 자란 조밭 속에서 김을 매며 호미로 북을 준다. 숨이 막히는 폭염이다. 비지땀이 쏟아진다. 농부들은 물속에서 나온 물개처럼 땀에 젖어있다.  
 
잡초 제거뿐 아니라 흙을 긁어주기 위해 여러 번 김을 매준다. 흙을 긁어주면 비료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농부들이 힘들고 지칠 때 등장하는 것이 막걸리다. 우물 속에 넣어 두었던 시원한 막걸리 한 잔씩 마시고 취기가 돌면 노랫가락이 나온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힘들게 지은 농사지만 좁쌀밥은 맛이 없다. 목으로 넘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입쌀과 좁쌀을 섞어서 두 칸 밥을 짓는다. 우리는 열 식구가 사는 종갓집이었다. 큰며느리인 어머니가 밥을 푼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애들은 입쌀과 좁쌀이 반반, 두 며느리의 밥은 강조밥이었다.  
 


어머니와 삼촌 댁은 항상 강조밥에 물을 부어 먹었다. 조는 메조와 차조로 나눈다. 차조 맛은 훨씬 낫다. 메조 밥은 입으로 불면 모래처럼 날아가지만 차조는 끈기가 있다. 갈치와 열무김치와 차조밥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농사일은 힘들다. 불가에서 발우공양 전 식사 작법 즉 오관게 (五觀偈)를 게송 한다. 이 게송 가운데 이런 문구가 있다. ‘계공다소 양피내처 計(功多少量被來處), 정사양약 위료형고 (正思良藥爲療形枯)’. ‘이 식사가 있기까지 얼마나 공이 든 것인가를 생각하자, 밥 먹는 것을 약으로 여겨 몸의 연약함을 치료하자’는 의미다.  
 
우리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밥 먹기 전에 이 식사가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공이 든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햇볕과 비를 내려주셔 곡식, 채소, 그리고 과실이 자랐다. 농부가 땀을 흘리며 이것들을 수확하여 시장에 내놓았다. 어머니 또는 아내가 음식을 만들어서 테이블에 올렸다. 감사의 식사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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