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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해야 하는 이유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둔 유권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아무리 이전투구라고 해도 이런 혼탁한 싸움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생과 관련한 정책 대결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직 상대후보와 가족 흠집내기에만 혈안이다. 이는 후보자들의 전과나 품성 등 자질문제가 크다.     백 번 양보해 개인의 흠집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생을 책임질 만한 역량도 여야 후보에게서 보이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얼마전 모 유튜브 방송에서 드러난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의 철학과 경제 해법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치는 4류’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침이 저절로 떠오른다.     특히 여당후보는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나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보적이고 공정을 강조하는 좌파라면서도, 공리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철학과 경제관의 빈곤을 반증하고 있다.   부국강병의 묘책은 하나도 없다. 오직 세금을 잘 거둬서 n분의 1로 고르게 나누어 주면 표는 온다는 아주 위험한 발상만 하고 있다. 포퓰리즘도 이런 포퓰리즘이 없다.   야당후보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반도에서 불고 있는 풍운이 현정권이 야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거기에서 끝이다.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설득력이 부족하다.     두 후보 모두 현대적 리더에게 필요한 합리적 공감과 비전제시 등의 능력이 취약하다. 이 약점은 각 당의 선거참모들이 메워야 하는데 오직 선거공학적 표계산만 하고 있다. 상대후보 비난에만 열을 올린다. 초박빙 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상대방 후보를 조금만 더 흠집을 내면 이긴다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전투구가 계속되면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만 높아질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은 호감도에 비해 무려 두배나 된다. 이 같은 네거티브 선거에서는 설사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너무 겉만 보고 일희일비 하다 가는 그동안 쌓아온 국력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조세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가 1811년 러시아 헌법 제정에 관한 토론을 하면서 쓴 말이다.   ‘시민은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정치인은 대표자로서 사명감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자주 인용된다.     두고두고 곱씹어 봐도 명언이다. 사회는 발전하지만 무조건이지는 않다. 노력하는 것만큼 얻을 수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국민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국가의 화복(禍福)이 유권자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동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미주한인들의 반응은 냉담과 무관심만 증폭되고 있다. 재미유권자 수는 약 85만 명 정도. 이 가운데 등록율은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말할 것도 없이 투표환경의 열악이 주원인이다. 실제 애틀랜타총영사관의 경우 동남부 6개주를 관할한다. 시카고총영사관은 무려 13개주에 걸쳐 있다. 그럼에도 투표소는 달랑 각각 3곳에 불과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선거법 전면 개정은 꼭 필요하다. 미주한인들의 숙원인 투표하기 쉬운 환경, 다시 말해 우편투표나 투표소 확대 등은 꼭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만 ‘우는 아이 젖 준다’는 격언이 있듯이, 주권 당사자가 가만히 있으면 빈곤의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지금처럼 투표율이 저조하면 한국에서도 재외국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예산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힘들더라도 이번 선거에 가능한 많은 인원이 투표에 참여해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85만 표면 충분히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숫자다.   미주한인들이 결집해야만 우리의 요구가 각 당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이번 대선에 적극 투표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대 대선을 위한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8일 마감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인터넷으로 유권자 등록하는 데는 불과 5분, 길어도 10분이면 충분하다.시론 투표 논설위원 투표소 확대 철학과 경제관 상대후보 비난

2022-01-06

영미권서 주목받는 북한 '관찰자' 백지은 "김정은 변신 판단, 아직은 신중히"

최근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이 북한 관련을 보도할 때 자주 취재하는 한인이 있다. 남가주 출신 백지은 씨다. 하버드대학에서 행정학 학사와 공공정책 석사를 마치고 현재 옥스퍼드대 공공정책 박사 과정에 있는 백씨는 CNN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공영방송 NPR, 영국의 BBC 등이 북한 보도를 할 때 의견을 묻는 주요 취재원으로 자주 등장한다. 백씨가 북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1학년 가을 학기에 친구들과 함께 강철환 씨의 수용소 경험 증언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뒤 북한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얼마 뒤 그는 행동에 나섰다. 2007년 학부생 모임인 '하버드대 북한 인권 학생 모임'(H-RiNK)을 공동 창립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자는 취지로 탈북자를 초청해 연설을 듣고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이 단체는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를 하버드대에 초청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다큐멘터리 '이산가족(Divided Famaly)' 프로젝트팀에 합류해 공동제작을 맡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학생과 교회, 비정부기구(NGO)에 이산가족 상봉의 시급성을 알렸다. "한국전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비극은 멀리 남북한에 한정되지 않는,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졸업 뒤 구글 본사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에서 일하면서도 북한을 놓지 않았다. 젊은 탈북자들이 디지털 활용 능력(Digital Literacy)를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서울에서도 구글 관계자와 탈북자가 멘토 관계로 짝을 지어 대학 지원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2년에는 웨스트레이크에서 열린 구글 국제 콘퍼런스에 유형별로 탈북자 10명을 초청했고 이런 열정은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의 방북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대 벨퍼 센터에서는 석학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북한 전문가의 지도 아래 연구를 계속했다. 핵무기와 테러리즘에 정통하고 국가 안보와 국방 정책 분석으로 유명한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박사가 지도교수였고 북한 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 대사의 지도도 받았다. 벨퍼 센터는 수백 명이 전문가가 연구결과를 내놓으며 5년 연속 전 세계 대학 부설 싱크탱크 1위를 차지한 곳이다. 백씨는 북한 관련 저술과 기고를 통해 소장파 학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불법 유입된 TV쇼가 북한을 바꿀까"라는 기고문을 싣는 등 언론을 통해 북한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 정부와 대학이 주최한 국제 학술회의에는 메인 스피커와 패널로 참가했다. 2017년엔 외교 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북한인의 마음의 개방'을 게재해 그해 '최고 기사 20편'에 꼽혔다. '북한의 은밀한 혁명(North Korea's Hidden Revolution)'은 이런 활동을 본 에이전트의 제의로 시작됐다. 여러 출판사가 오퍼를 했고 예일대 출판부를 선택했다. 북한의 역사와 권력 구조 속에서 외부에서 유입된 지하 정보가 폐쇄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100여 명의 탈북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론화했다. 출판부에서 인터뷰한 탈북자에게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쳐 출판된 책은 북한 전문가의 호평을 받으며 대학에서 부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앨리슨 박사와 로버트 칼루치 전 북핵 특사, 보즈워스 전 대사,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랜코프 국민대학교 교수 등의 서평이 잇따라 언론에 실리며 책의 가치를 높였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영문 학술서는 여러 권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유입된 정보와 그 정보의 소비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이해하려는 영문 학술서는 이 책이 유일하다. 그동안의 활동과 연구 성과에도 백씨는 "나는 북한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의 서평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책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아주 겸손해졌다. 생각을 종이에 쓰는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북한과 억압적인 국가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고 확신했다. 북한에 대해 연구할수록 아는 것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백씨가 옥스퍼드 대학에 공공정책 박사과정을 지원한 이유이고 자신을 북한 전문가가 아니라 "북한 관찰자"로 부르는 이유다. "다만 내 인생을 북한 연구에 바치고 북한과 북한 사람들, 모든 한국인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려 노력하는 데는 아주 열정적이다." 그가 관찰한 북한은 어떨까. 사회가, 사람들이 변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젊은이들은 한국의 유행과 패션을 모방한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은 시장에 의존한다. 필요한 것의 모든 것은 현금으로 산다. 이 밀레니엄 세대는 시장과 현금, 전례 없는 수준의,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와 함께 자랐다. 북한에는 수백 개의 시장(장마당)이 있다. 암시장이 아니다. 최근엔 이런 시장 중 많은 곳에 세금이 부과된다. 규제도 받는다. 탈북자들은 이런 농담을 한다. '북한 시장에서는 고양이 뿔을 빼고 뭐든지 살 수 있다.' '김일성이 살아있다면 북한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농담도 했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문화도 바꾸고 있다. "북한은 가부장적인 나라다. 대체로 남자는 집 안팎에서 권력을 갖고 있다. 아버지와 남편은 가장이며 남편과 아내는 균등한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 가정폭력도 매우 많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대다수 부인들이 장사를 하고 집으로 현금을 가져온다. 이것이 가정 내 권력 구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피상적인 수준이지만 김정은 북한을 근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징후도 발견된다. 북한 앵커들의 목소리 톤이 전보다 부드러워졌고 영화나 쇼의 제작이 좀 더 근대화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아래로부터의 주요한 변화를 받아들일 만큼 압박을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북한 정권은 매우 영리하며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 유통을 단속하려 한다. 가택과 전자제품을 불시에 수색한다. 훨씬 은밀한 방식은 맬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포시켜 이런 정보를 감시해 소유자와 소비자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하고 이해하려 했던 관찰자로서 그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건강한 회의론'을 견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류애에 대한 믿음으로는 한반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는 그렇다. 북한에서 지속 가능한 변화가 오려면 엘리트나 군부, 돈주로 불리는 중산층, 평범한 일반인이 협력해야 한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은 기쁘다"면서도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보여준 이미지는 하나의 데이터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엘리트와 군대에서도 변화와 양보가 있어야 한다.' 그의 이런 시각은 북한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한을 이해하고 연구하려는 열정을 바탕으로 나는 다른 전체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을 비교하는 앵글에서 공부하려 애썼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반대세력(political dissent)의 초기 행동가다. 전체주의 국가가 어떻게 자유주의적 시스템으로 바뀌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런 지식과 이해가 앞으로 북한이 개방되고 북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가 허용되는 미래에 효율적으로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는 현재 박사학위 논문으로 미얀마(버마)를 연구하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에서 항의나 파업, 보이콧(쟁의) 같은 저항 행위의 최초 단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이에 관여하고 조직하는 이들(first mover)은 누구이며 그 동기는 무엇인지가 주제다. 그는 자신을 관찰자라고 부르지만 관찰자만은 아니다. 북한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탈북자에 개입한다. 그는 이 개입 행위를 '지원한다'고 표현한다. 영국에서 미얀마 관련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미얀마로 가 정치범 출신이 세운 학교에서 공공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정치범 출신과 그들의 자녀, 반체제 인사들이다. 왜 지원할까.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아무 잘못도 없이 억압적인 정권에서 태어난 이들이 너무 많다. 운이 덜 좋았던 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나, 그리고 모든 이들의 도덕적 의무다. 그게 연구든 비즈니스든 교육 혹은 자원봉사, 기술이든. 우리는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이 지금처럼 연결하고 봉사하기 쉬웠던 적은 없다. 옆집에 살든, 다른 나라에 살든 모두가 이웃이다. 누구나 봉사할 수 있다."

201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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