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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기마부대 동원해 통로 여는 것이 먼저"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램스가 우승하자 흥분한 시위자 300명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네요. 사람들이 차에 뛰어 올라가기 시작하고 엄마와 두 아이가 탄 차량이 교차로 한복판에 갇혔어요. 자, 여기서 경찰은 무기(tools)를 들 수 있을까요?.”   8일 오전 10시. LA경찰국(LAPD) 아카데미 야외 트랙에서 라이언 빅서 메트로폴리탄 디비전 캡틴이 기자들에게 묻는다.     ‘공포탄이라도 쏴야 하나. 아니면 일단 말로 저지하는 것이 맞나.’     현장에 모인 10여명 남짓한 기자들이 생각에 잠기자 넓은 장외가 조용하다.     그러자 빅서 캡틴이 입을 열고 침묵을 깬다. “뛰어들어 가족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하지만 경찰은 정말 무기를 꺼낼 상황인지 판단해합니다.”     이날 LAPD는 언론들을 초대해 군중 진압과 관련한 토론 및 시연을 진행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 진행하는 관련 미디어 초청 행사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군중 밀집 상황 시 관리 및 통제에 관해 설명하는 이번 LAPD의 행사는 지난 10월 말 벌어진 이태원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공보실 켈리 무니즈 캡틴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LAPD는 이런 상황 시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다”며 “꼭 이태원 참사만을 계기로 행사를 연 것은 아니지만, 해당 사고를 알고 있으며 일부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범죄 진압 자원을 지원하는 메트로폴리탄 디비전 빅서 캡틴은 군중 관리(management)와 달리 군중 통제(control)의 경우 명령을 내리고 강제성을 띤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빅서 캡틴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300명의 흥분한 군중들이 모였다고 쳤을 때 일단 헬기 지원팀과 기마 부대가 동원돼 사람들을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몰고 흩어놓는 것이 먼저”라며 “여기서 일부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버스 의자에 낙서하고, 폭죽을 쏜다고 하자. 이때부터는 ‘통제’가 시작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무기’를 드는 건 이 다음이다.     빅서 캡틴은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슈가 생긴다면 그때는 이걸 든다”고 말하면서 긴 야광 녹색의 총을 들어 보였다. 시위 현장에서 스컬미시 라인(skirmish Line)으로 불리는 경관들이 주로 들고 있는 시위진압용 발사기로 종류는 ‘40㎜ 런처(launcher)’다. 주로 40mm 비살상탄과 함께 쓰인다.     머리는 스펀지, 몸통은 쇠로 된 비살상탄은 보기보다 상당한 위력을 가져 맞으면 신체 피해 정도가 심하다.     로버트 퀴로즈 서전트는 “시위 등에서 군중 진압 시 쓰는 ‘운동 충격 발사체’(kinetic impact projectiles)로 40㎜는 정확한 타깃을 가지고 한 개인에게 쓰고, 37㎜는 다수를 진압할 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퀴로즈 서전트는에 따르면 비살상탄 무기는 주 법인 AB47, SB98에 근거해 치명적인 위협이 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는 “경관이 승인을 구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는 개인이 책임을 지고 사용할 수 있다” 부연했다.    공보실 메건 아길라 수사관은 “LA시에서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시위는 거의 매일 같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위를 한다고 알린다고 해서 체포하거나 시민 불복종 행위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LAPD의 최우선 과제는 공공안전을 지키며 단체 측의 움직임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수아 기자기마부대 통로 시위진압용 발사기 군중 진압과 헬기 지원팀

2022-12-08

[LAPD 시위·집회 대응 매뉴얼] “인파 이동 속도까지 파악”

“5가하고 웨스턴이면 한인타운이죠? 지금 차 사고 났네요. 경찰이 출동했어요.”     2일 LA경찰국(LAPD) 본부 2층에 위치한 공보실. 한 공보관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불과 몇 분 전에 발생한 사고를 파악한다.     ‘퍼스트 얼러트(First Alert)’는 LAPD 공보실이 사용하는 SNS(소셜미디어) 기반 실시간 사건.사고 확인 시스템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포스트되는 사건 정보들이 축약돼 온라인 맵에 표시된다.     옆에 있던 한인 크리스토퍼 노 공보관이 뒤쪽 벽면에 달린 사람 키만 한 대형 스크린을 가리킨다. 스크린에는 각종 SNS에 실시간으로 포스트되는 내용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SNS에 포스트하는 것들이 이렇게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SNS를 바탕으로 앞으로 발생할 시위나 범죄 사건을 예측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공보실은 미디어 유닛과 SNS 유닛, 비디오 유닛 3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2010년 신설된 SNS 유닛은 최근 들어 그 임무가 막중해졌다.     노 공보관은 “SNS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통해 웬만한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다”며 “특히 시위는 경찰에게 ‘언제 일으킬 거다’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SNS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지 평가하고 사전에 인근 치안기관들과 미리 협력해 대비한다. 모니터링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보실은 한국 이태원에서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압사 참사에 대해 LA에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대니 차우 AAPI 커뮤니티 담당 공보관 “알다시피 LA시 거리는 폭이 넓고 비탈길이 적어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뿐만 아니라 행사를 열려면 책임질 주체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사전에 LAPD를 비롯해 LA시와 교통국 등에서 퍼밋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퍼밋 발급 과정에서 해당 장소에 수용 가능 인원을 평가하고 이를 초과하면 당연히 퍼밋 발급은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퍼밋이 없거나 퍼밋의 내용과 다른 규모의 행사는 경찰이 바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공보실은 설명했다.   노 공보관은 “공인되지 않은 시위(unauthorized protest)는 바로 제지할 수 있다. 시위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다운타운에서 벌어진 램스 슈퍼볼 우승 기념 현장에서도 일정 규모를 초과하고 폭력성이 비치면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 바로 해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공보관은 “모임 해산에 관한 프로토콜이 있다. 300명, 500명 등 모임 규모에 따라 경찰력 투입 규모도 다르다”며 “에어 서포트 디비전(Air Support Division)이 헬기에서 보고 평가해 지상에 보고한다. 일반적으로 150~200명이 넘으면 보고된다. LAPD에는 21개의 지서가 있고 5분이면 출동한다”고 말했다.     LAPD 산하 에어 서포트 디비전은 헬기 17대를 보유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찰 항공지원대다.     노 공보관은 “헬기에서 사람들을 분산시킬 길을 파악해 지상에 안내한다. 모임 규모가 크면 기마 유닛(horse unit)과 모터사이클 유닛도 투입돼 사람들을 여러 방향으로 몰고 길을 막아 해산시킨다”고 설명했다.     에어 서포트 디비전은 LAPD 본사에서 차로 5분 남짓 떨어진 곳에 있었다. 오후 1시쯤 건물 옥상에서는 경찰 헬기 3대가 동시에 이륙을 준비 중이었다.     26년 베테랑 경관인 숀 파커 캡틴은 “매 2시간 반마다 헬기 2대씩 교대해 순찰을 나간다. 지상에서 요청이 들어올 때면 순찰 헬기를 제외한 나머지 헬기가 투입된다”며 “경찰지휘관, 특수기동대(SWAT), 수사관팀의 범죄현장 수송 등 수많은 현장을 서포트하느라 쉴 새가 없다”고 전했다.   파커 캡틴은 군중이 몰리는 곳에도 어김없이 경찰 헬기가 출동한다고 전하면서 “규모가 클 경우 행사 동안 군중 위에 머물며 동태를 살핀다”며 “특히 규모도 중요하지만 움직임의 속도와 행동에 중점을 둔다. 지상에서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단 1명만 모여도 나간다”고 말했다.     비행장을 나오는 길, 경찰 헬기에 적힌 한 LAPD의 모토가 눈에 띈다. “To Protect and to Serve.”(보호하는 것, 그리고 봉사하는 것)   장수아 기자군중 통제 에어 서포트 경찰력 투입 일정 규모

2022-11-02

신약의 인물탐구- 나인성의 행렬

 우리가 잘 아는 ‘나인성 과부의 아들’에 관한 말씀은 4복음서 중에 누가복음에만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서 백부장의 사랑하는 종의 병을 고치신 후에 ‘나인’이라는 성으로 향하십니다. 여기에 나인은 갈릴리의 북쪽의 작은 성읍입니다.예수님께서 나인’이라는 성으로 가신 것은 이 나인성의 과부의 아들을 살리시기 위해서입니다. 성경의 예수님의 행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우연하게 만나서 일어난 일도 아닙니다. 여러 성읍이 있었고, 큰 성읍도 있었지만 이 작은 성읍으로 향하신 것은 과부의 삶에 일어난 문제를 통해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선포하시기 위해서입니다. 나인성을 향해서 가실 때에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릅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나인이란 성으로 가실새 제자와 많은 무리가 동행하더니” -누가복음 7장11절. 여기에 ‘많은 무리’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무리에 해당하는 원어가 ‘오클로스’로 ‘대중, 민중’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것은 바로 앞에 나오는 제자와는 대조가 됩니다. 제자는 ‘마태테스’로 ‘제자, 배우는 사람, 생도’의 뜻입니다. 성경은 지금 예수님과 동행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두 부류로 나눕니다. ‘배우는 사람’인 ‘제자’와 ‘그냥 많은 대중, 군중’입니다.      오늘날에도 소위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는 두 부류가 존재합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과 ‘군중’입니다. 그러면 배우는 사람인, 제자는 군중과 무엇이 다를까요? 지금 우리는 군중입니까? 아니면, 배우는 사람입니까? 그런데 여기에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바로 ‘나인 성’에서 나오는 무리입니다. “성문에 가까이 이르실 때에 사람들이 한 죽은 자를 메고 나오니 이는 한 어머니의 독자요 그의 어머니는 과부라 그 성의 많은 사람도 그와 함께 나오거늘” -누가복음 7장12절. 여기에 ‘많은 사람’으로 해석이 된 부분도 ‘오클로스’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군중과 함께 독자를 잃은 과부 어미도 함께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바로 죽은 아들입니다. 나인성에서 나오는 무리의 부류를 보면, 이미 죽은 아들과 아들을 잃은 과부 어미, 그리고 군중들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같습니다. 죄로 인해서 이미 죽은 삶, 그리고 이 땅에서 죄와 악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어떤 해결책도 알지 못하고 따라가는 군중입니다. 이 무리들이 성문에서 만난 것은 바로 ‘예수님과 제자, 군중’의 행렬입니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예수님을 만난 겁니다. 제자를 만난 것도 아니고, 예수님을 따르는 군중을 만난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입니다. “주께서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사 울지 말라 하시고” -누가복음 7장13절.   ‘불쌍히 여기사’는 ‘스플랑크니조마이’로 ‘동정하다, 측은히 여기다’의 뜻입니다. 이 단어는 신약 성경에서 12회 사용된 단어로, 단순한 동정의 의미가 아니라 ‘창자가 뒤틀릴 정도의 안타까움’의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행렬을 보시면서 ‘창자가 뒤틀릴 정도의 측은함’을 느끼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홀로 남은 여인에게 하나 남은 아들마저 죽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모습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잃음, 아픔이 아니라 방향과 목적, 해결책을 모르고 그냥 영원한 죽음의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인생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예수님의 ‘불쌍히 여기심’에 대해서 100% 이해할 수도, 느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도, 교회 밖의 사람들도 구원을 위해서 오신 예수님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리 인생을 보면서 그렇게 심각하게도, 창자가 뒤틀릴 정도로 심각하게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것마저 모르는 인간을 위해서, 인간의 문제를 위해서 이 땅에 오신 겁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십자가에서 해결해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에 허구라고, 거짓이라고 말하며 믿지 않습니다. 심각성이 납득이 가고, 믿어져서 장례 행렬이 예수님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무덤에 아이를 묻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그 길을 간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남으로 인해서 ‘무덤’이 아니라, ‘죽음’이 아니라, ‘생명’임을 알게 된 겁니다. 믿어지지 않습니까? 납득이 가지 않습니까? 그냥 지금 그대로 사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면 다름을 경험하게 됩니다. ‘죽음’이 아닌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그 ‘생명’을 깨닫고, 예수님을 통해서 누리며 살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칼럼인물탐구 나인성 나인성 과부 제자 군중 장례 행렬

2022-10-07

[전문가 기고] 군중심리의 3가지 특성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사람일지라도 군중에 속하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 된다.” (귀스타브 르봉)   1960년도 후기에 히피 문화가 미국을 휩쓴 적이 있었다. 히피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면서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전쟁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동집단 생활(communal living)을 하고 프리섹스를 주장 했다.   젊은 시절 열성파 히피였던 중년 백인 여자를 옛날에 진료한 적이 있다. 심한 우울증과 염세주의가 주요 증상이었다.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가 전혀 공부를 안 하는 통에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y college)에 갈 것이라고 그녀는 씁쓸히 말했다.   아들은 가끔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다며 알아볼 방법을 강구한다. 엄마는 당시에 워낙 많은 남자가 있었고 다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모자(母子)는 좁은 아파트에서 별 의사소통(communication) 없이 무덤덤하게 살았다.   표정이 상냥했던 것 말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그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com-’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세 개나 들먹이는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com’이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지닌 ‘together, 함께, 같이’라는 의미에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리라.   한자어로 ‘공(共)’ 실로 공포스러운 뉘앙스가 숨어있는 컨셉트이다. 공산주의는 재산을 공유하려 하고 히피들은 남녀의 사랑을 여럿이 공유했던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돈과 사랑을 공유하려고 덤벼드는가.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은 파리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후 물리학, 고고학, 인류학을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1895년에 발간한 저서 ‘군중심리’로 정신과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재능있는 프랑스인이었다.   그의 군중심리에 대한 뛰어난 저술을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위시하여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들이 애독했다 한다.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 공산주의를 설립한 레닌(1870~1924)이 르봉의 군중심리 이론과 연계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첫 번째로 손꼽는다. 개인의 특성이 귀신처럼 사라지고 단체적인 감성과 행동이 난무하는 경지다. 개인의 특수성이 부재한 대신에 익명성(anonymity)이 사람을 송두리째 지배한다.   두 번째 특징은 한 무리의 군중이 생겨난 후 그 단체요원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막강한 전염성(contagion)이다. 독자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군중 마음속으로 얼토당토않는 슬로건이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처럼 일파만파 퍼져간다.   세 번째는 암시성(suggestibility). 눈의 초점이 흐리멍덩한 사람들이 떼거리로 최면술에 걸린 듯 바보천치 같은 행동을 한다. 독재자들은 그런 현상을 호시탐탐 이용한다.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한국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처럼 좀비는 전체주의적 행동에 휩쓸린다.   이런 군중심리는 거리로 뛰쳐나온 군중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입춘이 지난 겨울날 집안에 편안히 앉아 시시때때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취향에 맞는 인터넷 신문을 애독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이벤트들이다. 서 량 / 정신과 의사전문가 기고 군중심리 군중심리 이론 군중 마음속 전체주의적 행동

2022-02-10

[잠망경] 군중심리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사람일지라도 군중에 속하는 동안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 된다.- 귀스타브르봉   1960년도 후기에 히피 문화(hippie culture)가 미국을 휩쓴 적이 있었다. 히피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면서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전쟁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동집단 생활(communal living)을 하고 프리섹스와 혼음(混淫)을 일삼았다.   젊은 시절 열성파 히피였던 중년 백인 여자를 옛날에 진료한 적이 있다. 심한 우울증과 염세주의가 주요 증상이었다.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가 전혀 공부를 안 하는 통에 근처 ‘community college, 공동대학(?)’에 갈 것이라고 그녀는 씁쓸히 말했다.   아들은 가끔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다며 알아볼 방법을 강구한다. 엄마는 당시에 워낙 많은 남자가 있었고 다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모자(母子)는 좁은 아파트에서 별 의사소통(communication) 없이 무덤덤하게 살았다.   표정이 상냥했던 것 말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그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com-’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세 개나 들먹이는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com’이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지닌 ‘together, 함께, 같이’라는 의미에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리라.   한자어로 ‘공(共)!’ 실로 공포스러운 뉘앙스가 숨어있는 컨셉이다. 공산주의(共産主義)는 재산을 공유(共有)하려 하고 히피들은 남녀의 사랑을 여럿이 공유했던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돈과 사랑을 공유하려고 덤벼드는가.   귀스타브르봉(Gustave LeBon, 1841~1931)은 파리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후 물리학, 고고학, 인류학을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1895년에 발간한 저서 ‘군중심리’로 정신과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재능이 부글거리는 프랑스인이었다.   그의 군중심리에 대한 뛰어난 저술을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위시하여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들이 애독했다 한다. 볼세비키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 공산주의를 설립한 레닌(Lenin, 1870~1924)이 르봉의 군중심리 이론과 연계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첫 번째로 손꼽는다. 개인의 특성이 귀신처럼 사라지고 단체적인 감성과 행동이 난무하는 경지! 개인의 특수성이 부재한 대신에 익명성(匿名性, anonymity)이 사람을 송두리째 지배한다.   두 번째 특징은 한 무리의 군중이 생겨난 후 그 단체요원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막강한 전염성(傳染性, contagion)이다. 독자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군중 마음속으로 얼토당토아니한 슬로건이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처럼 일파만파 퍼져간다.   세 번째는 암시성(暗示性, suggestibility)! 눈의 초점이 흐리멍덩한 사람들이 떼거리로 최면술에 걸린 듯 바보천치 같은 행동을 한다. 독재자들은 그런 현상을 호시탐탐 이용한다. 2022년 1월 28일 이후 2월 첫 주말에 걸쳐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1위, 한국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처럼 좀비는 전체주의적 행동에 휩쓸린다.   이런 군중심리는 거리로 뛰쳐나온 군중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입춘이 지난 겨울날 집안에 편안히 앉아 시시때때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취향에 맞는 인터넷 신문을 애독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이벤트들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군중심리 군중심리 이론 러시아 공산주의 군중 마음속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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