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기기 쉽다" vs EU·중국 "보복 조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모든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데 이어, 2일에는 "무역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트윗을 날려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한 나라가 거의 모든 나라와의 무역 거래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 무역전쟁을 하는 것이 좋고 이기기 쉽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한 특정 국가로부터 1000억 달러를 손해 보는데 그들이 약삭빠르게 굴면, 더는 무역하지 마라, 우리는 크게 이기고, 이것은 쉽다"고 주장했다. 다른 트윗에서는 "우리는 우리나라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여러분에게 철강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강조했다. EU·한국·중국 등 일제히 반발 보호무역주의 채택을 노골화한 트럼프 정책에 유럽연합(EU), 프랑스, 캐나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중국 등이 일제히 반발하며 보복을 경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콩(대두) 수입을 제한한다는 발표를 했고,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에 맞춰 7일께 상응하는 시장보호조치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무역질서가 화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세계무역기구(WHO)도 2일 드물게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 발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맥주 등 가격인상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공장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지만, 과연 이번 관세부과 결정이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필요로 하는 미국의 자동차, 항공, 가전업은 물론이고 철제빔·파이프라인·전선 등이 쓰이는 건설, 유틸리티 산업까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파악된다. 알루미늄 캔이 쓰이는 음식과 맥주 등 음료업계, 알루미늄 배트가 많이 쓰이는 아마추어 야구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관세부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미미하며,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생산을 재촉함으로써 일자리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몇 년 전 알루미늄 가격이 20%나 떨어졌을 때 맥주업체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며 지금 관세인상으로 캔 가격이 오른다고 불만 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학자들 "경제 전반에 부담"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관세로 높아진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제조업자들은 근로자를 줄이게 되고,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분을 전가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부담을 확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한다.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맥주업계에서는 10% 관세 인상만으로 펍이나 양조장 등에서 일하는 2만300명의 근로자가 해고될 수 있다는 게 컨설팅업체, 존던햄 &어소시에이츠의 분석이기도 하다. 2017년 상무부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철강 수입 비중은 캐나다(16%), 브라질(13%), 한국(10%), 멕시코와 러시아(각 9%) 등 순이다. 중국은 10위 권에 들지는 못하지만 중간제품을 한국이나 베트남으로 보내 다른 나라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어 실제적으로는 그 비중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문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