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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Power of Jeong(정)

지난 4월 17일 수요일에 딸 부부가 저녁 모임이 있다며 베이비 시팅을 부탁했다. 거의 자정에 가까워서 돌아온 딸아이가 “엄마 정이 뭐야”하고 묻는다. 너무 갑작스러워 대답 못 하는 나에게 그날 모임의 주제는 ‘Power of Jeong’이었다고 한다. KACF(Korean American Community Foundation)에서 연례행사로 해마다 주제를 정하고 Fundraiser Gala Party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미국 TV 채널7 ABC가 proud sponsor로 도와주었다. 이날 행사에는 약 700명의 한국인 2세가 모여 그들만의 세계를 즐기고 축하하는 대향연이었다.     그날 MC를 맡았던 Juju Chang, ABC 뉴스 앵커는 “Power of Jeong is powerful concept that describes bonds keep the community, rooted and inspired to give back together”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날 참석한 기부자들에게 그들은 진정 Korean American Philanthropy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Philanthropy란 “Love of Humanity, generosity in all its forms, giving gifts of time, talents and treasure to help make life better for other people”이라고 덧붙였다. 한글을 읽고 쓰는 나보다도 더 적절한 해석이라 생각된다.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2세들의 바람직한 ‘Move’에 마음이 든든했다.     정이란 무엇인가 이번 기회에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몇 달 전에 ‘한국인의 DNA’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름대로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드는 저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 싶어서였다.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다. 이해가 빠르다. 창조와 모방에 뛰어나다. 손재주가 있다. 근면 성실하다. 이는 모두 나의 경험이다. 정 또한 한국인의 DNA에 포함되지 않을까. 앞으로 한국학자가 학문적으로 논리적으로 한국인의 우수성을 증명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이란 한국인의 정서이고 한국인의 대표적인 정서 중 하나다. 정은 큰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부정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정이란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따뜻한 마음의 작용이나 움직임이다. 사람이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지내오면서 생기는 좋아하는 마음이고 가깝게 느끼는 마음이다. 정은 돌을 깨부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정이란 주관적이어서 내가 스스로 느끼고 하고 싶고 상대방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내 마음을 표현하는 감정이다. 이런 문화적 바탕이 누적되면 힘이 된다. 할수록 더 끌리고 더 하고 싶은 베풂의 연장이 된다.     정이 많은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지만, 한국 사람만큼 정이 많은 민족도 드물다. 정이란 ‘우리’라는 개념과 많이 통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우리 엄마, 우리 딸, 우리 남편 (일부다처제에서나 가능한 개념), 우리 집 등 개인주의적인 관념을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정에서 비롯한 문화적 현상이 아닐까. 정의 종류도 다양하다. 고운 정, 미운 정, 인정, 애정, 풋정, 속정 등 찾아보면 한없이 많을 것이다.     딸아이가 막 8살이 되었을 때 부산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대학의 한 교수를 찾아가던 중 마침 자리가 있어 딸아이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한 할머니가 버스에 올라오더니 딸아이를 들어 당신의 무릎 위에 앉히며 자리를 빼앗고 너 몇 살이니, 이름이 뭐니 하고 물으셨다. 그때 내 딸아이의 표정을 상상해 보시라. 이런 점은 한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지나친 참견이므로 사생활 침해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자신이 인식하는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선하는 따뜻한 감정이 정이다. 옛날에는 한 집의 잔치는 동네잔치였고 마을 전체 잔치였다. 누구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지냈던 적이 있었다. 정이란 ‘Love’보다는 ‘Affection’에 가깝지 않을까. 좋아서 끌리는 돌봐주고 싶은 감정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Power of Jeong은 과연 한국인만의 Power다.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power 한국인 2세 community foundation 개인주의적인 관념

2024-05-03

[이 아침에] 나의 고정 관념

지난 5월 말쯤 여름방학을 몇 주 앞둔 시기였다.  무료로 배포되는 동네 신문을 훑어보다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17세의 학생들입니다. 둘 다 작은 트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나 물건 배달이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광고 밑에는 그들의 전화번호도 있었다.                                                                                 광고를 본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17세면 올 9월 대학에 진학하거나 내년 대학입학을 준비해야 할 나이인데 트럭운전을 하며 여름방학을 보내겠다니 참 안됐구나. 아마 집안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겠다는 결정을 한 모양이구나.’   인근에 사는 딸에게 이 광고 이야기를 했더니 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광고를 낸 두 청소년은 동네에서 꽤 알려진 집의 자녀들이라는 것이다.  부유층은 아니지만 중상류층은 된다고…. 그러면서, 엄마는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도 여름방학 동안 트럭 운전을 하며 돈벌이를 하는 애들을 집안이 가난해서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엄마는 고정 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동네에 사는 친지의  딸이 올가을 남가주에 있는 주립대학에 진학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그 친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이 친지는 나를 보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딸이 남가주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했지만, 속으로는 좀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  친지의 딸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것은 물론 학교 배구팀 선수로 활약했고, 리더십상을 받는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친지의 딸이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친지의 밝은 표정을 보며 미국에서 반세기 가까이 살면서 아직도 여러 면에서 한국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학연이나 지연 등에 관한 고정 관념도 그렇다. 미국에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이런 현상을 보면 미국에서도 학벌의 값어치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명문대 졸업생들끼리 친구가 되고, 이런 관계가 졸업 후 사회생활에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동문이라는 배경 탓에 공사를 구분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일은  많지가 않은 것 같다.  미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고, 연방정부를 비롯한 50개의 주정부가 있어 고위 공직자의 숫자도 엄청나다. 주변의 주목을 받을만한 고위직에 오르면 특히 조심하기 때문인 듯하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이 아침에 고정 관념 고정 관념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내년 대학입학

2023-08-16

[열린광장] 챗GPT와 글쓰기

새롭게 맞이한 해의 그림자가 훌쩍 반을 드리운다. 칠십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문명의 기기를 손에서 다루며 따라가기에 숨차다. 그 거리를 좁혀보고자 ‘챗(Chat)GPT와 글쓰기’라는 책을 관심 있게 읽었다. 컴퓨터 링크에 접속하여 회원가입을 했다. 챗GPT가 나타나자,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큰 충격을 받았다. 2022년 11월 30일에 챗GPT가 웹으로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불과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정체 앞에 놀란 가슴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챗GPT와 같은 AI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AI(인공지능) 최초의 챗봇부터 지금 챗GPT까지 AI의 글쓰기 원리와 전문 기술을 글쓰기와 연계해서 알려 주었다. 챗GPT는 인공지능으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서 사람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쓰는 대화형 언어모델이다. 이를 만든 OpenAI는 미국의 인공지능 기업이자 비영리 단체로 2015년 일론 머스크, 샘 알트만, 리드 호프만, 피터 틸이 설립했다. 2021년까지 데이터로 학습했으므로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나 지식은 모른다. 가끔 부정확한 정보로 대답할 수 있고, 유해한 지시나 편향된 내용으로 대답할 수 있다는게 지금의 한계다.     웹에 들어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을 시작했다.  “AI가 글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더니 “저는 AI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해서는 개념적인 이해만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실에 기반을 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면, 그 글의 가치는 높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챗GPT가 작성한 기사들을 읽어보았다. 챗GPT가 나오기 전부터 딥러닝으로 무장한 AI를 통해 스포츠나 증시 소식, 경제 지표 발표 등과 같은 기사는 사람이 아닌 AI를 활용해 내보내는 언론사도 있다고 했다. 챗GPT 플러스라는 새 버전이 나와 이제는 최신 소식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버전 챗GPT 4는 인터넷과 연결돼 있고 처리 속도도 훨씬 빠르다. 세상은 지금 엄청난 대 격변기에 진입했다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까? 두려움이 생긴다. 챗GPT가 몰고 올 엄청난 파장과 충격은 놀랍다. 그동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글을 써왔던 작가는 앞으로 어떻게 좋은 글을 써야 할까?     “봄에 대한 시를 써 보세요”라고 해보았다. 물 흐르듯 생각할 여지 없이 술술 시가 적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영혼이 없다고 할까? 작품의 주제와 작가의 의도같은것은 없이 이미지만 서술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수사는 하지만 설득은 못 한다. 다양한 스타일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이 상대를 감동시키거나 설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내용의 정보력과 글의 구성력에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다운 생각과 경험에 차별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나는 글을 쓰며 인터넷을 이용해 정확한 정보와 단어의 의미와 관련된 글을 찾곤 했다. 단순한 조사, 정리나 분석, 요약이나 발췌, 수사법이나 문법 적용 같은 것은 AI가 훨씬 잘한다. 이제 챗GPT에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해결을 얻고자 한다. 퇴고할 때 신경을 쓰던 문장 표현의 반복 등 여러 요소를 입력하여 질문해 보려 한다. 동화와 소설의 서사 구성(Plot)인 ‘기, 승, 전, 결’도 시험해보고자 한다. 시간 절약과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것 같다.     AI는 글쓰기 경쟁 상대가 아니라 사람의 도구일 뿐이다. 그를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나의 경험에서 온 깊은 사고와 철학을 펴나가는 것이 내가 앞으로 할 글쓰기의 방향이라고 깨닫는다. 여기에서 AI와 사람의 글쓰기 차이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고차원적인 글 즉 사람만의 경험과 생각, 관념이 들어간 글을 써야 한다. AI보다 더 좋은 글을.   이희숙 / 수필가열린광장 글쓰기 생각 관념 증시 소식 예술 작품

2023-06-16

[삶의 뜨락에서] Bursting(터질 듯한)

가을이 느지막하게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가을 앓이를 심하게 하는 나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는 휴가를 얻어 가을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올해 10월 마지막 주는 거의 지친 초록이 아직도 텃세를 부리고 있다. 11월에 들어서야 서둘러 가을이 축제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소녀 시절 오스트리아의 푸른 초원과 독일의 고색창연한 성을 둘러싸고 있는 농익은 단풍 숲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2011년 10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대장정의 길에 올랐다. 프라하의 찰스 다리 위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졌음에 감격해 한참을 울먹였다. 그다음에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철학자의 길’에서 독일 관념 철학의 아버지인 칸트가 하루에 8번씩 이곳을 산책했으며 괴테를 비롯한 헤겔, 야스퍼스, 휠덜린이 산책했던 그 산책로를 걸으며 그들의 숨결에 압도당해 온몸의 세포가 전율하며 덥석 주저앉았던 추억이 있다. 그때가 10월 마지막 주였는데 그 숲속에서 바라본 햇빛은 오색찬란한 잎사귀들을 뚫고 내 가슴을 관통했다. 스쳐 가는 바람은 찬란한 햇빛과 달콤하게 속삭이며 수천수만 가지의 절묘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가 색채의 향연에 퐁당 빠지게 된 것은! 숲 밖이 아닌 숲속에서 올려다본 햇살!!! 잎사귀마다 고유한 색이 있고 햇빛의 강도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찰랑대는 색채! 그리고 그들이 서로 어울려 이루어내는 색채의 조화! 나는 그림으로 그 색채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꿈을 위해 헐떡이고 있다. 그 어떤 누구라도 이 산책로를 걷다 보면 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장관이었다.     많은 사람이 가을은 쓸쓸하고 외롭고 허무하다고 투정한다. 하지만 나는 가을을 성취와 완성을 재검토하는 대단원의 무대라고 믿는다. 봄에 씨를 뿌려 싹이 나고 여름에 성장하고 가을이면 무르익어 열매를 맺는 계절의 아름다운 순환이 아닌가. 나는 슬프지 않다! 겨울이 되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작고 단단하게 만들어 심층 가장 깊은 곳에 저장한다. 다시 태어날 봄날을 기다리면서 이 가슴 벅찬 가을을 두 팔로 안는다.    지금 내 주위는 이제 겨우 지친 초록이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가슴에 불을 지피고 절정에 오르기까지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지난 모든 시간은 오늘의 향연을 위한 준비단계였다. 아직 못다 한 꿈이 있다면 저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듯 나 또한 내 꿈을 불태우리라. 당당하고 멋진 나만의 색채를 만들어보리라. 난 어렸을 적에 부풀어 터진 석류가 달린 석류나무를 본 적이 있다. 수정처럼 투명한 붉은 구슬들이 부풀고 부풀어 바깥세상 보고 싶어 더는 참지 못해 터진 가슴 같다고 생각했었다.     프랑스 작가 미셀 투르니에는 ‘예찬’에서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우정은 예찬하는 가운데 생긴다. 현실 세계는 본래 무채색이다. 그 현실에 색깔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눈이고 예찬이다”라고 했다. 삶이 지루하고 고달플 때 그리고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보일 때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인생의 부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느끼고 감동하며 사느냐에 달려있다. 감동을 하여야 감동을 줄 수 있다. 내 가슴 속에 타고 있는 불빛이 있어야 그 불빛을 전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감동을 하였는가. 가슴 멍한 경험을 했는가. 영감 받은 일이 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bursting 가을 여행 초원과 독일 독일 관념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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