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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가여운 영혼

주일 아침, 성당 미사에 참석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노인들뿐이다. 나만 해도 50대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이제 60 중반을 넘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교회에서도 진행 중이다.     늘 보이던 노인이 안 보이면 혹시 아픈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에 물어보게 된다. 몸이 아파 못 나오던 교우는 몇 주 후면 다시 나타나지만, 다투고 삐져서 떠난 교우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다들 고집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기억과 생각만이 옳으며 남들이 틀렸다고 굳게 믿는다. 노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라.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간혹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걸 트집 잡아 언쟁이 벌어진다.     나는 4년째 매일 5년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4번째 칸에 오늘 일기를 쓰며 지난 3년 치 일기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내 기억이 틀린 것이다. 4년의 기억이 그러할진대 50-60년 된 기억이야 어떻겠는가.     나이 먹은 사람은 살아온 날이 많으니 당연히 보고 듣고 경험한 것도 많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모두 좋거나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거나 바로 잡지 않고 지나친 것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이를 앞세워 나의 언행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문제다.     나 역시 이런 실수를 저지르며 산다. 올해 대학에 간 조카 녀석을 데리고 살며 늘 나이를 앞세워 내 주장을 펼쳤다. 서로 의견과 생각이 다르면 마치 내 방식만이 성공 방정식인 양 고집을 부렸다. 60년 살아 굳어진 나를 고치기보다는 이제 겨우 10여 년 산 네가 바뀌기가 쉽지 않겠느냐는 이상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반대가 맞다. 60여 년 살아오며 보고 들은 것이 많은 나는 오늘 옳다고 믿었던 것이 훗날 틀린 것이 될 수도 있으며, 마치 세상이 무너질듯한 절망의 순간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더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 세상사라는 것이 누가 가르쳐 준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는 것이다. 세상사 절대적인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늘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이해하고 양보하는 것이 맞다.     나는 요즘 학교에 가서 미술 클래스를 듣는다. 매주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과제를 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똑같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사물의 크기도 다르고 색상도 다르며 붓질도 다르다.     세상사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눈에 까맣게 보이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잿빛으로 비출 수 있고,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이는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속한 단체는 모두 작은 공동체다. 뜻을 같이하는 가족인 셈이다. 일가친척도 다투고 소원해지면 남이 된다. 짐 싸 들고 집을 나가면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부부는 다투고도 한방에서 자야 하며 가족은 머리가 깨지도록 싸워도 한 지붕 아래 살아야 한다.     나이 들어 몸에 힘 빠지고 마음도 흔들리는 우리는 모두 가여운 영혼들이다. 측은지심을 가지고 삽시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영혼 다들 고집 미술 클래스 오늘 일기

2023-10-18

[독자 마당] 구십 고개를 넘으면서

독일의 문호 괴테는 “사람들은 시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며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나이를 달리는 차의 속도에 비교하며 60대는 60마일로, 70대는 70마일, 80대는 80마일, 90대는 90마일로 달린다며 삶의 종착지가 머지않았음에 시간을 아쉬워한다.     언제나 그랬듯 새해를 맞이할 때면 새로운 결심을 써본다. 하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나곤 했다. 올해 검정 토끼해 계모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창한 결심일랑 접어두고 남들에겐 대수롭지 않게 보이겠지만 내게는 중요한 결심을 하려 한다. 노년의 삶은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며 생각은 달관하듯 관대해야 한다는데 나는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한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이 세상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는 30여년 전 두 아들과 함께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배우자의 죽음을 통해 삶의 매 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으며 또한 죽음의 확실성도 깨달았다.     인생을 사는 즐거움은 죽음을 아는 순간부터 더 절실해지며 삶을 사랑한다면 그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결코 삶은 무한하지 않으니 다른 이를 원망하지 않고 헛된 자존심과 고집, 허세와 부정적인 생각을 멀리하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모든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매사에 감사 또 감사하는 삶을 산다면 이것이야말로 죽음을 잘 준비하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옛 성인들은 이 세상 떠날 때 평생 죽음을 예비한 것처럼 모든 번민을 훌훌 벗어버리고 떠난다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괴테가 파우스트를 끝낸 것이 80세가 넘어서였다고 하니 나 역시 아직도 열정과 의욕을 잊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임순독자 마당 구십 고개 평생 죽음 고집 허세 문호 괴테

2023-01-24

[삶의 뜨락에서] 고집

고집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고집이 있는 사람은 자기의 주관이 있고 남이 이야기하다가 틀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한 것을 일단 믿지 않고 그것이 아니라는 말이 습관적으로 나오고 자기는 도덕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로남불의 경향이 있다고 교과서에서는 이야기합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고집에 셀까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안(安) 씨, 강(姜) 씨, 최(崔) 씨가 고집이 세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니 경상북도 경주 부근의 안강면에 사는 최씨가 가장 고집에 세다고 농담으로 이야기합니다. 어떤 이를 글을 풀어 安 씨는 뿔이 하나이고, 姜 씨는 뿔이 둘이고, 崔 씨는 뿔이 세 개여서 최 씨의 고집이 제 일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고려 말기 최영 장군이 이성계와 방원의 회유에도 듣지 않고 고려 왕조를 지지하다가 모함에 걸려 사형을 당합니다. 최영 장군은 죽으면서도 만일 나의 뜻이 올바르다면 나의 무덤에 풀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최영 장군의 묘에 풀이 나지 않았다고 하여 최영 장군의 고집이 세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집이 센 최 씨가 앉았던 자리에는 풀도 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사귀어 본 최 씨는 모두 부드럽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고집이 없는 사람들이니 아마 이말도 사실은 아닌가 합니다. 대개 고집이 있는 사람은 오만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의 일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고집이 센 사람들과 일을 할 때 힘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자기만 옳다고 주장을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매일 아침 콘퍼런스를 합니다. 그리고 수술할 환자에 대하여 의논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의사는 자기의 의사를 조금도 굽히지 않고 고집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의사가 좋다고 하는 방법을 버리고 자기의 주장대로 하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혼자서 유아독존 격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자기의 주장을 하는 사람 중에는 출중하여 다른 많은 사람보다 훌륭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 같은 분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내서 공사를 성공시켰습니다. 여울목에 배를 갖다 대어 물을 막고 공사를 하거나 뜨거운 중동에서 낮에는 잠을 재우고 밤에 공사하는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기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지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씨의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를 고집하여 나라에 큰 손해를 끼치고 한전을 망쳤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문(文) 씨도 성씨에 뿔이 있어 고집이 센가요.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고집 최영 장군 고려 왕조 고려 말기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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