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구십 고개를 넘으면서
독일의 문호 괴테는 “사람들은 시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며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나이를 달리는 차의 속도에 비교하며 60대는 60마일로, 70대는 70마일, 80대는 80마일, 90대는 90마일로 달린다며 삶의 종착지가 머지않았음에 시간을 아쉬워한다.언제나 그랬듯 새해를 맞이할 때면 새로운 결심을 써본다. 하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나곤 했다. 올해 검정 토끼해 계모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창한 결심일랑 접어두고 남들에겐 대수롭지 않게 보이겠지만 내게는 중요한 결심을 하려 한다. 노년의 삶은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며 생각은 달관하듯 관대해야 한다는데 나는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한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이 세상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는 30여년 전 두 아들과 함께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배우자의 죽음을 통해 삶의 매 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으며 또한 죽음의 확실성도 깨달았다.
인생을 사는 즐거움은 죽음을 아는 순간부터 더 절실해지며 삶을 사랑한다면 그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한다. 결코 삶은 무한하지 않으니 다른 이를 원망하지 않고 헛된 자존심과 고집, 허세와 부정적인 생각을 멀리하고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모든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매사에 감사 또 감사하는 삶을 산다면 이것이야말로 죽음을 잘 준비하는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옛 성인들은 이 세상 떠날 때 평생 죽음을 예비한 것처럼 모든 번민을 훌훌 벗어버리고 떠난다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괴테가 파우스트를 끝낸 것이 80세가 넘어서였다고 하니 나 역시 아직도 열정과 의욕을 잊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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