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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춤, 시대를 비추는 거울

춤이 시대의 사회성과 정치를 반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춤은 단순한 신체적 움직임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강력한 예술적 표현 수단이 된다. 이는 바체바 댄스컴퍼니의 ‘모모’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지난주 뮤직센터에서 공연한 모모를 진발레스쿨 발사모(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단원들과 함께 관람했다. 바체바 댄스 컴퍼니는 1964년 바체바 드 로스 차일드가 마샤그라함을 예술고문으로 해서 창립된 이스라엘 무용단인데 한 번도 관람한 적이 없고 생소하여 무척 궁금했다. 마침 공연이 뮤직센터에서 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특히 천재적 안무가로 추앙받는 오하드 나하린의 모모는 미국 초연이라 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한미무용연합회 (KOA Dance Federation)는 뮤직센터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로 무용공연 관람 시 20% 할인 혜택이 있다. 단원들은 단체 티켓을 구입하고 미리 바체바 댄스컴퍼니에 대해 배웠다.     공연장 입구는 다른 공연과는 달리 무장한 군인도 보였고 보안 경비가 삼엄했다. 입구 양쪽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표시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군중도 보였다.  공연내용이 주목하는 현재 정치와 맞물려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을 혼자 했다. 공연 도중에도 사진과 비디오를 찍지 말라고 공지할 정도였다. 바체바 댄스 컴퍼니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엄청 큰 단체인 것을 알고 나서 더 흥미를 갖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정치적 맥락 속에서 춤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모모‘ 역시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힘의 균형을 탐구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갈등과 정체성을 암시하는 듯했다.     춤은 역사적으로도 사회 변화를 반영해 왔다. 19세기 프랑스혁명 이후 고전 발레가 민중을 위한 예술로 변화한 것이나, 미국에서 흑인 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현대무용이 발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늘날에도 춤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공감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바체바 댄스컴퍼니의 모모는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묘사된다. 하나는 원시적이고 남성적인 힘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중성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의 권력과 개별성의 균형을 조명하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처럼 춤은 시대의 거울이며, 때로는 미래를 비추는 창이 되기도 한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변화를 담아낸 춤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춤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고민과 희망을 읽을 수 있다.     현대무용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전날 공연을 본 딸은 충격과 쇼크를 받았다고 하기도 하고,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르는 느릿한 동작, 성의없어 보이는 의상, 텅 빈 무대 공연 내내 지루해서 졸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해석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현대무용은 정해진 정답이 없는 예술이다. 관객 각자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는 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연을 반복적으로 감상하고, 무용수와 안무가의 의도를 탐구해 보며 천천히 다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감각과 깊이 있는 감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얻는다. 진 최 / 최한미무용연합회회장 진 발레스쿨 원장열린광장 비추 거울 무용공연 관람 공연장 입구 사회적 메시지

2025-02-23

[살며 생각하며] 어머님의 해리 현상

늦은 오후, 약국에 갔다. 약을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 직원 분이, 어머님, 이거 드세요, 하며 쌍화탕을 하나 내미신다. 일단, 나 쌍화탕 못 먹는다. 한약 맛 나는 건 아무리 몸에 좋대도 홍삼, 쌍화탕, 활명수도 못 먹는 초딩 입맛이다. 내가 사양을 하자, 어머님, 따뜻해요, 드세요, 하며 강권을 한다. 속으로, 아니, 진짜 못 먹는다구요, 하며 거듭 사양하던 중, 앗, 이 약국 또 나보고 어머님이라? 그것도, 나와 열 살 차이도 안 나 보이는 이 분의 입에서? 아, 급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집에 돌아오신 이 어머님, 거울을 곰곰히 들여다 본다. 그래, 좀 많이 피곤해보이기는 하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던 늦은 오후였으니. 그렇다고 내가 어머님? 옷을 너무 편히 입었나? 머리스타일이 좀? 다크써클이 무리하게 내려오셨나? 하긴, 언제부턴가 거울 속의 나를 보기가 점점 고통스러워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분명 나일텐데 나라고 믿고싶지 않은,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울 엄마 비스므리한 이 여사님은 누구?     어느 멋진 대학생이, 가끔 거울 속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 같고 자신의 환경이 낯선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며 찾아온 적이 있다. 정신의학에서 해리 장애(Dissociative Disorder)가 있다. 의식, 기억, 정체감, 행동들이 정상적으로 통합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붕괴되어 단절되는 질환이다. 충격적 트라우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에서 주로 발생하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 주체장애(depersonalization disorder), 그리고 다중인격 장애라고 불리던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로 분류되는데, 그 학생은 아마 약간의 주체 장애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살면서 갑자기 또는 점차적으로 겪는 힘든 일들은 우리에게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힘들더라도 이 감정들을 직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숙제같은 우리 삶이다. 그런데 감정 직면이라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서, 우리 무의식은 방어기제를 사용 감정들을 일단 눌러놓는다. 그러다가 때로, 무의식에 심하게 억압된 감정과 경험이 의식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서, 드물지만 해리라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나이 들어감은 힘들다. 외모의 변화도 그렇다. 짜증 지대로 난다. 어머님이라는 좋은 호칭에도 이리 예민하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아무나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다. 결혼 안한 사람도 요즘 많고, 결혼해도 자녀가 없는 사람도 많다. 다 어머님, 아버님은 아닌 것이다. 하긴 얼마 전, 어머님, 어머님하는 약국 직원 말에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나의 미혼 친구를 보며, 나의 과민함을 살짝 반성하기는 했다.     한국 갔을 때 필라테스를 했는데, 어린 강사님은 나를 “선주님”이라고 불렀다. 첨엔 좀 어색했다. 하지만, 어머님보다는 백 배 나은 호칭이었다. 누구누구 씨/님 이렇게 부르던지, 이름을 모르면, 손님, 환자분, 고객님이라고 하면 되는데, 누구 어머님도 아니고 그냥 어머님이라고 하면, 이 어머님, 또 거울 속 얼굴을 한없이 째려보게 만든다.     육십 대에 들어선 난, 솔직히 참 행복하다. 하고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좋다. 살면서 얻게 된 삶의 지혜 또한 세상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 에휴, 까짓거, 어머님이라고 불러도 쿨하게 웃어주어야겠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어머님 해리 어머님 거울 어머님 아버님 누구 어머님도

2023-07-05

[독자 마당] 달리기와 미소

오늘 아침에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둘째 딸 아이가 자기 생일날 우리 집까지 뛰어올 거라는 결심을 밝혔을 때 나도 함께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달리기 연습에 들어갔다.   두 집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보니 대충 22km가 넘었다. 장거리 달리기 경험이 거의 없는, 그것도 60 중반에 접어든 내가 뛰겠다고 결정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시작은 하고 보리라는 마음으로 러닝머신 위에 섰다.     오늘은 시속 5.2마일로 시작해서 조금씩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를 멈출 때는 시속 6.2마일이었다. 뛰는 중에 엉덩이가 조금 불편해 멈출까 하다가 참고 뛰었다. 뛰다 보니 그 불편함은 사라졌다.     그런데 러닝머신의 계기판을 바라보던 시선이 한순간 앞의 거울로 옮겨 갔다. 거기에 아무 표정이 없는 한 사람이 보였다. 불현듯 ‘나는 이 새벽에 왜 달리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는 목적은 바로 딸에게 내 사랑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러면 달리는 행위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서 ‘딸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라는 질문을 했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달리는 동안 거울을 보며 미소를 연습했다. 그런데 미소를 짓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입을 열어 입술을 위아래로, 그리고 좌우로 1cm를 움직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를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입 주변의 근육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의식적으로 애를 쓰지 않으면 미소를 짓는 일이 어렵다.     오늘 아침에 아내와 나는 둘째네 집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운전하고 가는 내내 나는 미소를 연습할 것이다. 마음을 다해 연습한 아빠의 미소를 딸에게 선물할 것이다.  김학선·자유기고가독자 마당 미소 달리기 연습 장거리 달리기 동안 거울

2022-03-29

[골프칼럼] <2180> 거울은 최고의 티칭프로

슬라이스나 훅 등 좋고 나쁜 샷의 판가름은 탑 스윙 위치에서 이미 결정되어 다운 스윙과 임팩트로 이어진다.     골퍼들은 언제나 결과만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고 볼을 치는 순간 자신의 시선이 볼을 향하는 이른바 헤드업이나 탑 스윙 잘못 역시 결과일 뿐이다.     물론 결과를 알아야 과정을 점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오판하면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볼도 치기 전 헤드업을 하는 원인 제공은 크게 5가지, 그러나 이를 분석하면 무려 20여 가지나 되지만 어느 한 가지를 정확하게 교정 하느냐에 따라 20여 가지를 한번에 교정할 수도 있다.     볼을 따라가는 시선을 지면(볼 위치)에 잡아두지 못하는 것이나, 탑 스윙 위치에서 클럽 섀프트(shaft)가 목표와 평행을 이루지 못하고 목표의 오른쪽, 즉 사선으로 향하는 것을 알면서도 교정하지 못하는 것은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스윙 결과에는 분명한 원인 제공 처가 있으나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머리만 들지 말라거나 목표에 대하여 섀프트 평행만을 강조한다.     섀프트 평행이란 볼이 있는 지점으로부터 목표까지의 직선, 그리고 탑 스윙에서 섀프트가 목표선과 평행으로 향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원인 제공의 대부분은 백 스윙 궤도가 많다. 사선으로 만들어지는 스윙 궤도의 주범은 백 스윙 때 양손의 역할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선으로 향하는 원인은 백 스윙 때 왼쪽 손목이 접히며 팔꿈치가 들리는, 즉 플라잉 엘보 현상과 함께 클럽 헤드와 섀프트가 자신의 뒤통수 쪽으로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치에서 다운 스윙을 시작하면 골프 스윙의 천적인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궤도로 볼을 치게 되고, 드라이버샷에서는 십중팔구 악성 슬라이스, 아이언샷은 훅과 슬라이스 등 예측불허의 샷으로 전락한다.     또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 뒤쪽으로 섀프트를 향하게 하려다 왼쪽 손등이 지나치게 굽어지며 손목 각도가 변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럴 경우 아이언 샷에서는 뒤땅을 찍고 드라이버 티샷의 경우 티 위에 놓여 있는 볼과 지면 사이로 클럽이 파고들어 볼이 하늘 높이 뜨는 현상도 발생한다.     사선으로 향한 섀프트를 바로(평행)잡기 위해서는 먼저 오른쪽 팔꿈치가 지나치게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손목 각도를 바르게 유지해야 한다.     볼을 치면서 이를 교정하기란 상당히 어려워 가능하면 연습 스윙에서 이를 찾아야 한다. 탑 스윙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집안의 거울을 이용하여 수시로 스윙을 점검하되, 오른쪽에 거울을 두고 스윙 때 클럽이 닿지 않게 주의하며 스윙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어드레스를 하고 백 스윙을 할 때 볼이 있는 위치에 시선을 주시하고 탑 스윙 위치에 완전히 오른 다음, 자신의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거울을 보면 잘못된 손목이나 섀프트 방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골프 스윙의 결과는 언제나 기본으로부터 발생한다. 오류가 발생되면 기본으로 돌아가 수습을 시작하면 분명 그 제공 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사 등 박윤숙골프에 관한 모든 걸 볼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티칭프로 거울 스윙 위치 스윙 궤도 다운 스윙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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