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를 돕는 비영리재단' KACF를 가다…기금과 노하우 전수로 비영리 단체 성장 도와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에 수백여 개가 넘는 비영리 단체 중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10%도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운영자금 부족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기금부족으로 스태프를 채용할 수 없어 사실상 이름뿐인 단체들이 허다하다. 또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금을 마련해놓고도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한인커뮤니티재단(Korean American Communtiy Foundation·KACF)은 바로 이런 단체들에게 기금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단체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해주기도 한다. LA지역에서 KACF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영락교회가 운영하는 와이낫(YNOT) 재단이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총 50만달러의 예산을 지역사회를 위해 배정, 장학사업과 봉사단체 돕기에 사용하고 있는 YNOT은 일반인 및 교육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연 35만달러 규모를 지원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봉사단체에 연평균 15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지역사회를 위해 장학사업과 봉사단체를 돕기위해 교회가 예산을 배정해 설립된 만큼, 1.5세, 2세가 자발적으로 커뮤니티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KACF와는 출발이 다르다. '1달러'로 시작된 비전 KACF가 태동한 건 12년 전인 2002년 가을. 당시 뉴욕 총영사였던 조원일 총영사가 1.5세와 2세 전문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인 자선단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자연스럽게 주고받던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가 싹텄다. 기금을 모아 한인 커뮤니티에 기반한 비영리단체를 돕는 재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뜻을 모은 몇몇 한인들은 그해 12월 '한인커뮤니티재단'이라는 이름으로 비영리 재단을 설립했다. 본격적인 활동은 2003년 '하루 1달러 기부' 캠페인을 벌이면서 출발했다. 매일 사먹던 커피값을 기부하고,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취지를 설명하고 기금을 모았다. 첫해 모금한 기금은 6만 달러. KACF는 이를 뉴욕밀알장애인서교단, 가정문제연구소, 뉴욕가정상담소, 뉴욕한인봉사센터(KCS), 무지개의 집 다섯 곳에 나눠줬다. 2004년에는 대한항공, US뱅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총 1만 달러의 장학금을 고등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걸음마 수준이던 기금모금 규모는 2006년 마련한 대연회가 성공하면서 한단계 도약했다. 당시 연회에 참석한 인원은 750명. 이들이 이날 기부한 자선기금은 50만 달러였다. 이후 단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기금모금 규모도 급성장했다. 지난 2009년에 8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콜린 파웰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하는 올해는 100만 달러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윤경복 KACF 사무총장은 "처음 기금모금을 시작할 때만 해도 켄터키프라이드치킨 이름과 혼동해 '닭집'이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까' '얼마나 기금이 걷힐까' 우려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기금을 잘 운영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그동안의 변화를 설명했다. 창립 12년 만인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 'KACF 샌프란시스코'를 설립한 KACF는 벌써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한인 비영리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모금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KACF의 제임스 원 회장은 "뉴욕과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 재단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한인 및 타인종 기관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가 갖고있는 기금모금 노하우나 운영 방법을 공유해 탄탄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기금 외에 단체 성장 노하우도 전수 KACF가 설립 후 지난 11년간 지원한 단체는 한인 및 타민족 기관만 50여 곳. 지원금은 329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기금을 지원받은 단체의 45%는 연간 예산이 50만 달러 미만이며, 59%는 100만 달러 미만인 중소 비영리단체들이다. 분야도 보건 관련 기관을 비롯해 치안, 노인 및 청소년 관련 업무, 커뮤니티 및 경제 개발 업무를 진행하는 기관들까지 다양하다. KACF가 단체에게 기금을 지원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다. 첫째로 지원받는 단체가 한인 커뮤니티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3년째 기금을 지원받고 있는 뉴욕시의 청소년 멘토 프로그램 '빅브라더스 빅시스터스'나 풀러싱에 있는 '뉴욕어린이센터'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중언어 직원을 통해 한인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윤 사무총장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설치된 재단인 만큼 한인 커뮤니티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칙은 기금 수혜자를 결정하기 전 단체를 직접 방문해 현황을 파악한다. 이는 커뮤니티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그랜트위원회(CGC)가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누구나 위원으로 신청해 참여할 수 있지만 지원서를 검토하고 현장 실사에 필요한 업무를 배우는 교육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금 수혜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시켜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제임스 서 이사는 "단순히 돈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의 활동에 동참함으로서 사회 환원의 활동에 일환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특히 내 자녀들(9살, 6살)에게도 솔선수범하는 모습과 봉사정신을 보여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금 지원 뿐만 아니라 단체가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정관리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 직원 트레이닝 등 노하우도 지도한다. 윤 사무총장은 "일을 하다 보니 기금을 지원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원받은 단체가 계속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지금은 기금을 지원받은 단체들이 원할 경우 전문가와 함께 단체 운영에 필요한 각종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금모금의 비결은 네트워크 연례만찬을 통해 수십 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모금할 수 있는 비결은 네트워크에 있다. 뉴욕라이프, 캐피탈원은행, 시티은행, 3랩 등 대기업들이 후원자로 참여할 수 있는 건 주류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윤 사무총장은 "재단의 좋은 취지에 공감한 주류 기업들이 흔쾌히 기부해 성공적으로 기금 모금을 할 수 있었다"며 "주류 기업에서 차근차근 성실하게 임무를 완수하면서 성장해온 한인들이 이제는 기업을 대표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들이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기부문화도 없었다"고 전했다. 초대 회장을 맡아 재단의 정착에 앞장섰던 황성철 변호사는 "사실 한인 커뮤니티의 기부 문화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지만 다시 말하면 이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그 잠재력을 어떻게 모아서 잘 나눌 것인지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 LA의 한인 커뮤니티도 우리의 비전에 동참하길 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욕 = 장연화 기자 yhchang@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