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캘리포니아 봄꽃 여행의 정수, 프레즈노 블로섬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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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섬트레일 중 꽃이 만개한 과수원..
프레즈노 블로섬 트레일(Fresno Blossom Trail)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배경으로 62마일에 걸쳐 넓게 펼쳐진 과수원들 사이를 연결한다. 이 길에는 하얀색, 분홍색, 빨간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봄꽃과 과수의 향을 즐길 수 있고, 동시에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정착지를 탐방하며 그들의 역사를 느낄 수도 있다.
시모니안 농장(Simonian Farms)은 블로섬 트레일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신선한 농산물, 기념품, 앤틱 농기구를 볼 수 있고, 캘리포니아 곡창지대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도 한다. 농장에 방문해 지도를 받아 여정을 시작하거나 공식 웹사이트(goblossomtrail.com)를 참고하면 된다.
블로섬 트레일은 단순히 꽃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과수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봄맞이 축제가 열리며, 신선한 농산물 시식, 예술 전시, 다양한 지역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리들리(Reedley)는 블로섬 트레일에 위치한 도시 중 하나로, 캘리포니아 초기 한인 이민자들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00년대 초 하와이를 거쳐 본토로 온 한인들 대부분이 이 지역 농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한일합병으로 나라를 잃은 한인들은 리들리와 디뉴바(Dinuba)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민족적 결속을 다졌던 기록이 남아 있다.
리들리에는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들이 있다. 도산 안창호와 이승만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머물렀던 버지스호텔(Hotel Burgess, 1726 11th St, Reedley), 한인들이 세운 중가주 최초의 한인교회(1408 J Street, Reedley, 현재는 타인종이 운영 중), 그리고 한인 묘지가 그곳이다.
2010년에는 이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기념하기 위해 리들리 시가 땅을 기증했고, 여기에 독립문과 애국지사 10인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기념비(196 N Reed Ave, Reedley)는 캘리포니아 초기 한인 이민사를 기리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프레즈노 블로섬 트레일 근처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킹스 캐니언 국립공원, 세코이아 국립공원도 가까이 있어 일정만 조정하면 함께 다녀올 수도 있다.
끝으로, 블로섬 트레일의 개화 시기는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개화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 과수원 대부분이 개인 소유지이므로 허락 없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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