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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LA 대형 산불의 트라우마

한해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유사 이래 큰 산불로 알타데나, 팰리세이즈 지역이 불탔다. 알타데나 서쪽 가장자리 쪽에 자리한 우리 커뮤니티도 270여 채 중 50여 채가 불탔다.
 
며칠 샌타애나라는 광풍이 몰아치는 중에 생긴 산불은 넓은 지역에 불을 퍼트렸다. 며칠 몰아치던 바람도 잦아들고 비까지 한차례 내려 마침내 한두 주에 걸쳐 휩쓸던 산불이 모두 진화됐다.  
 
대피명령도 끝나고 불에서 요행히 살아남은 집으로 돌아오니 온통 불탄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두 집 건너 두 채가 연속으로 탔으니 며칠 대청소를 해도 냄새는 가시지 않는다. 주말에 자전거로 불탄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어떤 줄에서는 대부분 소실된 중 우연히 한두 집 용케도 살아남은 데도 있고, 또 어떤 줄은 대부분 멀쩡한데 중간에 한 집만 골라서 탄 곳도 보였다.  
 
누구는 억세게 운 좋게 느낄 것 같고, 또 누구는 지극히 불운하게 느낄 것 같다. 이튼캐년에 가까운데 사는 조카네 동네는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산 피해에 비해 인명피해는 적은지라 다행이다. 또 얼마나 걸릴까, 새로 집들이 재건축되고, 굴러 내린 큰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우리는 다시 힘들여 타운을 재건할 것이다. 다음엔 불에 대해 더 안전하게 집도 지을 것이고 또 유사시 대처 행동도 더 현명해 지리라.  
 
이런 재해가 가져올 정신적 충격을 생각해 본다. 지난 코비드 때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고립돼 사는 꽤 오랜 시절을 겪었기에 만성적 불안, 두려움, 스트레스가 높아 많은 사람이 불안, 우울 장애를 겪게 되었다.  
 
이번 산불은 마치 한 번 강타를 맞고 얼얼하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 더는 생명의 위협은 없는 상황이다. 오래 애착을 갖던 것들에 대한 상실감, 경제적 손실, 보험회사와 줄다리기, 재건축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임시로 어딘가 기거해야 하는 불편함 등은 있다.      
 
긍정적 태도로 이 재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여기서 거시적 안목으로 우주의 전 과정 중에 있는 우리의 위치를 생각해 본다.  
 
통합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우주정신이 단계 단계를 거쳐 퇴축(involution)하며 마지막으로 빅뱅으로 물질계가 처음 출현한 후, 그리고는 다시 우주정신으로 돌아가는 대장정의 거대한 진화(evolution)의 과정을 거쳐 나간다고 본다.  
 
인간이 출현하고 인간 지성이 고도로 발달한 현재, 미래는 인류 전체가 지성의 수준을 넘어 영혼의 수준으로 진화 발전할 단계이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파괴의 신 시바의 역할은 파괴를 통한 재창조에 의미가 있다는데, 우리가 방금 당한 샌타애나, 미친 광풍의 횡포에 의한 파괴 속에도 더 깊은 차원으로 향하게 하려는 깊은 영의 에너지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으려나?  
 
이 기회에 무소유 정신, 미니멀리스트처럼 사는 연습을 할 좋은 기회로 여기면 정신적으로 이 재난을 극복하기 가장 좋은 마음가짐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우리 조카네와 같은 많은 이들에게는 당장 있을 곳, 다시 삶의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시기이다.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 사랑의 나눔으로 풍성하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으려나 생각해 본다.  
 
▶문의:(213)797-5953

김자성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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