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자기 안에 부처 있음을 깨달아야
<2> 진여의 세계란 무엇인가
죽음은 이승의 생로병사일 뿐
'참나'가 아니라는 점 깨우치길
본질과 현상을 잡으려면 '현재'를 잡으라고 한다. 현재를 어떻게 잡나? 모든 것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거늘 현재가 있나?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고, 현재를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현재가 생긴다. 매 순간이 현재다. 순간마다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무슨 재주로 잡나? 본질이 진여의 상태에서 보인다면, 그곳은 공의 상태, 무심의 상태. 즉, 무의식의 세계일 수 있다. 의식의 세계에서는 잡념이 많아서 무심의 상태가 되기 어렵다.
그런 상태에서 평정심(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동요되지 않고, 항상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는 마음)을 갖기란 어렵다. 한 생각이 없이 여여(如如)한 상태. 이런 상태가 현상이 배제된 상태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시간은 강물과 같다고 했다. 즉, 한번 발을 담근 물은 다시 오지 않듯이 시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있는 지금, 바로 여기, 우리가 사람을 만나든지 연구하든지 같은 시간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에 머물러야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자기 안에 부처가 있다는 깨달음이 있어야 진여의 세계에 머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산속에서 고행을 통해야만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50년 동안 산속에서 불경을 외워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반면에 깨달은 사람 중에는 단박에 깨닫는 사람도 있다. 육조 혜능스님이 그랬다고 한다.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우리들의 본질 즉, 본래 마음은 예전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도 있었다. 늘 청정한 마음으로 공의 상태로 존재했다.
본래 마음속에서는 모두가 하나다. 우주 만물이 하나라는 얘기다. 나와 식물과 집에 있는 반려견도, 그리고 우리가 만난 적도 없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하나다. 즉,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인데 욕심과 탐욕이 있을 필요도 없다. 이런 청청한 마음속에서 몰두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거의 무의식의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는 우주 만물이 하나가 되어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모든 진여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받아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이 깨달음의 세계일 것이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생로병사하지만, 무심(無心)의 마음은 그 자리에서 영원하다. 현재의 육체는 내가 아니고, 나의 마음은 무심한 상태다. 다시 말해 나는 진여의 세상에 있고, 부처도 거기에 있다.
사람의 죽음은 이승에서의 인연으로 인한 한 개인의 생로병사이지 '참나'가 아니다. 이것을 깨우쳐야 윤회하지 않고, 진여의 세계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투사들에게 거사 직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水丈夫兒.중국 송나라 야부도천(冶父道川) 선사의 선시)'였다. 즉, 낭떠러지에서 붙잡은 손을 내려놓는 것이 대장부라는 것이다.
마음의 집착과 욕심, 탐욕을 버리면 텅 빈 고요한 마음을 얻는다. 부처가 되는 것이다. 비록 육체는 죽으나 참마음은 원래 있던 그곳에 계속 존재하니 죽음을 두려워 말라는 뜻이다. 즉, 공적영지심(空寂靈知心)으로부터 견성성불(見性成佛) 하라는 것이다. 부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생사를 초월할 수 있는 공(空)의 세계에 살고 있다면 내가 바로 붓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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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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