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온도 단위
세계 모든 나라가 십진법을 기본으로 한 미터법을 쓰는데 미국만 자기 맘대로 파운드, 인치, 그리고 온도는 화씨를 사용한다. 달걀도 다른 나라에서는 열 개씩 포장해서 파는데 미국에서는 12개씩 담아 더즌으로 판매한다. 휘발유는 갤런을 사용하고, 무게는 파운드로 나와 있으며, 신발 크기도 유럽이나 우리와 달랐다. 이미 영어는 세계 공용어가 된 지 오래되었고 국제 결제 수단도 미국 돈 달러이니 아쉬우면 초강대국인 미국이 사용하는 도량형 단위를 쓰라는 것이다.
온도계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덴마크의 올레 뢰머다. 그는 인류 최초로 빛의 속도를 목성과 그의 위성 이오의 움직임을 통해 비슷하게라도 구한 사람이다. 갈릴레이 시절에도 온도는 물질의 부피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온도계가 있긴 했지만 단지 온도의 오름이나 내림 정도를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18세기가 밝을 무렵 뢰머는 알코올을 넣은 유리관 양쪽을 막고 가운데에 작은 금을 그어서 마치 현대 온도계처럼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물이 얼 때를 7.5도가 되게 하고 사람의 체온을 22.5도가 되게 표시한 온도계를 고안했다.
1720년 온도계에 관심이 많은 독일이 물리학자 다니엘 파렌하이트가 뢰머의 온도계를 보고 온도에 소수점 아래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숫자로 이것저것 해 보다가 뢰머의 온도 시스템에 어떤 수를 곱하여 사람의 체온을 98도가 되게 했더니 물이 얼 때는 32도, 그리고 물의 비등점이 212도가 되고 그 사이는 180등분 되었다. 서구권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고 수월한 파렌하이트의 온도 체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에서 음차한 그의 이름 Fahrenheit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으면 '화륜해특'이어서 화氏(화씨)라고 칭했다.
1742년 스웨덴의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는 물이 끓을 때를 0도로 정하고 얼 때를 100도로 하여 그 사이를 100등분 한 온도 체계를 소개했는데 나중에 물은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 것으로 뒤집어서 사용했다. Celsius도 중국 음차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섭이수사'이어서 섭氏(섭씨)라고 했다.
그런데 온도의 단위에는 절대온도라는 것도 있다. 섭씨를 C로, 화씨를 F로 표현하듯 절대온도는 K로 표시하는데 만든 사람의 이름인 Kelvin의 첫 글자로 국제단위계(SI)에서 사용하는 온도의 열역학적 단위다. 절대온도를 만든 영국의 수리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켈빈이란 이름으로 기사 작위를 받았는데 나중에 그는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역임한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이 우주에서 절대온도보다 낮은 것은 없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은 0°K 이상인데 0°K는 -273.15°C와 같다. 섭씨 0도는 절대온도로 273.15°K가 되는데 섭씨온도가 올라가는 만큼 똑같이 켈빈 온도도 올라가게 만들어져서 섭씨 100도는 373.15°K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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