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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공상과학 드라마 우리 태양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셜 남매

헨델이 그랬던 것처럼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한 윌리엄 허셜은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시절 유명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총 24곡의 교향곡을 작곡했으며 바이올린 협주곡도 무려 7곡이나 작곡하여 명실공히 서양음악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에도 능통하여 오보, 첼로, 그리고 오르간 연주자로도 명성을 날렸다.     천체물리학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음악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가 인생 후반부에서 천체물리학에 큰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했는데 그의 업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망원경을 이용해서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인 천왕성을 찾아낸 것이다. 사실 천왕성도 자세히 살피면 맨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그때까지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천왕성을 발견한 허셜 자신도 처음에는 배경별이거나 꼬리가 없는 혜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태양계의 행성으로 밝혀졌다.   그는 망원경을 만드는 일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자신이 직접 제작한 망원경으로 천왕성을 발견한 것은 물론이고 평생 총 400여 대의 망원경을 만들어 그 중 60대나 유럽의 여러 천문학자에게 팔았다.     윌리엄 허셜에게는 띠동갑인 여동생 캐롤라인이 있었는데 그녀도 천문학자였으며 오빠의 작업을 많이 도왔다. 윌리엄이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면 캐롤라인은 오빠가 구술하는 것을 곁에서 받아 적는 일을 했다. 사실 천왕성도 윌리엄 혼자서 찾은 것이 아니었다. 남매가 함께 하늘 구석구석을 뒤지다 발견했기 때문에 윌리엄은 누이동생과 함께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여자들의 사회 참여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주위 사람들이 캐롤라인의 이름을 빼버린 까닭에 윌리엄 허셜 이름만 남게 되었다. 윌리엄이 죽자 캐롤라인은 다시 독일로 건너가서 이번에는 오빠의 아들을 도왔다. 조카도 천문학자였는데 캐롤라인 고모와 함께 아버지가 남긴 자료를 정리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을 했다.   허셜은 태양계도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류 최초로 알아냈으며 은하의 모양이 디스크처럼 생겼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토성의 위성을 두 개 찾아냈고 자기가 발견한 천왕성에서도 위성을 두 개 찾았다. 무엇보다도 허셜의 또 다른 업적은 자연광에서 적외선을 발견한 것이다. 허셜은 82세가 되던 해에 영국 왕립천문학회의 초대 회장이 되었지만, 이듬해에 죽었다.   천왕성은 윌리엄과 캐롤라인 허셜 남매가 공동으로 발견했다. 영국 국왕은 그 공로로 윌리엄에게는 기사 작위를 수여했고 캐롤라인에게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봉을 받는 천문학자로 임명했다. 열 살 때 심하게 아픈 후유증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더니 성장도 멈춰서 평생 초등학생 키로 살았던 불우한 여성이었던 캐롤라인은 어머니의 반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오빠 윌리엄이 영국으로 데리고 가서 성악과 수학을 가르쳤다. 오빠가 오르간을 연주하는 성가대에서 소프라노 독창을 맡기도 했다. 캐롤라인은 수많은 혜성과 성운(나중에 외부 은하로 밝혀짐)을 발견하여 그녀가 85세가 되던 해 여성으로는 최초로 왕립천문학회 명예 회원으로 임명되었다.     윌리엄 허셜이 천문학과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라면 그녀는 여성 사회 참여의 선구자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캐롤라인 허셜 윌리엄 허셜 천체물리학 이야기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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