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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세 달 살기’, 알고보니 불법 무비자 취업

여행사·한식당·사진…K열풍 타고 무비자 취업 재성행
한인 청년들 불법 취업 적발시 재입국 어려워질 수도
불법 취업 상황 이용해 한인 청년들 고용착취 논란도

#. 뉴욕의 한 한인 여행사는 ‘뉴욕 세 달 살기’라는 이름으로 직원을 구하고 있다. ‘여행도 하고 일도 할 참신한 인재를 구한다’는 공고는 얼핏 보면 꽤 매력적이다. 뉴욕에서 세 달을 살며 해외 경력도 쌓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고를 자세히 읽어보면, 세 달 간 일한 후 인천~뉴욕 왕복 비행기 비용(1000~1500달러 상당)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자도 지원해주지 않아 이곳에서 일하는 한인 청년들은 무비자 여행허가(ESTA)로 입국해 불법으로 일하는 상황이다.
 
#. 최근 맨해튼에 개업한 한 한식당은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유명한 식당에서 일하던 셰프를 세 달간 고용했다. 이 셰프 역시 무비자로 입국했고, 한식당 초기 세팅과 메뉴 개발 과정에 참가한 뒤 현금으로 임금을 받았다. 약 세 달간 이 식당 주인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의 조리 스타일을 그대로 뉴욕에 가져왔다”고 적극 홍보했다.
 
뉴욕에서 때아닌 무비자 불법 취업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 과거에도 일부 네일·태권도·유흥업소 등에서 무비자 한인들을 불법 고용한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은 여행사·식당·촬영업체 등으로 그 업종이 바뀐 모습이다.  
 
본지가 ‘세 달 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의 상황을 취합해 본 결과, 이들 업체는 보통 한국 취업포털 사이트를 통해 일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여행사들은 ESTA로 입국해 89일을 꽉 채워 일하라고 요구했고, 입국하는 즉시 여행상품과 한인민박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겼다. ‘마케팅’ 명목으로 뉴욕 관광지 영상 콘텐트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도록 하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이 사실상 무임금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항공료와 숙박을 제공하긴 하지만, 하루 8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뉴욕주 최저임금도 못 받게 되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 일을 경험한 이들 사이에선 ‘청년노동 착취’라는 말도 나오지만 불법 취업인 탓에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한식당 업계에서도 ‘세 달 채용’은 이미 많이 알려진 지 오래다. 문준호 미동부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장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식당이나 음식을 전수받기 위해 세 달씩 ‘컨설턴트’라는 명목으로 일하게 하는 사례가 자주 들린다”며 “따지고 보면 불법인 셈”이라고 말했다.  
 
K열풍이 불면서 맨해튼 내 한식당이 포화 상태가 되고, 타민족들도 ‘한국에서 현재 유행하는’ 한식당에 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불법으로라도 한국인을 잠깐 고용해 식당 셋업을 한다는 것이다. 셰프들도 무비자 취업이 발각되지만 않으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뉴욕 경력을 내세울 수 있어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 이력서가 물밀듯 몰리고 있다.  
 
사진촬영 업계에서도 K열풍을 타고 무비자 취업이 성행하고 있다. 한인 관광객들을 반나절~하루 정도 촬영하며 소중한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해 주는 스냅사진 업체들인데,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서 유행하는 감성 넘치는 스타일’ 촬영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업체들이 인기를 끌자, 최근엔 무비자로 입국해 몇 달간 촬영 작업을 해 주고 현금 거래만 하는 사진사들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법인을 세우고, 오랜 기간 세금을 내며 정착한 한인 사진업체와 전문가의 박탈감이 크다.
 
이민 전문가들은 당장 무비자 취업이 적발될 확률이 높진 않지만, 향후 재입국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디 장 이민법 전문 변호사는 “처음 ESTA 입국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ESTA 3개월을 꽉 채워 지내고, 다음에 또 미국에 입국한다면 세컨더리 룸 심사를 거치거나 입국이 거절될 수도 있다”며 “제 고객 중에도 이같은 이유로 미국 입국이 거절되고 비자 발급도 어려워진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민당국이 무비자 고용업체를 당장 단속하진 않더라도, 오랜 기간 이런 영업 행태가 지속하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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