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처럼 빛나는 ‘여왕의 도시’에 가다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뉴질랜드 남섬
남섬 끝자락에는 마오리 원주민들이 ‘비취 호수’라 부르는 와카티푸 호수와 산맥에 둘러싸인 퀸스타운(Queenstown)이 위치한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 이름부터가 빅토리아 여왕이 살아도 될 만큼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시란 뜻이다. 과거에는 금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완전무결한 자연을 즐기기 위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광활한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호숫가에 잘 정돈된 주택들과 골프장이 그림같이 어우러져 있어 지구 방방곡곡을 다닌 필자조차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다고 느낀 곳이다. 이곳에서의 유유자적한 노후를 꿈꾸었을 정도로 청량하면서도 수려한 풍광을 품고 있다.
퀸스타운의 반전 매력은 광활한 대자연만큼이나 극강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액티비티 1번지’라는 데 있다. 세계 최초의 번지 점프장인 카와라우 다리에서의 번지 점프를 시작으로,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카이트서핑, 래프팅, 스키와 스노보드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또한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다. 물개 사냥꾼인 존 그로노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밀포드 사운드는 빙하에 의해 형성된 극적인 피오르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유리알처럼 맑고 영롱한 호수, 웅장한 산봉우리, 각종 고산식물과 이끼류가 빽빽한 원시림, 깎아지른 화강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한다.
특히 이 지역에는 약 1만 2000년 전 거대한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면서 조각한 피오르가 명물이다. 노르웨이의 V자 빙하와는 달리, U자 협곡이 장엄하다. 길고 구불구불한 14개의 해안 협곡 가운데 밀포드 사운드가 가장 장쾌하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곳이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의 주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밀포드 사운드를 ‘신의 조각품’이라 부른다.
유람선에 몸을 실으면 수십 개 폭포와 안개 자욱한 협곡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들쭉날쭉한 협곡 곳곳에서 폭포들이 쏟아지는데, 그중 높이가 나이아가라의 3배나 되는 스털링 폭포가 명물이다. 또한 이곳을 본거지로 삼고 살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인 헥터 돌고래 떼와 바다표범, 가마우지 등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밀포드 사운드가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이다.
뉴질랜드 남섬은 무엇을 상상하든 우리에게 그 이상을 보여준다. 살아생전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청량한 대자연의 너른 품에 안겨보고 싶다면 뉴질랜드 남섬의 문을 두드려보시길.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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