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열풍] ‘가나다라…’ 배우며 한국 정서를 만끽하다
곳곳에서 한국어 배움의 열기
다양한 연령·인종, 수강생 급증
“한류에 대한 관심이 동기 부여”
차세대 “한국어 배우며 자긍심”
▶ 한국 문화 애정, 한국어 배움으로
LA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한 세종학당은 초창기 1~2개 반이었다면, 2024년 12월 기준 6개 반, 한 해 동안 총 996명이 등록해 한국어를 배웠다. 이는 2023년 728명보다 37%나 늘었다. 미주 지역 세종학당도 미국에만 13개소, 남미와 북미 포함 총 34개소가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어 수업은 LA한국문화원 대면수업 외에 온라인 한국어 수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한국어 수요에 맞춰 내실을 강화했다.
지난 10여 년간 수강생 유형도 달라졌다. 초창기 ‘K팝’을 좋아하는 젊은층 위주였다. 현재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LA 소재 미국 거점 세종학당 안형미 소장은 “한국어 수강생이 증가한 가장 큰 요인은 ‘한국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에서 K팝, 드라마, 영화 인기에 입어 최근에는 한국 음식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한국 문화를 듣고 보고, 한국 음식을 맛볼수록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 “한국어, 고마워요”
“교수님께, 한국어를 가르쳐 주셔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어 수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 기대를 뛰어넘었어요. 이제는 제가 한국 드라마를 듣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요. TV 한국어 자막도 읽습니다. 제가 보는 한국 드라마 농담 일부의 맥락, 문화적 이해가 더 커져서 기쁩니다.”
LA시티 칼리지(LACC) 한국어반 수강생 리사 피츠가 최근 한국어반 교수진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피츠는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한국 정서를 파악하게 된 결실을 가장 반겼다.
한국어 배움 열기는 한국어 프로그램(디렉터 미키 홍 교수) 인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ACC는 지난 1999년 한국어반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수강생은 15~20명이 전부. 2024년 현재 한 학기 수강생은 총 250명으로 한국어반은 수준별로 총 11개 반이나 된다. 수업 내용도 한국어 초중급부터 한국 문화, 한국 영화 이해, 한국 현대사회 등 한국 역사와 문화 전반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영어권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소수만 즐기는 오타쿠 범주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여러 인종, 다양한 연령대 사이에서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됐다고 한다. 자연스레 한국어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 뿌리 깊은 한국어 교육
2023년 10월 6일 LA시의회는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제정하는 선포식을 진행했다. 같은 시기 LACC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다.
사실 미국 한국어 교육 및 한국 문화 알리기는 12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처음 도착했던 한인 이민선조 102명 등 일제강점기 한인 이민선조 7000여 명은 하와이,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전역으로 흩어져 터전을 일궜다. 그들은 고된 노동에도 학교부터 세워 2세, 3세 한국어 교육에 전념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2차 한인 이민 물결도 다르지 않았다. 한인 1세대는 남가주 한국학원 등 한인 정착 도시마다 주말 한국학교를 세워 차세대 한국어 교육에 앞장섰다.
특히 한인 부모 사이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운다’는 공감대가 단단해졌다. 주말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한인 2~3세들은 “한국어를 배우게 해준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한국어 구사 능력은 사회생활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준다”고 입을 모은다.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지역에만 주말 한국학교 350여곳(학생 8700명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 한국학교는 지역사회 교육자, 교회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돼 운영된다. 이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도 한국어 수요 급증을 기뻐하고 있다.
백기환 회장은 “미국과 세계에서 한국 문화가 관심을 끌면서 차세대들 역시 한국어를 배우며 자긍심을 느낀다. 역대급 시너지 효과다. 한국학교에서 차세대와 타인종 청소년들이 어우러지며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고 이해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정규학교 한국어반 인기
LA한국교육원은 초·중·고 정규학교 한국어반을 지원하고 있다. 한인 청소년에게 뿌리교육과 자부심 고취를, 영어권 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큰 교육 방향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인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국어반 개설’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인기 요인은 단연 한국 대중문화다. 특히 한글은 한자를 사용하는 아시아권 언어와 달리 단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는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을 지원하는 LA한국교육원은 정규학교가 한국어반 신설 시 3년 동안 최대 3만 달러(한국어반 최소 1개 학급, 학생 20명 이상)를 지원한다. 지원 조건으로 영어권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함께 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규학교 내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 내 한국어반 학급수 증가다. LA한국교육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지역 초·중·고 정규학교 한국어반은 82개 학교로 학생은 총 8785명이다. 미전역에서는 2023년 기준 217개 정규학교에서 총 2만5000명 이상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강전훈 교육원장은 “한인 청소년이 모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면 창의력, 사고력 등 전반적인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이제 한인 청소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필수가 됐다. 한인 차세대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 한국인의 지혜를 더 많이 배우도록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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