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포인세티아가 빨갛게 피는 크리스마스
수필
작년에 산 포인세티아 꽃을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 앞뜰에다 심었다. 고맙게도 잘 자라 올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어 여간 기쁘지가 않다. 올해는 포인세티아 화분을 사지 않아도 앞뜰에서 오가며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빨간 꽃잎 밑에는 물이 들다 만 얼룩얼룩한 초록 잎을 쉽사리 발견할 수가 있다. 실제 꽃은 빨간 잎으로 둘러싸인 한복판에 노란 꽃이 도사리고 있다.
역사와 유래를 살펴보았다. 포인세티아 꽃은 오랫동안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사용됐다. 원래 원산지는 멕시코 남부 지역이다. 반 열대식물인 이 꽃이 어떻게 미국에까지 건너와서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 장식용 꽃으로 애용 받고 있을까.
원래 포인세티아란 이름은 멕시코에 최초로 미국대사로 부임했던 죠엘 로버트 포인 세트(Joel Robert Poinsett)의 이름을 따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스미스소니안 박물관을 창설했던 그는 멕시코 남부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짧은 기간 동안만 꽃을 피우는 이 포인세티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1825년에 이 아름다운 꽃을 미국에 가져오게 되었다. 그 아름다운 꽃을 보고 즐김으로 포인세트의 죽음을 기리고 있다.
멕시코 전설에 의하면 포인세티아는 성야의 꽃(Flowers of the Holy Night)이라는 뜻의 ‘Flores de Niche Buena’로 불린다. 멕시코 크리스마스 전통에 따라 한 어린 소녀가 아기 예수께 선물을 드리기를 소원했으나 선물 살 돈이 없었다. 이름이 페피타(Pepita)인 그녀는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가던 중 길가에서 자란 들풀을 따다가 선물로 아기 예수께 바치려고 교회제단에 가까이 갔을 때, 단순한 들풀이었던 선물이 갑자기 화려하게 밝은 아름다운 빨간 성탄의 꽃으로 변했다. 그래서 멕시코에서는 멕시코 불꽃 잎이라고도, 그리고 겨울 장미라고 알려져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포인세티아 꽃을 베들레헴의 거룩한 별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성경에 의하면 베들레헴의 그 별은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보기 위해 사막을 가로질러 먼길을 건너오도록 인도하였다. 그 별은 양치기하는 목자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렸다. 중앙에 있는 노란 꽃들은 밝은 빨간 잎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큰 별을 닮았다.
이 꽃은 색깔이 유난히 붉어서 종종 예수의 보혈로 상징된다. 이 화초는 몹시 춥고 캄캄한 곳에서 특유의 붉은 꽃을 피운다. 포인세티아의 초록 잎사귀가 어둠과 추위를 견뎌내고 꽃을 피워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만약 포인세티아가 있는 곳에 빛이 새어들어 가면 붉은 꽃에 얼룩이 생긴다. 심지어 비상구의 약한 불빛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포인세티아가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립과 어둠의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춥고 고독한 시련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이 역경의 터널을 거쳐 인간은 비로소 아름답고 성숙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고난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회피하는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다. 포인세티아가 너무도 예뻐 시 한 수를 썼다.
포인세티아, 크리스마스 꽃
심장이 터지도록 사랑한 붉은 핏빛 정열의 꽃 포인세티아,
크리스마스 꽃 예수님의 사랑이 핏방울마다
맺혀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가
초록 잎사귀 하나하나가 빨갛게 타들어가는 불꽃인가
예수님 가슴에 불붙는 불길이 포인세티아 꽃에 옮겨 붙어
내 앞에서 활활 타는 활화산인가 전염병처럼 나에게도 옮겨 붙어
내 가슴이 탄다 빨갛게 탄다
내 붉은 심장에 포인세티아 꽃이 아름답게 피여
향기로 바치는 주님 찬양으로 충천하게 하옵소서!
김수영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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