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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크리스천 아이히만, 교회의 역할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실행에 깊이 관여한 고위 관료로,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된 홀로코스트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 1960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아르헨티나에서 아이히만을 체포해 이스라엘로 송환하였고, 그는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는 자신이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개인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관찰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광신적인 악인이 아니라, 비판 없이 체제의 명령에 복종한 평범한 관료였다고 주장한다. 며칠 전 일어난 한국의 계엄령 사태에 참여한 주요 부대의 사령관들이 자신은 대통령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며 ‘아이히만’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중에 눈에 띄는 한 사람이 계엄사령관이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 군인연합회 회장이면서 안수집사이다. 본인의 신앙적 양심을 저버리고 권력의 수발이 되어 크나큰 역사의 오점의 주역이 되었다. 크리스천으로 군복음화에 앞장선 육군대장으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세상에 어둠과 권력의 부패에 일조했다. 우리는 수많은 신앙이 좋다는 크리스천들이 세상에서 지탄을 받는 일에 앞장서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이히만처럼 그저 자신은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한국교회의 타락과 쇠퇴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요즘 한국을 보면 성경 구약에 나오는 아합왕 시대를 보는 것 같다. 국가를 주술적인 나라로 만든 영부인은 이세벨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동조하고 아내를 떠받치는 대통령은 아합왕처럼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 수많은 권력자들과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느라 양심의 소리는 저버리고 악을 덮고 동조하는 것을 보면서 사사기 시대를 떠올리게 된다. 그중에 많은 크리스천 권력자들과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닫고 부패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며 수많은 크리스천 아이히만들을 본다.
 
요즘 시대에 여러 종교단체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마당에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조용하다. 아직도 썩은 권력을 옹호하며 빨갱이 운운하는 것을 보며 썩은 권력과 한국 기독교도 한 배를 타고 침몰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신앙이 무엇이고 교회가 무엇인지 고민이 많다. 성경 많이 읽고 예배 잘 참석하고 기도 많이 하면 좋은 신앙인인가? 교회 울타리 밖에서의 활동은 개인 영역으로 터치하지 않고 봉사를 많이 하고 헌금을 많이 하며 말 잘 듣는 교인들만 신경 쓰는 교회들이 이러한 크리스천 아이히만들을 만든다. 교회는 성도들이 모여서 교회놀이를 하는 곳이 아니라, 깨달음을 통해 나의 삶과 가치관이 바뀌고 세상에 빛과 소금의 가이드 역할을 할 실력 있는 성도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와 세상의 간격은 너무 크다. 최소한 크리스천 아이히만이라도 되지 말자.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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