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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세월 따라 변하는 생각

양주희 수필가

양주희 수필가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거슬러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우리의 몸이 우선 그러하다. 한동안 성장을 위해서 달려가던 육체는 이제 어느 시점을 지나면 성장을 멈추고 낡아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노화로 통칭하는 이 과정이 언제 정확히 시작되는지 그리고 도대체 왜 시작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천천히 망가지면서 여러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변화하는 것은 우리의 몸만이 아니다. 생각과 마음 정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물론 아마도 생각건대 몸의 조건과 상태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시점보다는 훨씬 늦은 때에 우리의 생각은 진화를 멈추고 망가지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어쩌면 육체와는 달리 정신은 끝없이 전진하고 전진할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이를 조금 먹은, 그러니까 이제는 상당한 세월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일 수 있다.
 
정신도 퇴락한다. 한동안 굳건했던 저 푸르른 마음도 아주 천천히 밀도가 떨어지며 소멸을 향해 달려간다. 하강이건 상승이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생각 또한 변한다. 물론 이는 때로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망아지처럼 아무 곳으로나 뛰어다니던 옛 시절의 마음과 생각에 그대로 변함없이 머무른다면 그 또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나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변하는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가장 흔히 듣는 대답 중 하나는 경험의 양이 늘어가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더욱 포용하는 정신이 되고 더욱 허용하는 정신이 된다는 대답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이는 생각보다 드문 예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 어떻게 변해 나가는가.
 
우리 손님 중에 나이 드신 분들은 젊었을 때 입은 옷이 해어져 새 옷을 사 입었으면 좋겠는데 다 낡아빠진 옷을 가지고 와서 수선을 부탁한다. 수선하는 비용이 새로 사는 옷보다 많은데도 고집을 피우며 고쳐달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옷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새 옷보다 이 옷을 고집한다. 왜라고 다그치듯 묻는다. 아주 부담 없이 편하고 입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란다. 몇 달 뒤에는 또 다른 곳이 찢어져 가지고 왔다. 아무 말 없이 고쳐준다. 한두 손님이 그런 수선을 원하지만 보통은 새로운 스타일 옷을 사 입는다. 고집통 손님들을 보면 유행이나 시대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만족에 큰 흥미를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신발이 떨어져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고치면 발이 편하고 쪼이는 느낌이 없어 좋을 것 같아 구두 수선집을 찾았다. 우리 가게 근처에는 오랫동안 구두 수선을 해온 사람이 있었는데 은퇴한 뒤로는 가게 문이 닫혔다. 다른 사람이 가게를 인수할까 기다렸는데 열지 않았다. 친구 가게 근처에 구두 수선하는 곳이 있다기에 부탁을 해서 고쳤는데 발이 편하고 익숙해서 너무 좋다. 새 신발보다 부드럽고 볼이 늘어나 아프지 않아 편하다. 사람의 생각하는 의도가 변해야 이것저것 입어도 보고 신어도 본다. 꼭 그것에만 집착해 있으면 변화가 없다. 그저 편하고 귀찮다는 생각이다. 음식도 자꾸 새로운 것을 맛봐야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식당을 가도 먹었던 것에 눈도장이 먼저 가니 그 순간부터 맛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래도 메뉴판 들여다보고 또 봐도 새로운 음식보다 그전 맛에 길들어 먹었던 것으로 주문하게 된다. 머리에 저장해 있는 생각이 변하지 않고 움직일 줄 모른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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