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큰손 5000만명 떠났다…업계, 판매량 20% 이상 급감
소비자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핸드백 가격 8년간 두배 돼
준명품과 중고거래 반사이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컨설팅 회사 베인의 보고서를 인용해서 2022년 이후 명품 브랜드의 고객 숫자가 1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했다. 약 5000만 명의 소비자가 더는 명품을 사지 않는다는 의미다.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판매량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베인 측은 명품 판매량은 2년 만에 20% 이상 떨어졌으며 선글라스나 뷰티 제품같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제외하면 감소 폭은 30%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이 너무 올라버린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명품 제품의 대표 격인 핸드백의 가격은 지난 10년간 평균적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크리스찬 디오르의 레이디 디오르 핸드백의 경우, 2016년 3400달러 정도였던 게 현재는 6200달러가 훌쩍 넘는다. 8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고급 소비재 부문 애널리스트는 “3000달러 이하의 보통 크기 명품 핸드백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펜데믹 기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가 상승 폭이 제품 가격 상승 폭보다 훨씬 적다고 반박했다. 번스타인이 추정한 레이디 디오르 핸드백의 2024년 원가는 410달러에 불과했다. 2016년의 340달러와 비교하면 70달러(20%) 밖에 오르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명품시장은 전체적으로 위축됐지만, 그 와중에 반사이익을 보는 곳들도 있다. WSJ은 에르메스와 같이 유럽 현지 생산을 고집하는 브랜드들은 제품의 질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구매해서 타격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준명품 브랜드로 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폴렌느(Polene)나 아틀리에 오귀스트(Ateliers Auguste)와 같은 준명품 브랜드들이 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의 핸드백을 700달러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리얼딜과 같은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역시 반사이익의 수혜업체다. 리얼딜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가 올랐다. 업체 측은 특히 가격이 1000달러와 3000달러 사이인 명품 핸드백의 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리얼딜의 주가는 실적 발표 후 75% 이상 급등했다.
많은 고객이 떠나간 상황이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오히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가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장 자크 기오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를 통해서 “우리는 정체성을 유지해야만 하며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희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