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한인 불체자 불안감 커졌다
민권센터 등 이민단체 문의전화 하루에만 수십통
“괜찮을 거란 희망만 가질 뿐”, “4년만 잘 버티자”
이민단체들, 추방위협시 긴급 대응방안 등 마련
◆ 막연한 불안, 이민단체 문의 폭주=19일 민권센터에 따르면, 대선 이후 사무실과 활동가 등에게 걸려오는 서류미비 관련 문의전화는 하루에 수십통이 넘는다.
이미 추방명령을 받았는데 미국을 떠나지 않은 이들의 불안감이 가장 크다. 이전엔 이민국이 추방명령을 우편으로 보냈더라도 직접 거주지에 찾아와 추방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서류미비자들은 추방명령을 받고도 이민법원에 출두하지 않고, 기존 거주지에 거주한 경우가 많은데 지금이라도 이사를 가야할지 문의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 급습을 통한 단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식당·호텔·건설현장·농장 등을 급습해 서류미비자를 적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걱정 반 희망 반…"4년만 안전히 버티자"=본지가 인터뷰한 한인 서류미비자,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수혜자들은 대선 결과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비현실적 추방 정책이 실제로 현실화하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내비쳤다.
한 DACA 수혜 남성은 "대선 개표방송을 보고 상당히 놀라긴 했지만, 1기 트럼프 정권도 넘긴 만큼 2기에도 별 일은 없을 거라 믿는 수밖에 없다"며 "경제를 중요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50만명이 넘는 DACA 수혜자의 일할 권리를 뺏긴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젊은 DACA 수혜자나 서류미비자 한인들은 미국을 떠나는 생각도 여러번 해 보곤 하지만, 나고 자란 미국을 떠나긴 쉽지 않다. 한인 남성의 경우, 병역 이슈 때문에 쉽게 한국으로 가지도 못한다.
“이민자들 사이 서로 나누는 분위기 있어”
서류미비자 박채원씨는 "2016년에 비해 트럼프 당선인의 반이민 발언이 굉장히 강해졌기 때문에 극단적인 정책이 우려는 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그 많은 사람을 추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가족구성원이 있어 걱정"이라며 "앞으로 4년간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이민 정서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민자끼리도 차별하는 현 사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김성원 씨는 "생각보단 덤덤한 상황"이라며 "사랑하는 가족을 미국에 둔 서류미비자들이 나라를 쉽게 뜰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저쪽보단 낫다'며 서로 나누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박씨 역시 "이민자들끼리도 급을 나누는 상황이 연출되니 안타깝고, 반이민 정서가 팽배해지면 변화를 끌어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DACA 수혜 한인 남성은 "'민심은 곳간에서 난다'는 한국 속담을 생각하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자 화살을 이민자에게 돌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범죄나 국경단속, 경제 이슈로 민주당에 실망한 사람들을 어떻게 비난만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 이민단체들, 핫라인 등 마련 분주=한편 이민단체들은 강경 이민정책에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전국 200여개 이민 단체는 전날 바이든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ICE 구금시설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등은 전국 이민단체가 공통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도록 Q&A 샘플을 만들고 있으며, DACA 소송에도 대비 중이다. 이민자 권리를 담은 팸플릿 제작, 이민자 방어기금 조성, 핫라인과 앱 운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갑송 민권센터 국장은 "한인 서류미비자가 체포될 경우, 뉴욕총영사관과 협조해 가족에게 체포된 이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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