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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진리적 의심과 깨달음

100여년 전 원불교 창시자이신 소태산 대종사를 어떤 한 사람이 찾아와 대종사께 물었습니다. “저는 항상 진세(塵世)에 있어서 번뇌와 망상으로 잠시도 마음이 바로 잡히지 못하오니 그 마음을  바로 잡기가 원이옵이다.” 대종사께서는 다음을 말씀하셨습니다. “마음 바로잡는 방법은 먼저 마음의 근본을 깨치고 그 쓰는 곳에 편벽됨이 없게 하는 것이니 그 까닭을 알고자 하거든 이 의두(疑頭)를 연구해 보라.” 하시고 “만법귀일(萬法歸一) 하니 일귀하처(一歸何處)오”라고 써 주셨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마음 안정을 원하는 사람에게 명상 등 수양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데,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분께 의두, 즉 진리적인 의문 거리를 연마해 보라고 하신 말씀은 참으로 의미 깊습니다.
 
필자는 20대 중반 원불교 교학과 학생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이마에 부스럼 돌기 같은 것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붉게 된 부분이 가렵기 시작했고 이마가 흉하게 되었습니다. 피부과를 찾아갔고 조직검사까지 하였으나 의사 선생님께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겠다고 하며 아마 어떤 바이러스 혹은 박테리아 감염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사가 권하는 약을 먹고 처방된 연고를 두 달간 발랐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방학이 되어 어떤 한의사를 찾아갔습니다. 한의사는 저를 진맥해 보더니 제 몸이 너무 피곤한 상태이며, 이마의 돌기는 피곤으로 인해 화기(火氣)가 얼굴로 올라와 생긴 것 같다고 하며 화기를 내리고 수기(水氣)를 강하게 하는 한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약을 먹는 것이 주요한 것이 아니라 잘 쉬는 것이 우선이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두 달 정도 잘 쉬고 나니 이마에 돌기가 저절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원인에는 피상적 원인이 있고 근원적 원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바이러스가 제 이마에 돌기를 일으켰다고 하는 것은 (이가 어느 정도 사실이겠지만) 피상적 원인이며, 돌기의 근본 이유는 제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화나는 마음, 요란한 마음, 어리석고 그른 마음, 비교하는 마음 등 우리는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합니다. 그것의 피상적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근원적 원인은 우리가 마음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마음의 근본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마음을 바로잡기를 원하면 마음의 근본을 깨쳐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이런저런 경계에서 해탈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마음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대종사 서울 박람회에서 화재보험 회사의 선전 시설을 보시고 한 감상을 얻었다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항상 말하기를 생사고락과 해탈을 하자고 하지만 생사의 원리를 알지 못하면 해탈이 잘 되지 않을 것이니….” (천도6)
 
예수님께서도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요한 8:32) 진리를 알지 못하고 우리가 마음의 자유를 얻지 못합니다. 인생의 제반 고통으로부터 근원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진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 합니다. 불교(佛敎)의 불(佛)자는 ‘깨칠 불’ 혹은 ‘깨달을 불’입니다.  
 
진리란 우주만유의 본원이자 우리의 본성입니다. 진리를 깨치는 것, 즉 우리 마음의 실체를 아는 것을 불교에서는 견성(見性), 즉 성품을 본다고 말합니다.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우선 ‘의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진리에 관한 의심 없이 깨달음을 얻기란 불가능합니다. 문제가 없는데 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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