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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럼프 당선인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초접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는 소위 ‘스윙 스테이트’로 불리는 지역에서의 압승은 물론 민주당의 아성인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선거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인 유권자 가운데서도 트럼프를 지지자가 의외로 많아 다소 뜻 밖이었다. 한인, 특히 남가주 한인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 한인들은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변화를 기대했다. 우선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실생활 면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과 그로 인한 생활비 부담 증가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서명한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인 미국구제계획법이 원인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과도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물가 상승을 촉발했다. 특히 젊은층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충격이 컸다.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 주거비 등이 오르면서 젊은층 10명 중 2명은 경제적 부담을 느껴 독립을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물가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과도한 집착이다. 이런 분위기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적 시각에 동조하는 한인 유권자도 많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미국 사회는 유색 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 일종의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정도다. 대표적인 예가 ‘캔슬 문화’의 확산이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배척하는 것으로, 일부 한인들은 이러한 문화가 정치적 올바름을 강제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따르고 안 따르고의 문제는 개인의 자유이다. 그런데 캔슬 문화는 정치적 올바름이 무조건 맞는다는 식으로 접근해 정치적 올바름에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버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요와 규범화에 반대하는 정치인이다. 이로 인해 그의 당선을 바라는 한인 유권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경제적 기대와 함께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한미 관계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엄청난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분담금 증액 요구는 새로운 트럼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분담금 논란이 자칫 한미동맹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4일(한국시각)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한국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례적으로 기존 협정의 만료를 약 2년이나 남기고 체결된 것이다. 또 양국이 지난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해 무려 5개월 만에 협의를 끝냈다.  
 
이러한 속전속결의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 방위비 분담 협정이 한미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한 한국 정부의 전략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 선거 기간 중에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를 부담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이번 협정 액수 대비 9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의 재선은 한미 방위비 협정의 재협상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신규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체결됐어도 이번 선거 결과가 다소 우려스럽다. 앞으로의 한미동맹도 굳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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