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부자, 인종혐오 맞서다 관계 회복
애틀랜타 스파 난사 사건 이후
혐오 반대 집회 함께 참석하며
정체성 찾고 소원한 사이 극복
디트로이트 PBS 보도로 주목
23일 디트로이트 지역 방송 PBS는 미시간주의 데이비드 한(부친) 씨와 마이크 한(아들) 씨에 대해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들 한 씨는 디트로이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다. 그는 한국 서예에서 영감을 받아 시각 예술과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디트로이트 광역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들 한 씨는 처음부터 한인 정체성을 나타내는 예술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태어나 한인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한인의 유산이나 정체성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 www.thehouseofhan.com)에 9개 주를 넘나들며 이사를 25번 하는 과정에서 한인 친구들과 관계가 끊기고,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한인의 정체성을 지우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부친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 한 씨와 달리, 부친 데이비드 한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1970년대 초반 미시간주로 이민을 왔다. 아들 한 씨가 본격적으로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 12월이다. 그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1년 3월 발생한 아시아계 증오 범죄인 애틀랜타 스파 총기 난사 사건 이후다.
당시 백인 용의자 에런 롱이 아시아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스파 등 업소 4곳을 노리고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8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4명이 한인이었다.
사건 이후 부친 한 씨는 아들 마이크 한 씨를 데리고 아시아계 혐오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인종 혐오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하며 미국에 이민 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영원한 외국인’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좌절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들 한 씨는 집회를 통해 본인이 잦은 이사를 하며 지역 사회에서 느꼈던 고립감과 타인종이 생각하는 아시아계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집회 이후 부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한인 가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세대 간의 도전 과제, 부모와 자녀 간의 기대가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를 계기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고, 아들 한 씨는 한인의 정체성을 되찾아 한국 서예에 영감을 받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들 한 씨는 이제 당당히 자신의 한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아티스트를 넘어 ‘하우스 오브 한’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개인 웹사이트에 자신의 회사명에 ‘한’이 들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본인이 한 씨여서가 아닌, 왕족의 혈통을 가진 한국 성씨(청주 한씨)에서 따왔다고 전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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