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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포퓰리즘 공약 남발하는 대선 후보들

진성철 경제부장

진성철 경제부장

올해 대통령 선거도 4년 전처럼 경제 문제가 유권자의 최고 관심사로 부상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 공약이 투표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81%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의 79%에 비해 2%포인트 높아진 비율이다.  
 
지난 몇 년간 지속한 인플레이션으로 주거비용을 비롯한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유권자들은 경제 상황에 더 민감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심성 경제 공약으로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9월 현재 35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공약은 없고 되레 늘리는 공약만 내놓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경제 공약으로 지적되는 것이 자녀세액공제(CTC) 확대와 팁 면세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양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책들이다. 왜일까? 둘 다 선심성 공약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는 좋은 공약일지 모르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재정 적자 폭만 늘리는 나쁜 공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두 공약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은 CTC를 자녀 나이에 따라 대폭 증액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구에 연간 6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2~5세 아동 1명당 3600달러를, 6세에서 16세까지는 30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해리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소득 기준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소득과 관계없이 미성년 자녀 1명당 5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행 2000달러보다 최소 1000달러에서 최대 4000달러나 더 많다.
 
해리스의 CTC 확대안이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1조6000억 달러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추산이다. 트럼프 안의 경우엔 이보다 더 많은 10년간 3조2000억 달러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또 양 후보 모두 팁 수입에 의존하는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팁 면세도 약속했다. 특히 경합지역으로 꼽히는 네바다주의 경우 10명 중 2명이 팁 근로자로 알려졌다. 팁 면세는 주요 유권자 그룹으로 부상한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요식업 종사자 25%가 히스패닉계이기 때문이다.
 
CTC 확대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세제 혜택이 목적이라면 수혜 대상을 좁혀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조세 권익 옹호 비영리단체의 지적이다. 팁 면세 공약도 허점투성이다. 팁 근로자 3명 중 2명은 연방 소득세를 납부할 정도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팁 근로자 3명 중 1명만 팁 면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세무 전문가들은 “올해 연방정부 부채 이자로만 1조1580억 달러를 지출하게 생겼는데 양당 대선 후보는 이를 축소할 수 있는 공약은커녕 선심성 공약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도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며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내놓은 각종 공약을 시행하려면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재정 적자가 5조8000억 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해리스의 공약 역시 향후 10년간 2조24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증세인데 오히려 양 후보의 공약은 감세나 세액 공제 내용이 많다. 증세를 통한 재정적자 해결이 아니라면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 정책 축소와 정부 지원 삭감 등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다른 취약 계층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양 후보 모두 사탕발림식 공약 남발은 그만하고 국민을 위한, 그리고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경제 공약을 내놓아야 할 때다.  

진성철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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