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고공행진에 시니어 한인도 ‘동거’
플러싱 일대 시니어 밀집 주택가
반지하도 둘이 합쳐 월 1000불
“시니어 많이 산다” 신고에 퇴거도
렌트 고공행진에 한인 시니어들도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일이 늘고 있는 가운데, 퇴거나 렌트 인상 협박을 받는 일도 빈발해 주의가 필요하다. 주거 위기로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는 뉴욕주 아동가정서비스국(OCFS) 웹사이트( ocfs.ny.gov)를 통해 성인 서비스(Adult Services)를 통하면 된다. 영어 구사가 어려울 경우 한인 비영리단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뉴욕시는 ‘렌트 동결 프로그램(Senior Citizen Rent Increase Exemption, SCRIE)’에 따라 62세 이상 시니어에게 최대 20년간 무리한 렌트 인상을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지한 시니어는 드물다.
나씨가 퀸즈 플러싱 반지하로 이사한 지난 5월 1일, 각별히 챙긴 건 계약서다. 랜드로드 이름이 적힌 서명을 받아야 퇴거당할 때 억울한 일이 없을 거란 조언을 받고 챙겼다. 10여년 전, 조지아주에서 자신을 초청해준 큰 딸이 죽고, 나씨는 대중교통이 편해 시니어들이 차 없이도 이동하기 편하다는 뉴욕주로 짐가방 두 개를 들고 이주했다. 그 때부터 시니어 셰어하우스를 전전했다. 이전 집에선 1층에서 네 명이 지내며 쾌적하게 살았다. 월세 900달러도 나눠 내고, 전립선암에 고통받는 친구도 도왔다.
세입자가 자꾸만 늘더니 14명이 됐고, 이내 뉴욕시 빌딩국(DOB)의 기습 단속이 있었다. 너무 많은 인원이 오간다며 근처 누군가 신고한 탓이다. 이후 시니어들은 무더기 퇴거해야 했다.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법을 모르는 나씨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같은 스트리트의 집으로 옮겼지만, 반지하임에도 월세 1000달러를 내야 했다. 이전 집에서 친해진 최모(85)씨와 이번엔 한 집이 아닌 한 방에서 동거를 하기로 한 건 그 때문이다. 침대 한 칸이 옷걸이로 어정쩡하게 나눈 방에서 나씨가 차지하는 공간이다. 옆 침대 최씨가 지원금을 받는 덕분에 생활비는 그럭저럭 해결하고 있다. 두 사람이 나라에서 받는 돈은 한 달 1300달러. 두 사람은 이 돈으로 월세를 낸다.
롱아일랜드시티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최씨는 은퇴 후 딸에게 아파트를 물려주고, 자신은 시니어 셰어하우스서 나와 지낸다. 한국서 받는 지원금은 쓸 수 없다. 뉴욕시에서 소득으로 잡히면 여러 혜택을 잃을까 겁이 나서다. 딸은 아파트를 준 아버지가 고마워 초기 수개월은 월세를 보냈지만, 그마저도 끊겼다. 손주가 장성해 사립대를 갔지만, 빈 아파트에 들어가기도 눈치가 보인다. 1층에 거주하는, 익명을 요구한 80대 시니어 J씨는 네 명이 함께 거주하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돌아가며 요리하고 오전은 경로회관이나 친구들을 만나 보낸 후 오후는 자유롭게 노닌다. 월세는 넷이 나눠 내면 그만이다.
한편 교육 비영리단체 라이프타임 인컴 얼라이언스(Alliance for Lifetime Income)는 2027년까지 시니어가 410만명 늘어날 것이라며, 은퇴 자금 없이 일자리서 물러나는 이들이 늘어나면 2030년 대다수 시니어가 재정 절벽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뉴욕주 렌트가 팬데믹 이전 대비 33% 오른 점을 미뤄보아 앞으로도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이라며, 무주택 시니어의 고충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글·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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