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즐거운 한인 시니어들
경로회관의 아침을 밝히는 시니어 400여명
명절 음식 준비 부담 없는 미국생활에 만족
17일 한국 고유 명절 추석을 앞두고 퀸즈 베이사이드 KCS경로회관에 모인 시니어들은 근황 나누기에 한창이었다. 이 곳에서 나고 자란 한인들은 잘 모르는 추석에 대해 자신들만의 기억도 나눴다. 대부분 시집살이하느라 겪은 고충이다. 송편을 빚거나 전을 하루종일 부치느라 허리 한 번 펼 새가 없었다. 하지만 뉴욕은 달랐다. 퀸즈에 거주하는 조상남(85)씨는 "뺨을 맞으래도 금반지 낀 손으로 맞으랬다. 미국이 그렇다"며 "한국 명절을 기억해주는 기관이 있고 그걸 지원하는 시정부가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했다. 50여년 전 약사 남편을 따라온 그는 "장성한 자녀와 분리하는 문화 덕에 큰 아들과 같이 살아도 요리도 따로 해먹고, 존중받고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추석이랍시고 친척들이 다 모여 일만 하고 힘들었는데, 여긴 외식하고 사먹으니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일평균 400여명의 시니어가 방문하는 경로회관에는 이주민의 역사가 살아숨쉰다. 이날 만난 시니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 곳서 나고 자란 자제들은 추석을 잘 모르지만, 자신들이 송편, 토란국, 전을 사다 먹으며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예종(86)씨는 큰 딸의 가족초청으로 뉴욕에 왔다. 손주들을 봐달라는 청에 따랐는데, 어느새 둘째 딸과 셋째 딸의 자제까지 봐주다 보니 15년이 넘게 흘렀다. 조씨는 "나는 손주밖에 본 게 없는데 이렇게나 대접을 받는다"며 "추석에도 와서 토란국을 먹을 예정이다. 할머니랑 사는 가정은 손주들이 한인들의 문화를 잊지 않을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한국어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이중언어 구사자로 양육할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주도적으로 뉴욕에 자리잡고, 혼자만의 추석을 즐기는 시니어도 있다. 나필열(89)씨는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유학차 미국에 와서 자리잡고, 교수직까지 지냈다. 은퇴 후 매일같이 경로회관을 찾아 바둑 맞수를 바꿔가며 시간을 보낸다. 아들은 오하이오주로, 딸은 버지니아주로 독립시칸 그는 "아직은 혼자 사는 게 괜찮다"며 "젊은 사람들이 잘 몰라도 추석은 중요하다. 난 토란국도 먹을 것"이라 했다. 독거에는 "괜찮게 살고 있다. 한평생을 혼자 코디하고 잘 다녔다"고 웃어보였다. 전쟁같은 요리와 귀성길이 없어 뉴욕이 좋다는 시니어들은 "지금만 같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힌편 60세 이상 시니어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뉴욕시 노인국 지원 경로회관은 시 전역에 최소 300곳이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nyc.gov/site/dfta/index.page)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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